요약문
인공지능 시대에도 라디오는 양방향 소통 매체로서 정서 교류, 지역사회 연결, 재난 정보 전달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운전 중 청취 가능성, DJ와의 친근감 형성, 청취자 참여 프로그램 등이 강점이다. 텔레비전 등장 이후에도 라디오가 건재한 이유다. MBC는 1961년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해 1969년 TV 방송을 개국했으며, MBC 표준FM은 2026년 1분기 청취율 조사에서 25.4%로 1위를 기록하며 3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임재윤 MBC 오디오디지털전략담당은 라디오의 핵심 비교우위로 '병행성'과 청취자의 '정서적 위무'를 꼽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 적합한 UX 개발 실패, 자동차에서 독립 버튼 상실 등 디지털 전환 시기를 놓친 한계를 지적했다. 첨단 기술을 결합한 맞춤형 서비스, 다채로운 콘텐츠 확대, 양방향 프로그램 강화, 지역 밀착형 방송 등이 라디오 매체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
1. 들어가며
인공지능 시대에도 라디오 방송은 개인과 지역 사회를 연결하고 정보 전달, 문화 교류, 감정 공유 등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매체로 정서를 교류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매체로 평가되며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소구력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라디오는 운전 중에도 쉽게 청취할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정보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뉴스, 음악, 토크쇼, 드라마 등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라디오 진행자(DJ)와 친근감이나 정서적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지역 뉴스, 행사, 문화 소식을 전달하는 등 지역 사회와 밀접한 연결로 주민들의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사연 소개, 요청곡, 전화 인터뷰 등 청취자 참여를 요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양방향성을 갖는 매체로의 성격도 있다. 재난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도 수행하는 중요 매체이며, 사회적 현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논의를 촉진해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텔레비전의 등장 이후에 라디오의 시대는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건재한 이유다. 그럼에도 라디오 업계에서는 텔레비전이 발명된 이후 라디오는 항상 위기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기존 라디오 수신기 외에도 자동차 오디오나 스마트폰, 신축 아파트 주방 같이 라디오가 탑재될 수 있는 새로운 매개체가 나오면서 반등의 여지가 생기긴 했지만, 결국 영상 매체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라디오는 비주류 매체일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개인화 추천, 소셜미디어 연계, 실시간 상호작용 강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적절한 시기를 놓친 점 등 한계도 지적되며 관련 정책과 제도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첨단 기술을 결합한 맞춤형 서비스, 다채로운 콘텐츠 확대, 청취자가 참여할 수 있는 양방향 프로그램 확대가 라디오 매체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역 밀착형 방송과 재난 정보 전달 기능을 강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미디어로 발전할 것도 요구된다.
라디오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술 혁신과 정책 지원 등 공공성 높은 매체로 지속 발전 방향에 대해 임재윤 MBC 오디오디지털전략담당의 의견을 청취했다.

2. 라디오로 시작해 텔레비전까지 문화방송 MBC
MBC는 1961년 12월 2일 서울 인사동에서 라디오 호출명칭 'HLKV 문화방송'으로 첫 방송을 전송하며 민간 상업방송 '한국문화방송주식회사'로 출범했다. 1963년 대구를 시작으로 1965년까지 광주, 대전, 전주 등 4개 주요 도시에 잇따라 직할국을 개설해 서울과 기존 부산문화방송을 포함한 6대 도시를 연결하는 전국 방송망을 구축했다. 이후 라디오 방송을 지속하다가 1969년 서울 정동 사옥을 준공한 뒤 채널 11번의 텔레비전 방송을 개국해 지금에 이르렀다. 2001년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맞아 MBC PLUS 등 자회사를 설립해 케이블 방송에 진출했다. 2005년 위성방송과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방송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2007년 매직 스튜디오 등 첨단 방송시설을 갖춘 일산 드림센터를 완공해 프로그램 고품질화를 이끌었다. 2014년에는 상암 신사옥을 준공하고 이전을 완료했다. 2015년 한류 콘텐츠를 중심으로 방송 테마파크인 'MBC 월드'도 오픈했다. 2017년 5월 세계 최초 지상파 UHD(Ultra High Definition) 방송을 시작했다.
MBC 라디오는 <손에 잡히는 경제> <여성시대 양희은, 김일중입니다> <정선희, 문천식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인기 프로그램은 팟캐스트 형태로도 서비스하며, 유튜브 채널에서도 청취 가능하다. MBC 표준FM은 한국리서치 2026년 1분기 청취율 조사에서 25.4%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2025년 한 해 실시된 4차례 청취율 조사 모두에서 1위를 기록한데 이어 3년 연속 청취율 1위를 유지하는 결과다. MBC FM4U도 12.3% 청취율을 기록하며 라디오 10명 중 4명이 MBC 라디오를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임재윤 MBC 오디오디지털전략담당과 일문일답

Q.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 등 대비 라디오가 갖는 매체로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라디오 방송 초창기에는 확실한 비교우위가 있었습니다. 방송·언론학에서 라디오의 비교우위는 기술 발달과 경쟁 매체에 따라 변해왔는데요. 1992년경에 다 사라졌고 남은 건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듣는 '병행성'과 공감을 통한 청취자의 '정서적 위무'입니다. 특정 개인의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 정서적 위무가 핵심 비교우위라는 의미인데요.
