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유료 실시간 재생 플랫폼을 중심으로 스포츠 중계권 시장이 재편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큰 경기의 시청 접근성이 구독료와 플랫폼 독점, 디지털 이용 환경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2026년 동계올림픽과 북중미 월드컵의 단독·독점 중계는 보편적 시청권 논쟁을 재점화하는 한편, 고가 중계권 확보가 방송사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부작용도 함께 드러냈다. 본고는 국내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현황과 한계를 진단하고, 영국·호주의 제도적 접근과 일본·유럽의 시장 거버넌스를 비교한 뒤, 실현 가능성과 사회적 합의 가능성을 평가지표로 삼아 제도와 시장 거버넌스를 결합한 재설계 방향을 제언한다.
1. 들어가며
1-1. 문제 제기: 실시간 재생 여부가 가른 시청 격차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는 '당연히 누구나 볼 수 있는 방송'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어떤 경기를 볼 수 있는지는 가입한 플랫폼이 무엇인지, 구독료를 낼 수 있는지, 디지털 서비스를 얼마나 익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시대가 되었다. 스포츠 중계 시장의 중심이 지상파에서 OTT와 실시간 재생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국민 누구나 함께 보는 경기'라는 전제가 흔들리는 것이다.
2026년 2월 열린 제25회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Milan·Cortina d'Ampezzo) 동계올림픽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JTBC가 국내 중계권을 단독 확보했지만, 개막식 시청률은 1.8%에 머물렀다. 이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식(11.3%)이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지상파 3사 합산 시청률(약 18%)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1) 중계권은 독점했지만, 시청자는 이미 OTT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같은 해 열린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JTBC는 계열사 피닉스스포츠를 통해 약 1억 2,500만 달러(제작비 포함 약 1,900억 원)를 들여 국내 중계권을 단독 확보했다. 이는 지상파 3사가 코리아 풀(Korea Pool)을 구성해 공동 구매하던 기존 방식과 결별한 사례였다.2) 이후 JTBC는 중계권 일부를 지상파에 재판매하려 했지만, KBS만 참여했고 MBC와 SBS는 협상에 이르지 못했다. 디지털 중계권은 별도로 네이버에 판매3)되면서 결국 월드컵은 JTBC와 KBS를 통해서만 중계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중계권 비용은 방송사의 경영에도 큰 부담이 되었다. 중계권 확보를 주도한 콘텐트리중앙은 약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계열사들이 잇따라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4) 국민적 관심 행사의 독점은 시청자의 접근성을 제한했을 뿐 아니라, 중계권을 확보한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까지 위협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올림픽이나 월드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티빙(TVING)은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을 독점했고, 쿠팡플레이(coupang play)는 국가대표 경기와 해외 축구 리그를, 넷플릭스(Netflix)는 미국프로풋볼(NFL)과 프로레슬링(WWE)을 핵심 실시간 중계 콘텐츠로 확보하며 스포츠 중계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5) 반면 KBO 리그(프로야구)나 K리그(프로축구)처럼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 상당수는 현행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6) 그 결과 어떤 경기를 볼 수 있는지는 국민이라는 지위 보다, 구독 여부와 플랫폼 선택, 디지털 이용 역량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시청 격차'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해법을 단순히 '무료 지상파 중계 확대'에서 찾기도 어렵다. 중계권료가 급등한 현실에서 무료 실시간 중계를 의무화하면 그 부담은 결국 방송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JTBC 사례는 시청 접근성을 보장하는 정책이 자칫 방송사의 재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정책은 '국민의 볼 권리'와 '중계권 시장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 1)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청률(1.8%) 및 과거 대회 비교는 「JTBC, '월드컵 대박' 터진 날 206억 채무불이행 충격」, <더커넥트머니>, 2026. https://www.theconnectmoney.com/ko-kr/articles/4214
- 2) 「한국 32강 직행 무산 ⋯ 1850억원 중계권 산 JTBC도 '비상'」, <이투데이>, 2026. 6. 25. https://www.etoday.co.kr/news/view/2597374
- 3) 「결국 SBS·MBC 빠진 월드컵 중계 ..JTBC 배성재-KBS 전현무 투입」, <스타뉴스>, 2026. 4. 22. https://www.starnewskorea.com/star/2026/04/22/2026042216291331258 디지털 중계권의 네이버 판매는 위 <이투데이>(2026. 6. 25.) 참조.
- 4) 「JTBC 어쩌다가 …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도 회생절차 신청」, <한국경제>, 2026. 6. 15.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61563637
- 5) 「야구 찍고 농구까지 … 티빙의 진격과 '보편적 시청권' 논쟁」, <더스쿠프>, 2024. 7. 23.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657
- 6) KBO 리그·K리그가 국민관심행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은 위 <더스쿠프>(2024. 7. 23.) 및 「JTBC 올림픽 독점 중계권과 보편적 시청권 제한 논란」,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블로그>, 2026. 2. 27. https://blog.sugar.legal/105262 참조.
