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방송사업매출이 2년 연속 역성장하는 가운데, 실시간 채널 생태계의 콘텐츠 공급 기반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rogram Provider, 이하 PP)의 재원이 흔들리고 있다. 종합편성·일부 대기업 방송채널사용사업자(Multiple Program Provider, 이하 MPP)를 제외한 일반 PP는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방송을 주업으로 하는 일반 PP는 최근 11년간 한 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광고·수신료가 정체된 사이 제작비는 10년 새 2.5배로 늘어 방송사업매출의 절반을 넘어섰고, 유료방송 생태계의 주요 재원인 홈쇼핑 송출수수료도 2025년 감소로 돌아섰다. 투자 위축이 채널 경쟁력 저하와 재원 재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시장 스스로 끊기 어렵고, 문화·예술·교육·지역·다큐멘터리 등 공익 장르는 시장만으로는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실시간 채널 제작 기반을 지키려면, 제작지원 안정성·지속성과 규모를 높이고 글로벌 수요가 국내 제작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1. 들어가며
미디어 이용의 무게중심이 주문형(Video on Demand, 이하 VOD)으로 옮겨간 지 오래지만, 최근 시장 흐름은 실시간 시청의 가치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 스포츠 중계와 대형 이벤트는 여전히 '지금, 함께 본다'는 동시성 경험으로 이용자를 모으고,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인 패스트 TV(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이하 FAST)의 확산은 편성형·실시간형 시청이 스트리밍 환경에서도 유효한 소비 방식임을 보여준다. 뉴스와 재난 정보, 지역 소식처럼 동시성이 본질인 콘텐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라이브 중심의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는 역설적으로, 실시간 채널을 기획하고 편성하며 콘텐츠를 공급해 온 사업자의 역량이 앞으로도 미디어 생태계의 핵심 자산임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그 역할을 줄곧 담당해 온 것이 PP다. PP는 단순히 채널을 송출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기획·제작·구매하고 편성해 유료방송 플랫폼과 시청자에게 공급하는, 실시간 채널 생태계의 콘텐츠 공급 기반이다. 문제는 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26년 5월 발표한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는 방송사업 전체 매출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방송광고 매출의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1) 시장 전체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대형 계열 사업자와 일반 PP의 사정은 크게 다르다. 겉으로 드러나는 산업의 외형과 달리, 채널의 대다수를 공급하는 일반 PP의 제작 여력은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이 글은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2015~2025년)을 재구성한 데이터와 최근 공표된 정부 통계를 토대로, PP 산업의 재원이 어떻게 동시에 위축되고 있는지, 비용 구조가 왜 '투자할수록 적자가 깊어지는' 형태로 굳어졌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에서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이 갖는 정책적 의미를 짚고 전망과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 1)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2026b. 2. 9.). 2026년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AI·디지털 기반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 공고(공고 제2026-022호).
2. PP 산업의 현황
2-1. 2년 연속 역성장에 들어선 방송시장
2024년 국내 방송시장 규모는 방송사업매출 기준 18조 8,3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2003년 조사 이래 첫 역성장을 기록한 2023년에 이은 2년 연속 감소다.2) 하락을 이끈 것은 방송 광고시장이다. 방송 광고시장은 전년 대비 6.8% 감소한 2조 1,976억 원으로, 전체 광고시장에서 TV 방송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7.7%까지 내려앉았다. 2022년 22.8%였던 비중이 2년 만에 5%p 넘게 빠진 것이다.3)
유료방송 플랫폼도 성장을 멈췄다. 2024년 유료방송 가입자는 3,630만(단자 기준)으로 전년 대비 0.04% 늘어나는 데 그쳤고,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은 7조 2,361억 원으로 0.1% 증가에 머물렀다.4) 가입자 증가율은 2021년 2.9%에서 2023년 0.01%, 2024년 0.04%로 사실상 0에 수렴했다.