접근성은 강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1990년대에 평가하던 라디오의 강점은 수신기를 구하기 쉽고 주위에 흔히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아닙니다. 기존 FM 수신기는 퇴장하고 있고 모든 것은 스마트폰에 통합됐잖아요. 스마트폰에 잘 맞는 사용자 경험(UX)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 앱이 생기듯 다른 매체의 앱도 얼마든지 생기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사용자 경험와 사용자환경(UI) 여부가 접근성 경쟁의 핵심인데, 거기서 실패한 부분이 있습니다.
Q. 그래도 자동차 등 여전히 라디오가 강점이 있는 환경이 있지 않나요?
자동차 환경에서 라디오가 압도적으로 독점해온 것은 맞습니다. 카세트 테이프, CD 플레이어, USB 등이 나고 들던 동안에도 라디오는 차량 내 정보 오락 시스템의 중심을 유지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신차의 경우 차량 내 물리적인 라디오 버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라디오 버튼이 가장 메인에 중요한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 라디오는 독립된 버튼을 갖지 못하고 대시보드 화면에 경쟁 서비스들과 병렬 배치되는 상황에 몰리고 있습니다.
완성차 기업이 전용 부품을 갖추고 직접 제어하는 기능을 '피처(Feature)'라고 하는데요, 커넥티드카 도입 이전에는 자동차에서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가 모두 전용 부품으로 구동되는 DMB나 라디오 같은 '피처'였지만, 커넥티드카에서는 인터넷으로 전달되고 소프트웨어(OS)로 재생되는 음원 서비스처럼 '피처 아닌 미디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치 스마트폰의 미디어들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대부분 미디어들이 인터넷으로 전달될 수 있는 시대에, 유독 전용 부품을 갖춰야 하는 지상파 매체(라디오)에 대해 완성차 기업은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FM, AM, DMB 같은 지상파 매체들은 샤크 안테나, 튜너(Tuner),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배선(와이어 하네스) 부품이 필요한데요, 이들 부품은 비용 뿐 아니라 조립 과정 자동화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커넥티드카,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전환되면서 세계 라디오 업계가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이러한 라디오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어떠한 해결책이 있을까요?
라디오 산업이 강력하고, 라디오를 사회적 인프라로 인식해 진흥 정책을 추진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영국, 호주, EU 등이 대표적인데요. 커넥티드카 생태계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냥 내버려 두면 큰일 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디오라는 매체가 사회적 인프라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거죠. 이에 자동차 대상 여러 가지 규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EU는 역내 출시되는 모든 자동차에 DAB 디지털라디오를 의무 탑재토록 하고 있고, 호주 라디오 업계는 라디오에 대해 '프로미넌스 룰(Prominence Rule)'을 적용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현저성 원칙'으로 번역되는 '프로미넌스 룰(Prominence Rule)'은 호주의 스마트TV에서 먼저 논의된 규제인데, 지상파 라디오를 FM이 아닌 앱(인터넷 채널)으로 구현하더라도 그 앱은 반드시 대시보드 화면의 가장 좋고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유지해야한다는 규제입니다.
영국, 호주, 유럽의 라디오 업계들은 또 '라디오 레디(Radio Ready)' 캠페인으로 정부와 글로벌 완성차 산업을 압박하며 관련 규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커넥티드카에 라디오를 설치할 때 디지털 라디오(DAB) 지상파 수신 방식과 물리 버튼을 빠뜨리면 안 된다는 원칙, 앱으로 구현하더라도 라디오를 켜기 편한 곳에 앱이 설치되어 있어서 비상시 청취가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 등을 일종의 선언문으로 만들어서 정책 세일즈를 하는 것이죠. 이러한 활동이 벌어질 만큼 라디오 접근성에 대한 위기가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Q. 그럼에도 라디오가 중요한 이유,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시간 방송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사람이 주문형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청취하는 가상의 커뮤니티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공감과 정서적 위무 등은 라디오만이 가질 수 있는 기능이라 생각합니다. 재난·재해시 사회적 역할도 하는 기반 매체로서의 중요성도 분명합니다. 라디오의 위기는 콘텐츠 자체 위기보다 유통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 라디오 산업이 처한 현실을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면요?
우리나라 라디오 생태계와 주로 비교하는 국가는 영국, 호주, 일본입니다. 이들은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국가입니다. 호주는 인구가 우리나라의 절반이지만 국내총생산이 비슷하고요.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국내총생산이 크지만 압도적이진 않고 인구도 조금 더 많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인구는 우리보다 두 배 이상, 1인당 국내총생산은 우리가 앞서 있지만 라디오 역사의 뿌리가 같고, 방송사 규모와 콘텐츠, 편성의 유사성이 돋보입니다.