1-2. 이 글의 목적·범위·방법
우리나라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을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나 주요 행사 등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한다.7) 이를 구체화한 방송통신위원회 고시는 올림픽과 FIFA 월드컵은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이하 WBC), 국가대표 축구 A매치 등은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8) 또한 「방송법」은 중계방송권의 부당한 판매·구매 거부를 금지하고,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공동계약 권고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9) 제도의 기본 취지는 국민 누구나 주요 스포츠 행사를 합리적인 조건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빠르게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행사'라는 개념은 여전히 추상적이며, 무료인지 또는 어느 수준의 비용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무엇보다 2007년 제도 도입 당시를 전제로 설계된 탓에 OTT와 실시간 재생 플랫폼이 중심이 된 오늘날의 중계권 시장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10)
이 글의 목적은 보편적 시청권을 단순히 '무료 시청권'으로 확대 해석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 시청 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중계권 시장이 지속 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는 정책 설계 방향을 찾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접근권 보장과 시장 효율성을 대립적인 가치로 보지 않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정책 모델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제2장에서는 실시간 재생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스포츠 중계 시장과 보편적 시청권의 의미를 살펴본다. 제3장에서는 국내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분석하고, 제4장에서는 영국과 호주의 제도적 접근, 그리고 독일·일본·유럽의 시장 거버넌스를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실현 가능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기준으로 제도와 시장 거버넌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Hybrid)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 7) 「방송법」 제2조 제25호.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
- 8)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및 그 밖의 주요행사」(방송통신위원회고시 제2016-14호) 제3조 ; 방송통신위원회(2023), 「보편적 시청권 관련 금지행위 세부기준 개선 연구」(방송·통신융합정책연구 KCC-2023-27) 참조.
- 9) 「방송법」 제76조의3(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조치 등) 및 제76조의4(중계방송권의 공동계약 권고). 같은 법 시행령 제60조의3은 금지행위의 세부 유형을 정한다.
- 10) OTT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서 「방송법」의 규율 대상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다는 지적은 「변화하는 방송시장, 보편적 시청권 현황과 개정 방향」,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https://www.kocca.kr/trend/vol39/leaderspoint/leaderspoint1.html 및 위 <더스쿠프>(2024) 참조.
2. 실시간 중계 패러다임 전환과 보편적 시청권의 재조명
2-1. 보편적 시청권의 개념과 제도적 기원
'보편적 시청권'은 단순히 국민이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권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청자의 권리와 중계권자의 의무를 함께 담고 있는 개념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국민 누구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사를 합리적인 조건에서 시청할 수 있는 '접근권'이며, 중계권자 입장에서는 독점적으로 확보한 권리를 일정 수준 이상 국민에게 개방해야 하는 '공적 의무'이기도 하다.
이러한 개념은 통신 분야의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에서 출발했다. 보편적 서비스가 누구나 적정한 비용으로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라면, 보편적 시청권은 그 원칙을 방송 영역으로 확장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즉, 국민적 중요성을 가진 콘텐츠는 시장 논리만으로 배분해서는 안 되며, 일정 수준의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11)
- 11) 보편적 시청권을 통신의 보편적 서비스에서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로 확장된 개념으로 보는 논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편적 시청권 개념 및 제도 재정립 방안 연구(국가정책연구포털 NKIS) 참조. https://www.nkis.re.kr/subject_view1.do?otpId=OTP_0000000000003824&otpSeq=0
이 제도의 출발점은 유럽연합(EU)이다. 유럽연합은 1989년 「Television Without Frontiers」 지침을 제정한 이후 1997년 개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사(events of major importance for society)'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은 국민적 중요성이 큰 스포츠나 행사를 목록으로 지정하고, 유료방송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더라도 국민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이 제도는 2010년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 AVMSD)」으로 이어지며 오늘날 유럽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기반이 되었다.12)
영국의 listed events 제도와 호주의 anti-siphoning 제도 역시 이러한 유럽적 철학 위에서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 역시 2007년 「방송법」 개정을 통해 이를 도입하였다.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의 정의와 함께 국민관심행사의 지정, 중계방송권의 공정한 제공 의무,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 금지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공동계약 권고 제도 등을 마련하였다.13)
- 12) European Commission, "Television without Frontiers Directive"(Directive 97/36/EC).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LEGISSUM:l24101 현행 근거는 Directive 2010/13/EU(AVMSD) 제14조. https://digital-strategy.ec.europa.eu/en/policies/avmsd-content-distribution
- 13) 「방송법」의 보편적 시청권 관련 규정(제2조 제25호 정의, 제76조 이하)은 2007. 1. 26. 개정으로 신설되었다.