OTT(Over-The-Top, 이하 OTT) 이용 확대가 전통 미디어 이용시간을 잠식하면서, 가입자 총량이 유지되더라도 채널의 광고 가치와 콘텐츠 대가의 기반이 함께 약해지는 국면이다.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집중은 한층 심해졌다.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이하 IPTV) 3사 계열이 유료방송 가입자의 87.2%, 매출의 91.7%를 차지한다.5) 수백 개 PP가 사실상 세 개의 플랫폼 계열과 콘텐츠 대가를 협상하는 구도여서, 개별 PP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 2)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2025. 12. 31.). 2024년 국내 방송산업 현황을 담은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
- 3)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6).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 4)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6).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 5)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6).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2-2. 평균이 가리는 위기
PP 산업의 외형만 보면 위기의 징후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2024년 PP의 방송사업매출은 7조 1,356억 원으로 전체 방송사업매출의 37.9%를 차지하는 최대 부문이고, 종사자도 1만 7,049명으로 방송산업 전체 고용의 45.6%에 이른다.6) 그러나 이 총량에는 홈쇼핑 PP의 매출 3조 4,168억 원과 MPP 실적이 함께 잡혀 있다. 방송채널사용사업 매출에서 상위 5개 MPP 점유율은 53.8%에 달하고, 지상파 3사 계열 PP의 점유율도 15.5%로 확대됐다. 산업의 평균은 소수 대형 사업자가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평균 아래를 들여다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2024년 일반 PP 전체 영업이익률은 1.5%로 전년(0.5%)보다 개선됐지만, 종합편성계열 PP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여타 일반 PP의 영업이익률은 -1.1%로 2023년(-2.0%)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7) 개선으로 집계된 수익성조차 대형 계열의 실적이 만들어 낸 평균이라는 뜻이다.
시계열을 늘려 보면 이는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이 분명해진다.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집에서 계열 MPP·종합편성·보도·홈쇼핑을 제외한 일반 PP 가운데 방송사업매출이 총매출의 절반 이상인 사업자, 즉 방송을 주업으로 하는 일반 PP만 추려 집계하면,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1년 연속 마이너스였다(그림 1).8) 물론 종합편성·CJ계열을 제외한 공식 통계 기준으로도 최근 적자 폭은 전년보다 줄었다. 그러나 문제는 등락이 아니라 수준이다. 적자 폭이 가장 작았던 해가 -2.6%(2017년), 가장 컸던 해가 -8.7%(2023년)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해가 관측 기간에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보여 주듯, 방송이라는 본업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관측 기간 내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6)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6. 1. 30.). 2025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주요 결과.
- 7)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의 일반PP는 방송산업 실태조사상 전체 PP에서 홈쇼핑·라디오·데이터·VOD PP를 제외한 사업자를 말하며, 영업이익률은 법인 전체 손익 기준이다. -1.1%는 여기서 종합편성계열 PP와 씨제이계열을 추가로 제외한 수치로, 같은 기준의 추이는 2022년 +1.2% → 2023년 -2.0% → 2024년 -1.1%다.
- 8)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의 일반 PP(계열 MPP·종합편성·보도·홈쇼핑 제외) 기준. 공표집의 손익·매출은 법인 전체 기준이어서 비방송 사업 실적이 섞이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림 1은 방송사업매출이 총매출의 50% 이상인 사업자(연 90~106개)로 한정해 산출했다. 주 11)의 공식 통계와는 산출 범위가 다르나 방향은 일치한다.