언급한 3개 국가는 모두 라디오 산업이 잘되는 나라입니다. 영국, 호주는 강력하고 일본은 반등하는 상황입니다. 이들 국가의 라디오 콘텐츠가 굉장히 좋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한국 라디오 프로그램도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콘텐츠를 재밌게, 밀도 높게 만드는 데도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결국 유통과 접근성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접근성은 오히려 스마트폰 앱이나 유튜브 등으로 강화된 것 같은데요?
라디오의 성격과는 조금 다릅니다. 라디오 앱은 라디오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디오로 송출하기에 제작진의 추가 업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라디오 스튜디오를 영상으로 만들어 실시간 중계하기 때문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같은 제작 과정이 필요하죠. 카메라 전환, 자막 삽입과 편집 여부, 가상의 효과 같은 것을 자막으로 넣을지 등이요. 이러면 업무가 늘어나게 됩니다. 청취자는 단지 라디오를 유튜브로 듣는다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준비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Q. 별도 송출이다보니 제작에 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관점인 거죠?
기존 라디오는 '저렴한 제작비'가 특징이자 강점이었어요. 지상파 방송사 라디오 스튜디오 대부분은 오디오 방송을 위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주요 프로그램은 유튜브 송출을 위한 제작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원래 제작진이 있고 촬영과 편집을 위한 인원들이 추가되며 장비도 들어오게 된 거죠. 이렇게 별도 전송체계를 만들면 '비용 회수(Recoup)'가 안 되는 것입니다. 별도 제작비가 드는 형태를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거죠. 라디오 방송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상황은 아니니까요.
라디오가 잘되는 나라는 유튜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처럼 방송 시간 전체를 유튜브 전송하는, 사실상 유튜버가 되는 모델을 택하진 않습니다. 유튜브 송출을 지속하면 제작비를 회수하기 쉽지 않아요. 그리고 청취자 뇌리에 라디오라는 인식이 없어질 가능성이 커요. 라디오 청취 경험이 있는 사람은 좀 낫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유튜브를 통해 라디오 방송을 접하게 되면, 라디오
방송을 그냥 수많은 유튜브 채널 중 하나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라디오의 핵심 가치인 동시간 청취와 공감의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거죠. 매체의 핵심 가치를 잃어버리면 장기적인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잖아요.
Q. 그래도 라디오를 경험하지 않거나, 못하게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편익을 느낄 기회가 반복돼야, 수용자는 편익을 인식하면서 사용하게 돼요. 라디오를 유튜브에서 접하면 라디오라는 매체에 대한 인식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누구나 사람 일생에서 라디오에 빠져드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에 빠져드는 시기가 있는 것처럼요. 힘들고 외로운 감정에서 누군가 1대 1로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주로 그래요. 바쁘고 지친 출퇴근길, 자영업 현장, 혼자 감당해야 하는 입시나 취업 준비 시기, 육아나 가사 작업 등이 그런 때입니다.
그럴 때 라디오를 듣게 된다면 이런 편익이 있구나 하고 바로 깨닫게 되죠. 자연스레 스며드는 과정인데요. 이런 경험이 없으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죠. 그래서 라디오를 라디오답게 만들면서 사용자 경험 강화 방법을 라디오 방송사도, 정책 당국자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제작진 역시 입사하자마자 유튜브부터 챙기기 시작하면 라디오를 라디오답게 최적화하는 훈련이 안 될 확률이 높습니다. 실시간 오디오 매체에 적합한 콘텐츠 제작 방법을 배울 기회가 줄어드는 거죠. 유튜브 청취자가 늘수록 당장 수익이 될 수는 있겠지만 매체의 강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냐 하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언젠가 라디오를 찾지 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유튜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발상은 위험하다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Q. 공공의 맥락에서도 라디오의 의무와 역할이 있잖아요?
라디오 내에서도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간의 내용 차이가 있습니다만, 국내에서는 텔레비전에 비해 라디오는 공영이건, 민영이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강하게 지고 있습니다.
재난방송과 재해방송은 기존에 계획되고 편성된 라디오 방송을 끊고 진행해야 합니다. 텔레비전 방송은 자막으로 긴급 속보를 내보낼 수 있지만, 라디오는 불가능하죠. 하지만 라디오는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반드시 방송을 내보내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을 경우엔 제재를 받습니다. 라디오라는 매체에 사회적 책임과 규제가 강하게 작동하는거죠. 이런 점 때문에 무거운 사명이 주어져 있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라디오가 수익을 추구하거나 자생력을 키우기도 어렵습니다. 광고 규제가 텔레비전 방송보다 심하거든요. 국내 텔레비전 방송은 간접광고(PPL)가 허용됐지만, 라디오는 오디오라는 매체 특성상 시각적 간접광고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간접광고를 매체 특성에 맞게 허가해주려는 생각을 아직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통합라디오플랫폼 라지코(Radiko, ラジコ) 도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이후 청취량이 늘고, 지상파 음성광고 하락세가 진정됐으며, 디지털 음성광고 도입으로 전체 매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청취 데이터를 디지털 방식으로 통합 관리하면서 광고주들의 신뢰도 높아지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정책·산업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우리나라 라디오 방송은 책임은 무거운 반면, 혜택이나 자립 수단 등이 많지 않다는 얘기죠?