다만 제도가 만들어진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한계도 분명해졌다. 당시에는 텔레비전 중심의 방송 환경을 전제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OTT와 실시간 재생 플랫폼이 중심이 된 오늘날의 시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또한, '보편'의 의미와 허용 가능한 비용 수준 역시 여전히 불명확하게 남아 있다.
2-2. OTT·실시간 재생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중계권 시장
보편적 시청권 논쟁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스포츠 중계 시장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OTT 플랫폼 경쟁은 영화나 드라마 같은 주문형 콘텐츠(Video on Demand, VOD)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쟁의 중심축이 실시간 콘텐츠, 특히 스포츠 실시간 중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스포츠는 가입자를 유치하고 구독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다. 티빙은 2024년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을 3년간 1,350억 원에 확보하며 유료 독점 시대를 열었고,14) 이후 2031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15) 쿠팡플레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ngland Premier League, 이하 EPL)를 비롯해 아시아 축구 연맹(Asian Football Confederation, 이하 AFC) 주관 경기와 K리그, 국가대표 경기, 유럽 주요 축구 리그를 확보16)하며 스포츠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14) 「KBO 온라인 중계 '유료 시대' 개막」, <매일일보>. 티빙은 2024~2026년 3년 총 1,350억 원(연 450억 원)에 KBO 리그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했고, 광고형 요금제 월 5,500원부터 유료 시청으로 전환했다.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098362
- 15) 「티빙, 프로야구 유료 독점중계 연장」, <미디어오늘>, 2025. 11. 21. 티빙은 우선협상을 통해 2031년까지 KBO 유무선 중계권을 연장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252
- 16) 「쿠팡플레이, 2025~2026 시즌부터 EPL 국내 독점 중계」, <한국경제>, 2025. 3. 24.(6년·총 4,200억 원). 쿠팡플레이는 2025년부터 4년간 AFC 주관 경기 뉴미디어 중계권도 보유하며, K리그·국가대표 경기와 유럽 4대 리그를 함께 중계한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3244214i
이 같은 변화는 특정 종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국내외 주요 스포츠 리그와 국제 대회 대부분이 OTT와 실시간 재생 서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현재 중계권 시장의 구조는 표 1의 내용과 같다.
| 이벤트·리그 | 주요 중계권 보유 사업자 | 사업자 유형 | 접근 방식·비고 |
|---|---|---|---|
| 2026~2032 동·하계 올림픽 | 국내 JTBC | 종편 | - 지상파 중계권 일부 재판매 무산 - 디지털 중계권 일부 네이버에 판매 |
|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 국내 JTBC·KBS | 종편·지상파(재판매) | - 약 1,900억 원 계약 - 디지털 중계권 네이버에 판매 |
| KBO 리그 (뉴미디어 계약 한정) | 국내 티빙 | OTT | - 2024년 시즌부터: 3년 1,350억 원 계약 - 2031년까지 계약 연장 - OTT 월 구독료: 5,500원~ |
| K리그1·국가대표 A매치 (뉴미디어 계약 한정) | 국내 쿠팡플레이 | OTT | 2025년부터: AFC 주관 경기 4년 계약 |
| EPL·라리가·분데스리가·리그앙 | 국내 쿠팡플레이 | OTT | - EPL 2025-26년 시즌부터: 6년 4,200억 원 계약 - '스포츠 패스' 유료 |
| KBL | 국내 티빙·tvN SPORTS | - | - 2024-25년 시즌부터: 4년 계약 - 일부 유료 |
| NFL (목요일·크리스마스 등) | 해외 아마존 프라임·넷플릭스·피콕(Peacock) 등 | - | 10년간 권리가치 약 1,000억 달러 |
| WWE Raw | 해외 넷플릭스(미국·캐나다·영국·라틴아메리카) | OTT | 2025년~ |
| NBA | 해외 아마존 프라임 등 국내 쿠팡플레이 |
OTT | 2025-26년 시즌부터 |
| MLS·MLB(일부)·F1 | 해외 애플 TV(Apple TV) | OTT | - MLS 시즌 패스 등 - F1: 2026년부터 |
| UEFA 챔피언스리그 | 해외(미국) 파라마운트+(Paramount+) | OTT | 실시간 재생 중심 |
- 17) 표 1은 각 사업자 발표 및 언론 보도(<한국경제>·<이투데이>·<미디어오늘>·<스타뉴스>·NBC News·The Current 등)를 종합하여 저자가 재구성한 것이다(2026년 6월 기준). 계약 금액·기간은 보도 기준 추정치를 포함한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넷플릭스는 미국 미식축구리그(National Football League, 이하 NFL) 크리스마스 경기와 미국 프로레슬링(World Wrestling Entertainment, 이하 WWE) 중계권을 확보했고,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은 NFL과 미국 프로 농구(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이하 NBA)를, 애플 TV(Apple TV)는 미국프로축구(Major League Soccer, 이하 MLS)와 미국프로야구(Major League Baseball, 이하 MLB), F1(FIA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 이하 F1) 등으로 스포츠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18) 그 결과 미국 스포츠 중계권 시장 규모는 2027년 약 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NFL 중계권은 10년 약 1,000억 달러에 거래되는 세계 최고 가치의 스포츠 콘텐츠가 되었다.19)
- 18) 넷플릭스는 2024년 NFL 크리스마스 경기 중계를 시작해 2029-30 시즌까지 권리를 확장했고, 2025년부터 WWE <Raw>를 독점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NFL 목요일 경기(TNF)와 2025-26 시즌 NBA를, 애플 TV는 MLS·일부 MLB·F1(2026~)을 보유한다. Sports Media Watch(2026. 5.) 및 The Current 참조. https://www.thecurrent.com/media/guide-us-streaming-sports-rights-ctv