2-3. 직접·간접 재원의 동시 위축
일반 PP의 직접 재원은 크게 광고와 프로그램 제공 대가(수신료) 두 가지다. 여기에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유료방송 플랫폼의 수익 기반을 이루고, 플랫폼은 그 여력으로 PP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배분해 왔다는 점에서, 송출수수료는 일반 PP의 수신료를 간접적으로 떠받쳐 온 생태계 재원이다. 문제는 직접·간접 재원이 지금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광고에서의 매출 감소 문제다. PP 전체 광고매출은 2022년 1조 6,363억 원에서 2024년 1조 2,666억 원으로 2년 만에 22.6% 감소했다.9) 일반 PP로 좁혀도 광고매출은 2022년 2,263억 원을 정점으로 2024년 2,024억 원 까지 뒷걸음질했다. 2025년 광고매출은 표면상 2,585억 원으로 늘었으나 이는 공표집 분류 변경에 따른 편입 효과가 크고, 동일 사업자 기준으로는 1.9% 증가에 그쳐 회복이라 부르기 어렵다(표 1). 둘째, 수신료 정체 및 감소 현상이다. 일반 PP가 유료방송 플랫폼으로부터 받는 프로그램 제공 매출은 2022년 이후 3,100억 원 안팎에서 정체돼 있으며, 2025년에는 동일 사업자 기준 4.0% 감소했다. 가입자가 멈춘 플랫폼 시장에서 콘텐츠 대가의 파이 자체가 커지지 않는 것이다. 셋째, 간접 재원인 송출수수료 감소 현상이다. 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가율은 2020년 10.0%에서 2024년 0.2%로 급락했고,10) 공표집(SO·IPTV 합산) 기준으로도 2024년 +0.3%에서 2025년 -0.2%로 관측 기간 처음 감소로 전환됐다(그림 2).11) 특히 종합유선방송(SO)의 송출수수료는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어 2025년 6,958억 원에 그쳤다. 홈쇼핑 방송매출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재원이 다시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연도 | 사업자 수 | 방송사업 매출 |
광고 | 수신료 | 제작비 | 제작비/ 사업매출 |
제작비/ +수신료) |
|---|---|---|---|---|---|---|---|
| 2015 | 115 | 5,236 | 1,236 | 2,473 | 1,651 | 31.5 | 44.5 |
| 2016 | 119 | 5,179 | 1,203 | 2,380 | 1,633 | 31.5 | 45.6 |
| 2017 | 122 | 5,565 | 1,430 | 2,531 | 1,697 | 30.5 | 42.8 |
| 2018 | 120 | 5,196 | 1,464 | 2,473 | 1,698 | 32.7 | 43.1 |
| 2019 | 123 | 5,677 | 1,741 | 2,589 | 2,058 | 36.2 | 47.5 |
| 2020 | 130 | 6,034 | 1,833 | 2,644 | 2,174 | 36.0 | 48.6 |
| 2021 | 133 | 6,305 | 1,867 | 2,640 | 2,569 | 40.7 | 57.0 |
| 2022 | 139 | 7,745 | 2,263 | 3,041 | 3,282 | 42.4 | 61.9 |
| 2023 | 139 | 7,358 | 2,141 | 3,171 | 3,237 | 44.0 | 60.9 |
| 2024 | 133 | 7,187 | 2,024 | 3,122 | 3,428 | 47.7 | 66.6 |
| 2025* | 140 | 8,065 | 2,585 | 3,149 | 4,103 | 50.9 | 71.6 |
- 9)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6. 1. 30.). 2025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주요 결과.
- 10)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6).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 11) 경쟁상황 평가의 홈쇼핑 송출수수료(2024년 2조 4,611억 원)는 홈쇼핑 PP가 전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급한 금액이며, 그림 2는 공표집상 SO와 IPTV가 수취한 금액의 합산(2024년 2조 2,788억 원)으로 위성방송 수취분이 포함되지 않아 총액에 차이가 있다. 다만 증가율 둔화와 감소 전환의 추세는 두 계열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3. 비용 구조의 악화
3-1. 재원과 제작비의 가위 구조
재원 증가가 멈춰 선 사이 비용은 가파르게 올랐다. 일반 PP의 방송프로그램 제작비는 2015년 1,651억 원에서 2025년 4,103억 원으로 10년 새 2.5배가 됐다. 같은 기간 광고와 수신료를 합한 재원은 3,710억 원에서 5,734억 원으로 1.5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그림 3). 제작비가 방송사업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1.5%에서 2025년 50.9%로 높아져, 이제 일반 PP는 방송으로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 이상을 프로그램 제작에 쏟아붓고 있다. 광고·수신료 재원과 직접 견주면 제작비는 그 71.6%에 이른다(표 1). 두 곡선의 간격이 해마다 좁혀지는 이 '가위 구조'가 앞서 확인한 만성 적자의 실체다.
비용 상승의 배경에는 제작 요소가격의 전반적 상승과 함께, 글로벌 OTT가 끌어올린 콘텐츠 품질 기준이 있다. 주목할 점은 일반 PP가 아직 투자를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글로벌 오리지널 콘텐츠에 맞춰진 상황에서 투자를 줄이는 순간 시청자 이탈이 가속되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제작비를 늘려 온 것이 실상이다. 그러나 이런 투자 기조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PP의 매출원가율이 2024년 기준 80%에 육박하고 콘텐츠 투자 회수율은 35% 수준으로 미국 사업자(60~100%)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도 학계에서 제기된 바 있다.13) 이 분석대로라면 100원을 투자해 35원이 돌아오는 구조로, 재무 여력이 소진되는 순간 조정은 위험이 큰 신규 기획과 자체제작에서 가장 먼저, 가장 급격하게 일어난다.