지상파 라디오 방송이 공민영을 가리지 않고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지만, 재원 마련을 어렵도록 규제 체계가 되어 있습니다. 모든 매체가 디지털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아날로그 매체로 남아 있다보니 디지털 데이터로 된 '산업 화폐'도 갖춰지지 않아 광고주의 신뢰를 얻기로 힘들고요. 청취량 감소보다 광고 수익 감소가 훨씬 큰 상황이라, 이대로 가면 모든 라디오가 수신료로 운영되어야 하지 않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Q. 그럼에도 계속 기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한국 라디오 방송의 기술 변천사에 대해 몇 가지 변곡점으로 소개해주신다면요?
내년(2027년)이 한국 라디오 방송 100주년입니다. 지난해가 일본 라디오 100주년이었어요. 100년 전 라디오 방송이 시작될 때를 보면, 라디오는 당시 첨단 기술인 전파·전자공학이 결합된 최첨단 매체였습니다. 최고 전성기 매체는 항상 거실에 놓였거든요. 텔레비전이 등장하기 전까지 라디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요. 텔레비전에게 그 자리를 밀릴 즈음, 자동차에 탑재되면서 이동 중 청취라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됐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텔레비전이 접근하지 못하는 시장으로 입지를 유지했죠.
이후 전자공학이 발달하면서 기기가 소형화되니까 이동성이 늘어났는데요. '워크맨'을 시작으로 CD 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까지 라디오의 입지를 위협하는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기존에는 라디오만 들고 다닐 수 있었는데, '워크맨'이 음악을 들고 다니며 들을 수 있는 최초의 매체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라디오 기능이 '워크맨' 등에 탑재되며 공존을 지속했어요.
이렇게 되자 편성이 바뀌었어요.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를 녹음하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테이프로 녹음하기 좋게 라디오 방송을 편성하기 시작한 거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어요. 미국 음악방송은 소개를 짧게 하고 노래를 연이어 들려주는 그런 형태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음반사가 라디오에서 앨범을 적극 홍보하는 구조도 만들어졌죠.
Q. 200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다양한 변화가 이뤄졌잖아요?
2000년대 들어오면서 기존 FM 라디오 수신기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라디오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영향도 있고요. 그래서 라디오도 PC에 탑재하는 위젯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는데요. MBC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2006년에 'MBC 미니(mini)'를 개발했습니다. 이어 다음해 KBS, SBS, CBS 모두 나왔죠. 영국도 2007년 '아이플레이어(iPlayer Radio)'라는 걸 선보이며 인터넷으로 라디오 듣는 습관을 만들었어요.
Q.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듣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였나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 게 있는데요. 바로 실시간 메신저를 결합해서 제작진에게 사연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엽서나 편지 또는 전화 연결이 아니어도 라디오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연 거죠. 널리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는 능동적인 라디오 청취자가 많습니다. 엽서나 팩스로 방송 참여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러한 성향을 이용해 사연을 보낼 수 있는 메신저 서비스를 만든 거죠.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제작 환경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저는 2000년부터 라디오 PD로 업무를 시작했는데요. 하루에도 편지가 수백 통씩 오고 팩스와 이메일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메신저 기능이 생기면서 이러한 현상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도 잘 안 쓰고 팩스, 엽서, 편지 등이 없어지게 됐어요. 글씨를 쓰는 시대가 아니라, 타자로 치는 메신저가 청취자 피드백의 주된 형태가 되면서 방송의 호흡도 짧아지고 실시간성이 강화됐습니다.
Q. MBC에서 가장 먼저 인터넷 특화 위젯을 낸 이유가 있나요?
2000년 초반에 이미 FM 라디오 보급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라디오 기기를 사지 않거나, 고장나도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당시 MBC 라디오 방송 점유율이 50%를 넘었습니다. 지금은 39% 정도 되는데요. 라디오 기기 보급이 이렇게 줄어들면 라디오 산업 자체가 망가질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라디오를 대량 구매로 저렴하게 사서 무료 공급하자는 의견도 나왔어요. 그런데 견적을 냈더니 시도할 수 없는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용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컴퓨터에 인터넷망이 연결돼 있으니 라디오를 가상 제품(virtual product)형 소프트웨어로 공급해서 청취율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위젯은 이러한 취지로 개발되었습니다. 이 의도가 적중해서 2010년대까지 라디오 사업이 잘되는 기반이 만들어졌죠. 그러다가 2009~2010년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청취 방식으로 옮겨갔습니다.
한편 이 시기 한국은 지상파 디지털 라디오(유럽의 DAB, 미국의 HD-Radio 같은) 도입 시기를 놓쳐서 결국 아날로그 지상파와 인터넷 라디오, 두 가지 형태로 라디오 청취 방법이 굳어집니다. 영국이 1990년대, 호주는 2009년에 지상파 디지털 라디오를 도입하여 디지털 지상파, 아날로그 지상파, 인터넷 라디오로 청취 방법이 자리잡은 것과는 다르게요.