- 19) 미국 스포츠 중계권 지급액은 2027년 약 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S&P Global), NFL 권리는 10년 약 1,00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권리로 평가된다. The Current 및 MIDiA Research 참조. https://www.midiaresearch.com/blog/netflix-the-nfl-and-the-amazon-effect
실시간 재생 플랫폼이 스포츠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실시간 스포츠는 이용자가 플랫폼을 선택하게 만들고, 한번 가입한 이용자가 쉽게 이탈하지 않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락인(lock-in)'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스포츠 실시간 경기가 OTT 가입 여부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으며, 티빙이 넷플릭스를 제치고 국내 플랫폼 가운데 가장 긴 평균 시청 시간을 기록한 배경에도 KBO 독점 중계가 있었다.20)
- 20) 「티빙, 넷플릭스 넘었다… KBO 독점중계 효과 톡톡」, <이투데이>, 2024. 3. 30. 메조미디어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OTT 구독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같은 시기 티빙의 1인당 평균 시청 시간(502분)이 넷플릭스(422분)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345769
결국 스포츠 실시간 중계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플랫폼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전략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은 한편으로 국민의 시청 접근성을 낮추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계권료 상승을 통해 방송 시장 전체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2-3. 두 개의 과제: 시청 접근성과 중계권 시장의 지속가능성
실시간 중계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은 두 가지 정책 과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하나는 국민이 중요한 스포츠 경기를 얼마나 쉽게 시청할 수 있는가라는 '접근성'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급등하는 중계권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시장 지속가능성' 문제다. 두 과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한쪽만 해결해서는 균형 있는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
2-3-1. 시청 접근성의 문제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시청 비용의 증가이다. 과거 무료로 제공되던 스포츠 중계가 유료 구독 서비스로 전환되면서 시청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KBO 리그는 티빙 독점 이후 월 구독료를 내야 시청할 수 있게 되었고,21) 종목별로 서로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도 일반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은 새로운 장벽에 직면한다. 더욱이 KBO 리그와 K리그처럼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 상당수는 현행 국민관심행사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22) 실제 조사에서도 국민들은 보편적 시청권을 구현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무료 또는 최소 비용의 시청 환경과 공영방송의 역할을 꼽았다. 이는 시청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23)
2-3-2. 중계권 비용과 시장 지속가능성
반대로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중계권료 급등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KBO 뉴미디어 중계권은 불과 몇 년 사이 두 배 이상 상승했고, EPL처럼 단일 리그 중계권도 수천억 원 규모에 거래되고 있다. 가입자 확보 경쟁 속에서 플랫폼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24)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결국 방송사나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제1장에서 살펴본 JTBC 사례는 독점적 중계권 확보가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보편적 시청권을 무료 중계 의무 중심으로만 설계한다면, 급등한중계권료를 무료 방송 사업자가 떠안게 되고 또 다른 시장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시청 접근성과 시장의 지속가능성은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접근성만 강조하면 사업자의 부담이 커지고, 시장 효율성만 중시하면 국민의 시청권이 약화된다. 앞으로의 정책은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현황과 구조적 한계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11)
- 21) 티빙 이전에는 네이버 등 통신·포털 연합이 KBO 리그를 무료로 생중계했다. 「KBO 온라인 중계 '유료 시대' 개막」, <매일일보> 참조.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098362
- 22) KBO 리그·K리그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고시상 국민관심행사에 포함되지 않아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 보장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야구 찍고 농구까지… 티빙의 진격과 '보편적 시청권' 논쟁」, <더스쿠프>, 2024. 7. 23.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657
- 23) 일반인은 보편적 시청권 구현 매체로 무료 또는 최소한의 비용 지불을 중시하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매체 지정 확대보다 매체 간 경쟁과 소외계층 보완을 강조한다는 조사 결과로는 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NKIS) 참조.