3-2. 제작 수요의 글로벌 쏠림과 투자 양극화
산업 전체의 제작 투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문제의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2024년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비 총액은 4조 732억 원으로 2.5% 늘었고, PP의 제작·구매비도 2조 2,837억 원으로 5.9% 증가했다. 그러나 그 증가분은 고르게 배분되지 않았다. 지상파 3사 계열 PP의 제작·구매비가 한 해에 30.9% 급증하는 동안14), 일반 PP는 적자 속에서 제작비 부담만 무거워졌다. 총투자는 늘어도 제작 역량은 소수 계열로 집중되는 양극화다.
제작 수요의 축도 글로벌 OTT로 이동하고 있다. 2024년 방송·OTT의 드라마 공급은 108편으로 전년(112편)보다 줄었지만, 넷플릭스(Netflix)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2023년과 2024년 연속 30편 수준을 유지했다. 2024년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시간에서 한국 콘텐츠 비중은 8.8%로 미국에 이어 2위다.15)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입증될수록 제작 인력과 기획이 글로벌 자본 쪽으로 쏠리고, 국내 채널을 위한 제작 기반은 상대적으로 얇아지는 역설이 진행 중이다.
3-3. 악순환의 고리
이상의 흐름은 하나의 순환으로 요약된다. 광고·수신료·송출수수료가 함께 위축되면 일반 PP는 가장 조정하기 쉬운 지출, 곧 신규 기획과 자체제작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 제작 투자가 줄면 채널 차별성과 경쟁력이 떨어지고, 시청자와 이용시간이 이탈하며, 채널의 광고 가치와 콘텐츠 대가 협상력이 다시 낮아져 재원이 한층 더 위축된다(그림 4). 이 순환의 어느 지점도 개별 사업자의 노력만으로는 끊기 어렵다. 재원 위축이 시장 전체의 구조 변화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순환의 바깥에서 투입되는 힘, 곧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12) 표 1은 공표집 각 연도에서 구분상 일반 PP(2020년은 분류 체계 차이로 개별 PP 항목)를 집계한 것으로, 계열사 오분류 사례는 제외했다. 재분류 3개 사업자를 제외하면 2025년 제작비/방송사업매출 비중은 52.0%로 오히려 소폭 높다.
- 13) 정혜승 (2026. 5. 28.). 100원 투자해도 35원 회수하는 PP… "프로그램 사용료 정상화 시급". <디지털데일리>. https://ddaily.co.kr/page/view/2026052816114481636
- 1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6. 1. 30.). 2025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주요 결과.
- 15)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6).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4.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
4-1. 시장실패의 보정
일반 PP가 공급해 온 콘텐츠의 상당 부분은 문화·예술·교육·지역·다큐멘터리처럼 사회적 가치는 크지만, 단기 수익성이 낮은 장르다. 이런 콘텐츠의 편익은 시청률과 광고로 온전히 회수되지 않는다. 사회적 편익과 사적 수익의 간극이 존재하는 한 시장은 이들 장르를 필요한 수준보다 적게 공급하며 글로벌 OTT의 투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이 공백이 메워지지도 않는다. 글로벌 자본은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장르와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논리가 아니라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 자체에 내장된 논리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26조 제1항 제6호는 '방송통신콘텐츠 제작·유통 및 부가서비스 개발 등 지원'을 기금의 법정 용도로 명시한다. 정부의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도 방송발전기금 분담금 부과 목적을 '방송통신분야 연구 개발, 양질의 방송통신콘텐츠 제작·유통 지원, 시청자 권익증진, 해외한국어방송 지원 등을 통해 해당분야 시장실패 완화와 긍정적 외부효과 견인'으로 밝히고 있다.16) 콘텐츠 제작지원은 기금의 부수적 용도가 아니라 설치 목적의 한복판에 있는 본연의 기능이다. 방송의 공적 책임과 시청자 권익 보호, 국민문화 향상을 목적에 두는 방송법 체계에 비추어도, 공익 장르 제작 기반을 유지하는 일은 방송 정책이 내려놓기 어려운 목표다.