Q. 우리나라는 디지털 라디오 기술 도입을 건너뛰었다는 거죠?
맞습니다. 대표적인 지상파 디지털 라디오 DAB는 디지털 오디오 방송(Digital Audio Broadcasting)의 줄임말인데요. 다중화와 압축을 통해 하나의 주파수에 여러 오디오 채널을 전송하는 디지털 라디오 방식입니다.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는 DAM(Digital Asset Management) 기반에 오디오가 아닌 멀티미디어(영상·데이터)를 추가한 이동형 TV 중심 방송으로서, 지상파 디지털 텔레비전의 기술 표준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변형 기술입니다. 예전에 휴대폰 등에서 지상파 DMB 방송을 제공하던 것을 생각해보시면 이해되실 거예요. 우리나라 역시 DAB, HD-Radio 등 지상파 디지털 라디오 도입 논의가 있긴 했는데요. 논란이 길어지던 중 오디오 채널이 일부 포함된 DMB가 등장하면서 결국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Q. 영국과 호주는 DAB를 도입해서 잘 활용하고 있나요?
영국은 라디오 소비 중에서 DAB 비중이 45% 정도 됩니다. FM이나 AM은 줄어들고 있어서, 청취자 감소 임계점을 넘어서면 폐국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아요. 스위스나 노르웨이는 DAB를 채택하고 아예 아날로그 FM을 접었어요. 아날로그 예찬론자도 있지만 DAB가 전기도 덜 들고('RE100' 실현 차원에서 유리) 사업적 유연성도 큽니다. 음질을 떨어뜨리면서 채널을 늘릴 수 있고요, 채널 수를 줄이면서 음질을 극대화할수도 있어요., 채널의 개폐나 전환도 쉽고, 심지어 특정 시즌에만 생겼다 없어지는 팝업 채널도 수시로 열 수 있습니다.
신호 송출 자체가 디지털이어서 편리하고 제한적으로 나마 텍스트나 이미지도 보낼 수 있습니다. 라디오도 메타 데이터 기반 방송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영국이나 호주 디지털 라디오를 보면 수신기 자체에 화면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라디오는 좀 들어봐야만 어떤 프로그램인지 파악할 수 있지만, 디지털 라디오는 화면에 표시되는 채널명, 프로그램명, 곡명을 보고 들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지요.
Q. 그럼 이제라도 디지털 라디오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특히 라디오의 재난·재해 매체로서의 유용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상파 라디오 방송 유지 명분으로 활용되는 점이죠. 가장 이상적인 것은 평상시 라디오 방송과 재난 방송을 제공할 라디오 방송사의 자생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지상파 라디오 플랫폼으로 가장 이상적인 건 FM과 AM이 아닌 디지털 라디오(DAB)입니다. FM과 AM은 전력을 너무 많이 필요로 하거든요.
우리 사회가 지상파 라디오라는 사회적 인프라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지상파 디지털 라디오와 인터넷 라디오 통합 플랫폼의 두 기둥을 세우는 것입니다. 지상파 라디오망은 디지털 방식으로 향상시키고, 인터넷을 통한 라디오 채널 전송은 통합 플랫폼으로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상파 디지털 라디오는 송출망 투자와 전용 수신기 보급이라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므로, 지금 당장 꺼내기는 부담스러운 주제입니다. 그래서 통합 플랫폼으로 라디오 방송 산업의 자생력을 회복한 후, 라디오 매체의 유용성을 환기시킨 토대 위에 지상파 디지털 전환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이 주축이 되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정책적으로 통합 라디오 플랫폼을 추진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서 라디오 매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이루는 것이 우선입니다.
Q. 디지털 라디오로 전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디지털 라디오 논쟁이 있던 것은 13년 전이 마지막인데요. 여전히 그때의 기술, 지식, 정보로 디지털 라디오 필요 여부에 대해 논의·평가하는 것이 우리나라 라디오 업계의 현실입니다. 해외의 디지털 라디오 운영
경험과 기술은 훨씬 진화했어요. 운영 기기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잘 모릅니다. 관심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디지털 라디오를 도입하지 않았거나 도입이 덜된 나라들에서 최근 보급을 촉진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RE100'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전력 공급·수요 문제가 있잖아요. 디지털 라디오로 전환하는 데 많은 예산이 들겠지만, 송출시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경쟁력도 검토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Q. 광고매체로 라디오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청취율 조사를 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한국은 청취율 조사가 인지도 조사에 가까우니까요. 라디오 산업계 종사자 상당수가 체계를 바꿀 필요성을 공감할 거예요. 영국은 청취율 조사를 국가 기관에서 합니다.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나오면 깔끔하게 요약된 인포그래픽으로 제공합니다. 한 번이라도 라디오를 들은 사람, 청취자당 주당 평균 시간, 디지털 플랫폼 비율, 라디오를 듣는 방식까지 나오는 의미 있는 정보에요. 영국 라디오 청취 조사기관 '라자르(RAJAR, Radio Joint Audience Research)'에서 조사하고 발간하는 보고서입니다.