- 24)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은 연 220억 원(종전)에서 연 45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상승했고, TV 중계권(연 540억 원)을 합치면 연 약 990억 원에 이른다. 「프로야구 휴대폰·인터넷으로 보려면 돈내야 한다」, <부산일보/매일일보>; 티빙은 약 1,420억 원의 적자 속에서도 거액을 투입했다(<이투데이>, 2024. 3. 30.). https://www.etoday.co.kr/news/view/2345769
3. 국내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현황과 한계
3-1. 현행 법·제도 체계
우리나라의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방송법」, 「방송법 시행령」, '방송통신위원회 고시'로 구성되어 있다. 법률은 보편적 시청권의 정의와 사업자의 기본 의무를 정하고, 시행령은 금지행위 유형과 가시청가구 비율을 구체화한다. 고시는 실제로 어떤 행사를 국민관심행사로 보호할 것인지를 정한다. 즉, 법률이 제도의 뼈대를 만들고, 시행령과 고시가 작동 방식을 채우는 구조다.25)
| 구분 | 근거 규정 | 주요 내용 |
|---|---|---|
| 법률 | 「방송법」 제2조 제25호 | 보편적 시청권의 정의(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등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권리) |
| 법률 | 「방송법」 제76조 | 국민관심행사 고시; 중계방송권의 공정·합리적·차별 없는 제공 의무 |
| 법률 | 「방송법」 제76조의2 |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국민관심행사 선정·순차편성·공동계약 등 권고) |
| 법률 | 「방송법」 제76조의3 | 금지행위 4유형(① 가시청가구 미확보 ② 실시간 중계 미이행 ③ 판매·구매 거부·지연 ④ 자료화면 미제공) 및 시정조치·과징금 |
| 법률 | 「방송법」 제76조의4 | 과다 경쟁 방지를 위한 중계방송권 공동계약 권고 |
| 시행령 | 「방송법 시행령」 제60조의3 | 금지행위 세부 유형 및 가시청가구 비율(90%/75%) |
| 고시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고시 제2026-11호 | 국민관심행사 종류(90%: 올림픽·FIFA 월드컵 / 75%: 아시안게임·WBC·AFC 경기·국가대표 축구 A매치 등), 자료화면 제공 기준, 3년 재검토 |
현행 고시는 국민관심행사를 두 단계로 나눈다. 동·하계 올림픽과 성인 남녀 국가대표가 출전하는 FIFA 월드컵은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동·하계 아시아경기대회, WBC, 성인 남자 국가대표가 출전하는 AFC 주관 경기와 축구 A매치 등은 전체 가구의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뉴스와 해설을 위한 자료화면 제공 기준을 두고, 국민관심행사 목록의 타당성을 3년마다 재검토하도록 하고 있다.27)
제도 운용은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위원회는 국민관심행사 선정, 순차편성, 공동계약 권고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금지행위가 발생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SBS가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확보했을 때, 방송통신위원회는 공동 중계 협상 지연을 금지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사례는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집행 가능한 규제 수단임을 보여주었다.28)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제도 자체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제도는 이미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지금의 시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느냐이다. 2007년에 만들어진 제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중심의 미디어 환경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2026년의 스포츠 중계 시장은 OTT, 모바일, 플랫폼 독점, 디지털 중계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바로 이 간극에서 현행 제도의 한계가 드러난다.
3-2. 제도의 구조적 한계
현행 제도는 외형상 완결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네 가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 '보편'과 비용 기준이 불명확하다. 둘째, OTT와 온라인 플랫폼이 제도 밖에 놓여 있다. 셋째, 국민관심행사 목록이 좁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넷째, 분쟁 해결과 집행의 실효성이 충분하지 않다.
3-2-1. '보편'과 비용 기준의 불명확성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보편'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을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를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하지만, 그 시청이 무료여야 하는지, 낮은 비용이면 되는지, 또는 어떤 수준의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하는지는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제도의 초점도 시청자인 국민보다 중계권자와 방송사업자의 행위 규제에 맞춰져 있다. 법은 누가 중계권을 팔아야 하는지, 판매를 거부하면 어떤 제재를 받는지를 비교적 상세히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어떤 행사를 어떤 비용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이름은 있지만, '보편'의 실질적 내용은 아직비어 있는 셈이다.29)
- 25) 「방송법」 제2조 제25호(정의), 제76조(공정·합리적·차별 없는 제공), 제76조의2(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 제76조의3(금지행위)·제76조의4(공동계약 권고), 위반 시 시정조치·과징금.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
- 26) 표 2는 「방송법」·「방송법 시행령」·방송통신위원회 고시 및 방송통신위원회(2023),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디지털 중계권 개념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KCC-2023-23)를 바탕으로 저자가 정리한 것이다.