같은 맥락에서 제작지원은 적자 기업에 대한 보전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원 대상은 기업 손실이 아니라 '프로젝트'다. 지원이 없으면 제작되지 않거나 규모와 품질이 축소될 프로그램을 경쟁 방식으로 선별해서 '제작'이라는 산출물을 얻는 것이므로 정책 성격은 손실 보전이 아니라 시장이 만들지 못하는 콘텐츠 공급 계약에 가깝다. 지원받은 사업자는 자부담과 편성·유통 의무를 지고, 정부는 다양성과 제작 기반이라는 외부효과를 얻는다.
요컨대 제작지원의 정당성은 두 겹이다. 하나는 공익 장르 과소공급이라는 고전적 시장실패이고, 다른 하나는 낮은 투자회수율과 협상력 비대칭 아래에서 개별 사업자의 합리적 선택이 산업 전체 제작 기반 약화로 귀결되는 조정 실패다. 전자는 무엇을 지원할지를, 후자는 왜 지원이 지금 필요한지를 규정한다.
4-2. 제작지원 효과의 계량적 근거
지원의 효과는 정성적 당위를 넘어 계량적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먼저 재원이 실제로 제작 투자를 움직이는지 보기 위해, 공표집 패널(2015~2025년, 일반 PP)에서 사업자별 재원(광고+수신료) 변동이 같은 해 제작비 변동으로 이어지는 정도를 추정했다. 사업자 고정효과를 제거하고 연도별 공통 충격을 통제한 결과, 재원-제작비 전달 탄력성은 0.227(사업자 군집 표준오차 0.076)로 1% 수준에서 유의하다(표 2).17) 재원이 10% 줄면 같은 해 제작비가 평균 2.3% 줄어든다는 뜻으로, 3장에서 서술한 악순환의 첫 고리(재원 위축 → 투자 위축)가 사업자 수준 자료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셈이다. 이 전달 경로는 방향을 바꾸면 그대로 정책 지렛대가 된다. 제작지원과 같은 외생적 재원의 투입 역시 같은 경로를 따라 사업자의 제작 투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구분 | 종속변수: Δln(제작비) |
|---|---|
| Δln(광고+수신료) | 0.227*** (0.076) |
| 연도 고정효과 | 포함 |
| 관측치 (사업자 수) | 790 (152) |
| 결정계수(R²) | 0.033 |
출처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각 연도 재구성, 저자 추정
- 16) 기획재정부 (2025). 2026년도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 —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 17) 표 2는 공표집 패널에서 사업자·연도 관측치의 로그 1차 차분으로 사업자 고정효과를 제거하고 연도 더미로 공통 충격을 통제한 뒤 최소제곱법으로 추정한 것이다. 사명·법인격 변경 사업자는 동일 사업자로 연결했고, 로그 차분 절대값이 1.5를 넘는 극단 변동은 제외했다(제외하지 않아도 탄력성 0.206, p=0.011로 강건). 이 추정치는 재원과 투자가 사업자 수준에서 동행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엄밀한 인과효과의 식별에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지원 예산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산업연관분석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국은행 「2023년 산업연관표(연장표)」의 방송서비스 부문 유발계수(생산유발 1.894배, 부가가치유발 0.755배, 취업유발 7.90명/10억 원)를 적용하면, 2026년 제작지원 72억 원은 생산유발 약 136억 원, 부가가치유발 약 54억 원, 취업유발 약 57명의 파급효과를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18) 지원 1원이 국민경제에 1.9원 가까운 생산을 유발하는 구조로, 앞의 전달 탄력성과 결합하면 제작지원은 지원받은 프로젝트의 완성(직접 효과)에 그치지 않고 사업자의 자체 투자와 전후방 산업의 생산·고용으로 이어지는 이중의 파급 경로를 갖는다.
- 18) 유발계수는 한국은행 「2023년 산업연관표(연장표)」 통합중분류(83부문)의 방송서비스 부문 기준이다. 산업연관분석은 부문 평균 투입 구조에 기초한 추정이므로 개별 사업의 실제 효과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취업유발은 계수 단위(명/10억 원)에 따라 예산을 10억 원 단위로 환산해 적용했다.