라자르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청취자 86%는 일주일에 한 번 라디오를 청취합니다. 청취자 25%는 알렉사(Alexa)나 구글 홈(Google Home) 등을 통해서 듣고요. 디지털 라디오 청취율도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한국리서치'라는 기업에서 3천 명 샘플 전화 조사 방식으로 1년에 4번 청취 행태 조사를 합니다. 그 결과를 방송사나 광고 에이전시에 판매하죠. 조사 결과 트렌드는 볼 수 있는데 자세히 활용하기는 어려워요. 그나마도 해당 자료는 외부 공유되지 않고 예산 여력 있는 주요 방송사만 구매합니다. 광고 대행사도 제일기획 같은 대형 기획사 밖에 못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라디오 앱을 통한 청취는 이론적으로 전수 조사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방송사별로 라디오 앱을 운영하면서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으면 쓸모 있고 공신력있는 데이터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일본의 사례처럼 통합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청취 접점에서부터 통합 관리하는 것입니다.
Q. 국내 라디오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공동 라디오 플랫폼'이 거론되잖아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2000년대 들어서 FM 수신기가 희귀해졌잖아요. 라디오 기기를 구매하는 사람이 극히 드뭅니다. 그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밖에서 라디오를 듣고자 할 때 우선적인 대안은 바로 스마트폰 앱이에요. 그러나 한국에서 라디오 앱을 사용하는 것은 주파수를 맞추던 FM 라디오 때보다 편하지 않습니다. 특정 방송사 한 곳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전부 개별 방송사 전용 앱이에요. 특정 채널을 자주 듣는 청취자가 아니고서는 매우 불편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라디오 채널을 선택·청취할 수 있는 공동 라디오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추진 주체 | 플랫폼 | 국가 | 실시간 채널 제공 범위 | 특징 |
|---|---|---|---|---|
| 민영 라디오사(38) + 광고회사(4) + 이동통신사(1) | Radiko | 일본 | 공민영을 가리지 않고 자국의 모든 채널 제공 | 프론트엔드 to 백엔드까지 수직계열화한 독점 통합플랫폼. 백엔드 통합, 단일 데이터 체계, 실질적인 라디오 협회 역할까지 수행 |
| NPO: 공영/민영 메이저 라디오 + 산업 협회 추진 기구 | Radioplayer | 영국 | 영국의 모든 채널에서 시작했으나 BBC 채널이 빠져나간 상황 → 해당 채널들에 대해선 게이트웨이 역할 | 인프라 통합은 배포와 데이터까지, 광고는 제외. 라이선스 모델로 글로벌 확장. 커넥티드카 공략을 최대 목표로 설정 |
| 공영방송(BBC) 단독 | BBC Sounds | BBC 채널들만 | 접근성과 편의성 극대화 위해 단순함에 초점 | |
| 라디오그룹(Global) 단독 | Global player | Global 채널들만 | iHeartRadio와 팟캐스트 호스팅, 수익화 협력 | |
| 라디오그룹(Bauer) 단독 | Rayo | Bauer 채널들만 | — | |
| 상업라디오방송협회(CRA) | Radioapp | 호주 | 호주의 모든 라디오 채널 → 일부 채널들에 대해선 게이트웨이 역할 | 프론트엔드 통합 제공 + 복수 플랫폼들의 백엔드 데이터 표준 통일 역할 |
| 공영방송(ABC) 단독 | ABC Listen | ABC 채널들만 | — | |
| 라디오그룹(SCA) 단독 | LiSTNR | 자사 계열 채널 99개 | — | |
| 라디오그룹(ARN) 단독, 해외 플랫폼과 제휴 | iHeartRadio(AU) | 자사 ARN 계열 + ABC + SBS + ACE + Macquarie + 커뮤니티 라디오 + 해외 | 자사 채널 비중 낮음 | |
| 라디오그룹(Nova) 단독 | Nova Player | 자사 Nova 계열 + 뉴스와 스포츠 일부 파트너 채널 | — | |
| 공영방송(NPR) 단독 | NPR | 미국 | 자사 채널만 | 형식(오디오)보다 장르(뉴스) 중심으로 UX 구성 |
| 라디오그룹(iHeartMedia) 단독 | iHeartRadio | 자사 860개+ 미국 지상파 + 제휴 방송사 + 디지털 전용 채널 합쳐 수천 개 라이브 채널 | 미국 상업 라디오의 실질적 통합플랫폼. 광고주 입장에서는 iHeart 하나로 미국 전역 라디오·디지털 오디오에 접근 가능 | |
| 라디오그룹(Audacy) 단독 | Audacy | 230+ 자사 로컬 스테이션 기반, 총 1,000+ 자사 및 제휴 스테이션 스트림 제공 | iHeartRadio에 이어 미국 2위의 상업 라디오 통합 플랫폼이나, 올해 경쟁 플랫폼인 iHeartRadio에 자사 채널 공급 시작 | |
| 라디오그룹(SiriusXM) 단독 | SiriusXM | 자사 채널만. 스트리밍 400개+ 채널(음악·뉴스·스포츠·토크 등), 위성 채널 포함 시 150+ 풀타임 채널 + 추가 스트리밍 채널 등 방대 | 유료 위성라디오 독점자로서 자동차 환경에서 비교우위. Pandora + 스트리밍 + 독점 콘텐츠까지 자체 풀스택 오디오 미디어 번들 | |
| IT 스타트업(TuneIn) | TuneIn | 미국을 넘어 글로벌 라디오 플랫폼을 지향. 미국 메이저 방송사·뉴스·스포츠·팟캐스트 네트워크를 다수 수용 | 글로벌이라 채널 수는 방대하지만, 국가 차원으로 보면 빠진 채널·불법적 제공 채널이 많아 카탈로그의 안정성이 떨어짐 |