- 27)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및 그 밖의 주요행사」(고시 제2026-11호) 제3조·제4조 및 「보편적 시청권 관련 금지행위 세부기준」(자료화면 제공 기준). 「변화하는 방송시장, 보편적 시청권 현황과 개정 방향」, <한국콘텐츠진흥원 N콘텐츠> 참조. https://www.kocca.kr/trend/vol39/leaderspoint/leaderspoint1.html
- 28) 2010년 SBS 단독계약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공동중계 시정명령·과징금 부과는 「유료방송 다음은 OTT 될 수도… '보편적 시청권 실질적 보장을'」, <한국기자협회보>, 2026. 1.; 가시청가구 요건을 충족해도 판매거부 금지의무를 면할 수 없다는 점은 관련 최초 판결의 취지다(<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블로그>, 2026. 2. 27.). https://m.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60108
3-2-2. OTT와 온라인 플랫폼의 사각지대
두 번째 한계는 디지털 플랫폼의 사각지대다. 현행 제도는 방송법 체계 안에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송사업자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반면 OTT 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어 방송법상 방송사업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규율되지 않는다.30)
물론 「방송법」 상 '중계방송권자등'에는 방송사업자가 아닌 자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OTT 사업자가 중계권을 보유한 경우에도 일정한 의무를 적용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OTT가 자사 플랫폼에서 유료 독점 중계를 할 경우, 이를 기존의 '가시청가구 비율'이나 '보편적 방송수단 확보'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할지는 불명확하다. 텔레비전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가 모바일과 실시간 재생 서비스 중심의 시장을 만났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규제 공백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 중계권'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어 왔다. 이제 중계권은 단순히 방송 채널의 문제가 아니다. 지상파, 유료방송, OTT, 포털 사이트, 모바일 앱이 서로 다른 권리 묶음으로 나뉘어 거래된다. 보편적 시청권 제도도 이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31)
3-2-3. 국민관심행사 목록의 협소성
세 번째 한계는 보호 대상의 범위가 좁다는 점이다. 현행 국민관심행사는 주로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WBC, 국가대표 축구 경기 등 국가대표 중심의 스포츠 이벤트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KBO 리그나 K리그처럼 실제 국민적 관심이 높은 프로스포츠는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다. 패럴림픽처럼 공익성과 상징성이 큰 행사 역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32)
목록을 3년마다 재검토하는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만, 스포츠 소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부족하다. 국민의 관심은 더 이상 국가대표 경기만을 중심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특정 리그, 특정 선수, 특정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그런데 제도는 여전히 정해진 목록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시장의 변화 속도와 제도의 반응 속도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33)
3-2-4. 분쟁해결·집행의 실효성 부족
네 번째 한계는 집행력이다.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금지행위와 제재 수단을 두고 있지만, 실제 분쟁 상황에서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해결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중계권 거래는 대회 개최 전 일정 시점에 이미 사실상 확정되기 때문에, 사후 제재만으로는 국민의 시청 접근성을 회복하기 어렵다.
또한, 제도를 집행할 거버넌스도 안정적이지 않았다.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는 일정 기간 구성 공백을 겪었고, 종합편성채널의 올림픽 단독 중계와 재판매 분쟁 국면에서도 규제기관의 적극적 개입보다는 사업자 간 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가 먼저 부각되었다.34) 이는 2010년 SBS 단독 중계 사안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으로 공동 중계를 유도했던 사례와 대비된다.