4-3. 현행 제작지원의 성과와 과제
현행 대표 사업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AI·디지털 기반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이다. 2026년에는 인공지능 기반 해외진출형, 다큐멘터리 해외진출(K-DOCS), 인공지능 기반 공익형 3개 부문 5개 분야에서 20편 내외를 총 72억 원 규모로 지원한다.19) 기획·제작 전 단계에 인공지능·디지털 기술 활용을 결합하고 해외 유통까지 시야에 넣은, 제작비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설계다.
관건은 지원의 폭과 안정성이다. 지원 규모는 2025년 77억 원·21편에서 2026년 72억 원·20편으로 오히려 축소됐다(기금운용계획상 내역사업 예산도 2025년 122억 원에서 2026년 99억 원으로 약 19% 감소했다).20) 일반 PP만 140개(표 1)에 이르는 시장에서 연 20편 내외의 수혜 폭은, 개별 프로젝트에는 결정적 마중물이 될 수 있어도 산업의 투자 악순환을 끊는 구조 전환의 지렛대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다년 기획이 필요한 콘텐츠 제작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정책 목표가 인공지능 전환, 해외 진출, 공익 장르 유지 등으로 확대되는 만큼 목표에 상응하는 안정적 재원의 확보가 사업 성과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지원 요건의 설계도 함께 살펴볼 대목이다. 2026년 사업은 해외진출형과 공익형에서 지원금의 최소 20% 이상을 인공지능·디지털 기술 활용 비용으로 편성했다. 기술 전환을 촉진하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자체 현금흐름이 약한 일반 PP에는 기술비 집행이 부담 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는 만큼, 향후 사업 설계에서는 비율 요건과 함께 제작효율·품질·접근성 등 성과 중심 평가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 19)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2026b. 2. 9.). 2026년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AI·디지털 기반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 공고(공고 제2026-022호).
- 20) 72억 원·77억 원은 공고·보도 기준 지원 규모이고, 괄호 안은 기금운용계획상 'AI·디지털 기반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 내역사업 예산이다(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2026a). 동 사업은 2025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었다가 2026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이관됐다.
4-4. 기금의 순환 구조
방송발전기금 분담금은 지상파, 종합편성, 보도 PP의 광고매출, 유료방송 플랫폼의 방송서비스매출, 홈쇼핑 PP의 영업이익에 일정 요율로 부과된다. 기금의 수입 기반 자체가 방송시장 재원과 연동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사업자 분담금 징수 계획은 2025년 1,572억 원에서 2026년 1,526억 원으로 2.9% 줄었고 그 내역을 보면 지상파(-10.1%)와 종합편성·보도(-10.4%)의 감소 폭이 특히 크다.21) 방송시장 위축이 기금 수입 위축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연 1,500억 원대의 방송사업자 분담금이 조성되는 기금에서 일반 PP가 공모로 참여할 수 있는 경쟁형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 몫은 2026년 기준 100억 원에 미치지 않는다.22) 방송 생태계 제작 기반과 재원 순환을 복원하는 일이 기금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콘텐츠 제작·유통 지원이라는 기금 설치 목적에 비추어 제작지원 비중을 어떤 수준으로 설계할 것인지는 향후 정책 논의에서 다뤄볼 만한 주제다.
다만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분담금 징수 확대에서 찾는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분담금은 결국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 여력에서 나오는 재원이므로 부담 확대는 그만큼 제작 투자를 위축시켜 앞서 확인한 악순환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분담금 부과 기준과 징수 대상을 재검토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송통신콘텐츠 제작비용 지출 규모나 영업 손실 등을 감면·차등 요소로 고려하려는 방향이 포함된 것도 같은 문제의식으로 읽을 수 있다.23) 관건은 부담을 누구에게 더 지울 것인가가 아니라, 조성된 재원이 사업자의 제작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콘텐츠로 순환하도록 설계하는 데 있다.
해외의 제작지원 재원 구조 역시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는 국립영화영상센터(Centre national du cinéma et de l'image animée, 이하 CNC)가 극장 입장권, TV 사업자, 스트리밍 서비스에 부과되는 목적세로 연간 약 7억 8,500만 유로(2025년 기준)를 조성해 영상 산업을 지원하며 이 가운데 TV, 시청각 콘텐츠 제작, 창작 지원에만 연간 약 3억 유로를 배정한다.24) 캐나다는 연방정부 출연과 케이블·위성·IPTV 사업자의 부담금으로 캐나다미디어펀드(Canada Media Fund)를 조성해 2025~2026년 3억 4,600만 캐나다 달러를 자국 영상콘텐츠에 투자한다.25) 다만 두 기금은 영화 등 영상산업 전반을 포괄하고 재원·시장 구조도 달라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업자로부터 걷은 재원을 콘텐츠 제작으로 되돌리는 순환 구조가 안정적으로 제도화돼 있다는 점이다.