Q. 일본의 통합 라디오 플랫폼 사례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던데요?
지난해 12월 초, 일본 출장에서 통합 라디오 플랫폼 사례를 보고 왔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지상파 라디오를 건너뛴 국가입니다. 현재 일본 내 지상파 방송 라디오 청취 비율과 실시간 재생 청취 비율은 1:1 수준이라고 해요. 통합 라디오 플랫폼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통합 라디오 플랫폼을 '라지코(Radiko, ラジコ)'라고 하는데요. 일본 라디오 방송 채널 대다수를 라지코 하나에서 청취할 수 있습니다. 통합 플랫폼의 장점 중 하나는 전수조사도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텔레비전보다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기도 하죠. 전체 청취율 절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라지코 뷰어'라는 데이터를 방송사와 광고주가 제공받고 공유합니다. 데이터 기반 라디오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고 광고 집행도 가능해진 거죠.
Q. 청취자 불편을 줄이고, 데이터 기반 매체가 되기 위해서 통합 라디오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의미일까요?
그것도 하나의 장점인 거죠.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더라도 접근성이 좋아야 청취 빈도가 늘어나잖아요? 과거에 라디오는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라디오는 공기고 텔레비전은 향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요. 라디오는 필수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재난 시에도 중요한 매체라는 점에서 기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그게 어렵잖아요. 그래서 일단 인터넷 기반 실시간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방송사 입장에서 라디오의 최대 강점은 접근성이었습니다. 사용의 불편함으로 라디오를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면 청취량 자체가 늘어날 것이고요.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놓으면 단위 사용자당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운영비를 줄일 수 있어요.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유지하는 게 비용이거든요. 역량을 모아서 하나로 만들면 품질도 높일 수 있고요.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 통합이 될 수 있습니다. 청취율 등 데이터 통합을 해줘야 광고주 신뢰도 얻을 수 있죠.
Q. 영국의 제도와 일본의 플랫폼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영국, 일본, 호주는 제도와 산업이 잘돼 있는 나라니까요. 호주나 영국은 라디오 산업 진흥 제도가 잘 되어 있고, 디지털 라디오를 제때 도입했으며, 광고 규제도 유연한 국가입니다. 영국에는 진흥 전문기관이, 호주에는 라디오 협회가 굉장히 잘돼 있어요. 해당 산업이 맞닥뜨린 공동의 문제를 공조해서 해결하는 노하우가 뛰어납니다. 영국 역시 통합 라디오 플랫폼을 갖고 있고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진흥기관은 없지만, 방송사들의 재원 확보를 원활하게 해주는 수준의 합리적 규제, 그리고 통합 플랫폼이 꾸려졌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정부가 영국의 라디오 정책을 본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상파에 대한 철학, 체계, 제도가 가장 잘돼 있기 때문에요. 우리나라 통합 플랫폼은 정부 주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디오 방송사가 직접 추진하기에는 방송사별 이견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재원 확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이미 산업이 황폐화되었습니다. 정부가 마중물을 넣어서 자생할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일본은 높은 청취율과 광고 수요를 바탕으로 일본 내 최대 광고대행사 덴츠(電通) 그룹이 플랫폼 개발을 주도했지만 우리나라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나 제일기획이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기도 하니까요.
Q. 라디오 방송에도 인공지능 기술 적용이 이뤄지고 있나요?
라디오 방송도 인공지능 적용을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음성합성(TTS)·음성인식(STT) 등 인공지능 솔루션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선곡 자동화와 정시 뉴스, 단신 뉴스 등인데요. 사각 시간대나 인건비를 줄이는 차원으로 인공지능 아나운서를 활용하려는 준비도 있습니다. 이것도 결국 재원 문제와 관련 있는데요. 라디오 방송 재원이 말라가고 있어서, 방송 전체 과정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라디오 제작진 업무가 과중해졌습니다. 기존에는 오디오 방송만 했는데 유튜브 송출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스튜디오에 장비가 많아졌습니다. 인력 보완이 약간 된 경우도 있지만, 방송 책임과 마무리는 라디오 PD를 필두로 한 기존 제작진이 챙겨야 합니다. 업무 틈새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업무 과부하를 줄이는데 활용이 있을 겁니다. 제작 과정 효율화 부분에 활용될 것이라는 의미죠.