현재의 제도는 사후 규제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실시간 스포츠 중계는 '나중에 고치는' 방식으로는 국민의 볼 권리를 보호하기 어렵다. 대회가 끝난 뒤 제재를 해도, 이미 놓친 경기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3-3. 2026년 방송법 개정 논의와 쟁점
이러한 한계는 2026년에 한꺼번에 드러났다. 종합편성채널의 올림픽 단독 중계, 월드컵 중계권 재판매 협상 결렬, OTT의 스포츠 독점 확대가 맞물리면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보편적 시청권 강화'를 내건 「방송법」 개정안 심사를 추진하였다.35)
개정안의 핵심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존 국민관심행사보다 보호 수준이 높은 '중대한 국민관심행사'를 별도로 설정한다. 둘째, 이러한 행사에 대해서는 하나 이상의 전국단위 지상파방송사업자가 실시간 중계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셋째, 해당 지상파가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도 실시간 중계 수단에 포함한다. 넷째, 중계권자는 행사 개최 1년 전까지 계약의 주요 내용, 독점 취득 여부, 재판매 여부 등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한다.36)
이 방향은 현행 제도의 공백을 보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중대한 국민관심행사' 개념을 도입하고, 보편적 방송수단을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기존 제도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비용 기준의 불명확성을 보완한다. 또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중계 수단에 포함하려는 방향은 디지털 환경을 제도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도 논란은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의무가 지상파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전국 단위 지상파가 중계하면 국민 대부분이 볼 수 있다는 전제는 과거에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모바일과 OTT 중심의 시청 행태가 확산된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37) 지상파 중심의 의무 부과가 시청권 확대보다 특정 사업자군의 지위를 보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또한 '추가 비용 부담 없이'라는 표현도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시청자는 무료로 보더라도 누군가는 중계권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 부담을 지상파가 전적으로 떠안는다면 방송사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정부가 지원한다면 재정 투입의 근거와 범위를 정해야 한다. OTT 사업자가 일부 권리를 보유한 경우 무료 제공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 것인지도 문제다. 따라서 비용 기준을 명문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 설계가 함께 필요하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규제 기구는 광고 수익이 감소한 방송사에 공적 책무만 부과해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명확한 규정과 함께 지원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접근권 보장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고, 중계권 시장의 비용 구조와 함께 설계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요컨대 국내 제도는 세 가지 질문 앞에 서 있다. 첫째, '국민이 반드시 볼 수 있어야 하는 행사'는 무엇인가. 둘째, 그 행사를 어떤 매체와 어떤 비용 조건으로 제공할 것인가. 셋째, 그 비용은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현행 제도는 첫 번째 질문에는 부분적으로 답하고 있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38)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풀어 왔는지 살펴본다. 영국과 호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접근권을 보장했고, 일본과 유럽은 공동 협상과 재판매(Sublicense)를 통해 시장의 부담을 나누려 했다. 이 비교를 통해 한국 제도의 재설계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 29) 보편적 시청권 정의의 추상성과 비용 기준 부재, 그리고 관련 조항이 시청자가 아닌 사업자 규율에 초점을 둔다는 분석은 위 <한국콘텐츠진흥원> 및 KCC-2023-23 연구 참조. https://www.kocca.kr/trend/vol39/leaderspoint/leaderspoint1.html
- 30) OTT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부가통신사업자로서 「방송법」의 규율 대상이 아니어서, 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OTT가 국민관심행사 중계권을 획득하면 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2023), KCC-2023-23. https://www.kmcc.go.kr/download.do?fileSeq=58514
- 31) 제76조 제3항의 '중계방송권자등'에는 방송사업자가 아닌 자도 포함되나(예: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 자사 OTT를 통한 유료 독점에 보편적 방송수단 확보 의무를 적용하는 기준은 모호하여 '디지털 중계권' 개념 도입이 제안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및 KCC-2023-23 참조. https://www.kocca.kr/trend/vol39/leaderspoint/leaderspoint1.html
- 32) KBO 리그·K리그는 국민관심행사 미포함이며, 패럴림픽 포함 여부도 장애인단체·국회와 방송사업자 간 의견이 갈린다. KCC-2023-23 및 「OTT의 스포츠 중계 확대와 보편적 시청권」(인터넷방송통신학회 논문지) 참조. https://www.koreascience.kr/article/JAKO202512257604796.page
- 33) 국민관심행사 목록은 「방송법」 제76조 제2항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방송사업자·시청자 의견을 들어 고시되며, 3년마다 일반 국민 설문으로 타당성을 재검토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참조. https://www.kocca.kr/trend/vol39/leaderspoint/leaderspoint1.html
- 34)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가 2024년 10월 8기 임기 종료 후 구성되지 못한 점과 JTBC 단독 중계 국면에서 규제기관의 행정 공백·사업자 간 가처분 소송·공정거래위원회 신고가 이어진 점은 「유료방송 다음은 OTT 될 수도」, <한국기자협회보>, 2026. 1. https://m.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60108
- 35) 「[논란법안 돋보기⑨] '보편적시청권 강화' 방송법 개정안, 왜 시끄러울까?」, <천지일보>, 2026. 5. 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398384
- 36) 위 <천지일보>(2026. 5. 4.). 개정안은 '중대한 국민관심행사' 신설과 전국단위 지상파(운영 OTT 포함)의 실시간 중계 의무, '보편적 방송수단' 정의 신설, 행사 1년 전 계약 주요 내용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제출을 담고 있다.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398384
- 37)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김종철 위원장의 발언(2026. 3. 20. 공개 간담회)은 「2026 월드컵 중계, 국민의 볼 권리는 어디로?」, <유스연합>, 2026. 4. https://www.youthassembly.kr/news/942354
- 38) 위 <천지일보>(2026. 5. 4.). 지상파 중심 의무 부과·유통경로 법정화, 가시청가구 비율 기준 부재, 모바일·온라인 시청행태 미반영,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정의의 모호성 등이 비판으로 제기된다.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398384
4. 해외 주요국의 정책 대응과 시장 거버넌스 비교
해외 주요국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스포츠 중계권은 점점 비싸지고, OTT와 실시간 재생 플랫폼은 주요 경기를 유료 독점 콘텐츠로 확보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시청 접근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급등하는 중계권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공통 과제가 되었다.