- 21) 기획재정부 (2025). 2026년도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 —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 22)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약 304억 원), KBS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지원(약 59억 원),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약 55억 원) 등 특정 사업자·목적의 제작지원은 별도이며(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2026a), 본문의 수치는 일반 PP가 공모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 기준이다. 기금 전체 운용 규모(2026년 약 1조 486억 원)에는 통신사 주파수할당대가 등이 포함되므로 본문의 비교는 방송사업자 분담금 수입과의 대비로 한정했고, 비중은 공식 문서의 수치로부터 계산한 값이다.
- 23) 제22대 국회에는 분담금 산정 기준에 방송협찬 매출액을 포함하는 안(의안번호 2203660), 일정 규모 이상의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로 징수 대상을 넓히는 안(의안번호 2203660, 2213646, 2218959), OTT·포털 등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징수 대상에 추가하면서 방송통신콘텐츠 제작비용 지출 규모와 영업손실 등을 분담금 면제·경감 및 징수율 차등 책정에 고려하도록 하는 안(의안번호 2218959)이 계류 중이다(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24) Sénat (2025). Projet de loi de finances pour 2026 — Rapport général: Cinéma et audiovisuel. https://www.senat.fr/rap/l25-139-318/l25-139-3187.html
- 25) Canada Media Fund (2025. 5. 14.). CMF Announces $346M Program Budget for 2025-2026. https://cmf-fmc.ca/news/cmf-announces-346m-program-budget-for-2025-2026/
4-5. 인공지능 전환기의 이중 효과
지금이 제작지원 효과가 가장 큰 시점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디지털 제작 도구는 자막, 번역, 음성, 아카이브 복원, 후반작업 등에서 제작비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수단이다. 제작비 급등이 위기의 한 축인 산업에서, 인공지능 제작 역량 이전은 한 번의 지원 효과가 지원 이후 제작비 절감으로 지속되는 이중 효과를 갖는다. 개별 일반 PP가 감당하기 어려운 기술 학습 비용을 공공이 분담해 산업 전체 비용 곡선을 낮추는 것,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 제작지원의 새로운 정당성이다.
두 효과의 성격은 생산가능곡선으로 표현하면 분명해진다(그림 5). 시장에 맡겨진 균형은 곡선 위에서 상업 장르에 치우친 점(M)을 고른다. 공익 장르의 사회적 편익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작지원은 이 배분을 곡선 위에서 사회적 최적점(S) 쪽으로 옮기는 개입이다. 반면 인공지능 제작 역량 확산은 같은 재원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곡선 자체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개입이다(S′). 현행 사업처럼 재정 지원과 인공지능 역량 이전이 결합되면 배분 교정과 역량 확장이 동시에 일어나며 이것이 같은 예산으로 더 큰 효과를 내는 지원 설계의 논리적 기초가 된다.
세제 지원과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정리된다.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조세특례제한법 제25조의6)는 공제받지 못한 금액의 이월공제가 허용되지만, 납부할 세액이 없는 사업자에게는 제작에 착수하는 시점의 현금흐름을 개선해 주지 못한다. 장기간 적자 구간에 있는 일반 PP의 제작 투자를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은 결국 프로젝트 단위의 직접 지원이며, 세액공제는 흑자 전환 이후 투자 여력을 뒷받침하는 보완 수단에 가깝다.