Q. 해외 라디오에서도 인공지능 활용이 본격화되는 추세인가요?
해외에서는 보이스 클로닝(Voice Cloning, 인공지능 기반 개인 등 음성 복제 기술)과 자동 번역을 통해 국경을 넘는 콘텐츠 제작을 검토하거나 추진하기도 합니다. 음성 언어 콘텐츠에 인공지능 기술을 덧입히는 것인데요. 팟캐스트 분야에서 우선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가 스포티파이 팟캐스트인데요. 영어 중심 핵심 콘텐츠를 유럽권 언어로 보이스 클로닝해서 유럽시장에 제공하고 있죠. 단일 콘텐츠로 시장 규모를 키우는 거죠. 우선 영어와 유럽권 언어에 먼저 적용되는 추세입니다. 영어와 유사한 언어 구조를 가졌다는 점이 그 이유죠. 일단 영어와 유럽권 언어부터 출발했지만, 타 권역 언어로의 서비스도 결국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빠르게 다른 언어로 전환되고 전파될 것 같아요.
영상물뿐만 아니라 토크 콘텐츠도 국경이 무너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우리 것을 가지고 국경을 넘어갈 대비를 해야 하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해외 콘텐츠와도 어떻게 경쟁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통합 라디오 플랫폼은 여기서도 중요한데요. 데이터 통합과 접근성 개선이 이뤄지면, 통합 플랫폼에서 보이스 클로닝과 자동 번역 기술로 K-콘텐츠 해외 진출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겁니다. 데이터 정량화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방송은 언어 전달뿐만 아니라 느낌 전달이 중요한데요. 느낌까지 완벽해져야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Q. 라디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규제가 해소돼야 할까요?
일본 출장 당시의 일화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 덴츠 그룹이 자본금을 내고 라디오 방송을 모아 통합 라디오 플랫폼 라지코를 구축했잖아요. 덴츠 관계자를 만나서 한국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더니, 이해가 잘 안된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한국 방송사들은 자생력을 잃어버렸고 각종 의무와 책무 속에 광고 규제가 있어서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라디오에서 일반적인 타이틀 스폰서십도 막혀 있다고 했더니 바로 이해하더라고요. 방송 콘텐츠 제공 외에도 한국 라디오 방송의 책임과 의무가 많다는 점을 그제서야 인지했기 때문이죠. 정부 재원 투입의 불가피함은 새로운 자체 재원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해진 것도 한몫합니다.
Q. 라디오 방송이 스스로 재원 마련을 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요?
타이틀 스폰서십 같은 수익모델이 가능하도록 열어줘야 합니다. 일본 라디오 수익모델의 기본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했었죠. 대표적인 것이 MBC '유공쇼'입니다. 지금 한국의 라디오는 모든 매체를 통틀어 가장 경직된 규제 속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모든 라디오가 공민영을 가리지 않고 수신료를 요구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 라디오 방송사는 세계 라디오 업계 관점에선 공영방송으로 간주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신료나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이제는 제도를 풀어줘도 다른 매체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재원 마련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산업을 돕는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자체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공적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잃어버린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중물을 넣어달라는 의미입니다. 제도 구비와 재정 지원이 없다면 모두가 유튜버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산업 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지원이 핵심입니다. 라디오라는 매체가 왜 유지돼야 하고, 어떤 사회적인 역할이 있는지, 그걸 잘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할지, 무엇이 있으면 스스로 일어서서 지속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폭넓은 고민을 토대로 정책 마련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러한 라디오 산업의 어려움에도 MBC 라디오만이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MBC 라디오의 유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여성시대>, <지금은 라디오 시대>, <음악캠프> 등이 대표적이죠. 라디오라는 매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무게감 있는 진행자들도 건재합니다. 준수한 콘텐츠를 만들 환경이 주어진다면 제작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최근까지도 시사·경제 분야에서 그러한 DNA는 크게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시사 쪽에서 분화를 많이 하고 있어요. 출근길, 퇴근길 두 축 라디오는 진행자가 바뀌어도 잘 운영되고 있죠. 출퇴근길 <뉴스 하이킥>은 진행자가 계속 바뀌었지만, 청취율과 반응이 좋습니다.
MBC가 새로운 얼굴을 중량감 있는 진행자로 키워내는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 <뉴스 하이킥> 권순표 기자는 이전 진행자인 신장식 의원이 하차하고 바로 투입돼서 프로그램을 1위로 키워내는 저력을 보여줬고요. <시선집중>도 손석희 사장이 퇴사하면 무너질 거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잘 이어왔습니다. 특정 프로그램이 파생작을 내기도 합니다. <손에 잡히는 경제>가 대표적이죠. 상암 이전과 함께 신축한 라디오 스튜디오가 훌륭하다는 점도 MBC 라디오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인터뷰이 소개
문화방송(MBC) 라디오국 오디오디지털전략담당 부장이다.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IDAS(현재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던 중, 2000년 MBC 라디오 PD로 입사, <손석희의 시선집중> <영화음악> 등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온라인 라디오 청취 위젯 'MBC 미니(mini)'를 창안했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를 마치고 MBC 기획조정실에서 방송정책과 뉴미디어 업무를 담당했다.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초기 모델 'MBC 푹(pooq)' 기획에도 참여했다. 라디오 디지털 플랫폼을 확장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일을 해왔으며, 기고와 세미나를 통해 라디오 산업 진화를 위한 노력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2016년 8인의 라디오 PD들과 함께한 <크게 라디오를 켜고>와 2025년 단독 집필한 <라디오, 위기에서 기회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