4-6. 해외 사업자의 국내 투자 활성화
재정 지원과 함께 주목할 것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글로벌 수요를 국내 제작 기반에 대한 투자로 연결하는 일이다. 2024년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시간에서 한국 콘텐츠 비중은 미국에 이어 2위였고 2023~2024년 한국 오리지널 공급도 연 30편 수준이었다.26) 한국 콘텐츠에 대한 해외 사업자 투자 수요는 이미 검증된 셈이다. 문제는 앞서 본 것처럼 이 수요가 소수 대형 제작사와 흥행 장르에 집중되면서 일반 PP의 제작 생태계와 분리된 채 작동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자본을 부담금 부과 대상으로 보기에 앞서, 국내 제작 생태계로 끌어들일 투자자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단은 부담이 아니라 유인이다. 영상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의 추가공제는 국내에서 발생한 제작비용 비율을 요건으로 두어 해외 사업자가 발주한 콘텐츠라도 이를 수행하는 국내 제작 주체가 국내 지출 비중을 높일수록 공제 혜택이 커진다. 혜택의 귀속 주체는 국내 제작사지만, 그만큼 국내 제작 원가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 사업자가 제작 물량을 국내에 맡길 유인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일반 PP, 독립제작사와 해외 사업자 간 공동제작, 국내 채널 방영권과 국내 사업자의 IP 지분 또는 수익 배분 기준을 협약에 명시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제작지원 사업의 별도 트랙으로 두면, 글로벌 자본 투자가 국내 채널의 라이브러리와 제작 역량으로 축적되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 해외 사업자 국내 투자 확대는 제작 인력, 인프라 가동률을 높이고 일반 PP가 참여할 수 있는 제작 시장의 저변을 넓힌다는 점에서, 재정 지원과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다.
- 26)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6).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5. 전망 및 시사점
앞에서 확인한 악순환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그 결과는 일반 PP의 경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먼저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문화·예술·교육·지역·다큐멘터리 장르가 편성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고, 국내 제작 인력과 기획 역량이 글로벌 OTT 중심으로 재편되면 국내 채널을 위한 제작 기반은 한층 얇아진다. 채널 매력도가 낮아진 유료방송 생태계는 가입자 이탈과 재원 위축을 다시 겪게 되고, 그 끝에서 방송발전기금의 수입 기반 역시 함께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제작지원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외생 투입으로 기능한다면, 제작 기반 유지와 채널 경쟁력 회복, 재원 순환 복원이 같은 경로를 거꾸로 밟게 된다.
이상의 분석으로부터 다섯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제작지원의 안정성과 지속성, 그리고 규모를 한 단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연 단위로 등락하는 소규모 지원으로는 다년 기획이 필요한 다큐멘터리·시리즈물이 설 자리가 없다. 다년도 협약과 안정적 재원 계획에 기반한 지원 구조로 전환하고 정책 목표의 확대에 걸맞은 지원 폭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일반 PP 전용 트랙의 확충이다. 대형 계열과 일반 PP가 같은 경쟁군에서 심사받으면 브랜드·유통망·자부담 능력이 앞서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계열 관계와 재정 여력을 반영한 전용 트랙과 차등 자부담 설계가 지원의 실효성을 좌우한다.
셋째, 인공지능 제작 역량 지원과의 연계다. 비율 요건 중심의 기술비 편성보다, 공동 활용이 가능한 인공지능 제작 인프라와 교육·컨설팅을 결합해 일반 PP의 비용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이 적절하다.
넷째, 콘텐츠 대가 산정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재정 지원만으로 시장 재원의 위축을 상쇄할 수는 없다.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을 둘러싼 사업자 간 이견이 큰 상황에서27), 콘텐츠 대가가 채널 품질과 기여를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산정 기준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제작 투자가 시장에서 회수되는 경로가 작동하고 지원 효과도 축적된다.
다섯째, 해외 사업자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는 유인 설계다. 분담금 부과같은 부담 중심의 접근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업자 투자 여력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 이에 세제 유인과 공동제작, IP 배분 트랙을 통해 이미 검증된 글로벌 수요가 국내 제작기반 투자로 이어지는 정책 조합이 바람직하다.
라이브 중심의 미디어 패러다임 변화는 실시간 채널의 가치를 되살리지만, 채널을 채울 콘텐츠 제작 기반이 무너지면 그 기회는 우리 것이 되지 않는다. 일반 PP에 대한 제작지원은 쇠퇴하는 산업의 연명 비용이 아니라, 위축의 악순환을 성장의 선순환으로 돌려세우는 전환 투자다. 방송 재원의 순환이 느려지는 지금이 바로 그 투자에 나설 때다.
- 27) 강소현 (2026. 2. 2.). '진퇴양난' 빠진 방송시장… 콘텐츠 사용료 두고 "더 받아야" vs "덜 내야". <디지털데일리>. https://m.ddaily.co.kr/page/view/2026020214084353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