해외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영국과 호주처럼 법과 규제로 무료 접근을 보장하는 제도적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과 유럽처럼 공동협상, 공동구매, 재판매를 통해 시장 내부에서 비용과 권리를 조정하는 시장 거버넌스 접근이다. 여기에 독일 키르히그룹(KirchGroup) 사례는 독점 중계권 확보가 사업자 경영에 어떤 위험을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반면교사다.
4-1. 영국: listed events와 <미디어 법 2024>의 디지털 확장
영국의 listed events 제도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스포츠 행사를 국민이 무료로 폭넓게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대표적인 장치다. 이 제도는 1996년 방송법에 근거하며, 어떤 행사를 목록에 올릴지는 정부가 정한다.39) 올림픽, 패럴림픽, FIFA 월드컵 본선, 유럽축구연맹(Union of European Football Associations, 이하 UEFA) 국가·클럽 대항전, 잉글랜드 축구협회 컵(The Football Association Challenge Cup, 이하 FA컵) 결승, 윔블던(The Championships Wimbledon) 결승 등은 생중계 보장이 필요한 핵심 행사로 분류된다. 일부 행사는 전 경기 생중계가 아니라 하이라이트나 녹화 중계 중심으로 보호된다.40)
영국 제도의 핵심은 '무료방송에 대한 권리 제공'과 '규제기관의 동의'다. 기존 제도에서는 인구의 95%가 추가 비용 없이 볼 수 있는 무료 채널을 자격 서비스로 분류했다. listed event를 독점 생중계하려면 오프컴(Ofcom)의 동의를 받아야 했고, 자격 서비스와 비자격 서비스가 함께 권리를 확보한 경우에는 통상 별도 동의가 필요하지 않았다. 영국 제도는 무료 생중계를 무조건 직접 명령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요 행사의 권리가 무료방송에 제공되도록 유도하고 독점에 제동을 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41)
이 제도는 「미디어 법(Media Act) 2024」를 통해 디지털 환경에 맞게 확장되었다. 중요한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자격 서비스를 공영방송 중심으로 재편했다. 둘째, 규율 범위를 실시간 재생 등 새로운 서비스로 넓혔다. 셋째, 생중계와 대체 중계의 개념을 세분화하여 올림픽처럼 여러 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행사에서도 적정 수준의 무료 생중계가 가능하도록 했다.42) 오프컴은 이에 맞춰 관련 규정과 코드를 개정했고, 새로운 체계는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2026년 동계올림픽은 이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는 2026~2032년 유럽 중계권을 유럽방송연맹(European Broadcasting Union, 이하 EBU)과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이하 WBD)에 부여했다. 영국에서는 BBC(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영국방송공사, 이하 BBC)가 EBU로부터 무료 중계권을 재허락 받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WBD는 디스커버리 플러스(Discovery+)와 TNT 스포츠(TNT Sports)를 통해 유료·디지털 중계를 제공한다.43) 제도는 무료 접근을 보장하고, 시장은 유료 실시간 중계 서비스를 통해 추가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영국 사례의 시사점은 분명하다. 보편적 시청권은 반드시 모든 권리를 무료방송에 몰아주는 방식으로만 구현될 필요가 없다. 핵심은 독점권이 국민의 접근권을 차단하지 않도록 하고, 무료방송에 필요한 권리가 제공되도록 제도적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
4-2. 호주: anti-siphoning과 <Prominence and Anti-siphoning Act 2024>
호주의 anti-siphoning 제도44)는 유료방송이나 실시간 재생 서비스 사업자가 주요 스포츠 행사 중계권을 무료방송보다 먼저 가져가는 것을 막는 장치다. 1994년 도입된 이 제도는 올림픽, 영연방 경기대회(Commonwealth Games), 호주 축구리그 및 럭비리그, 테니스, 크리켓, 멜버른컵(Melbourne Cup)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를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다.45)
이 제도의 작동 원리는 '방송 안전망'이다. 무료방송이 먼저 권리를 취득할 합리적인 기회를 갖기 전에는 유료방송이 해당 권리를 가져갈 수 없다. 다만 무료방송이 반드시 권리를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권리를 사더라도 전부 생중계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호주 제도는 무료방송의 우선 기회를 보장하되, 실제 편성은 시장과 방송사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다.46)
2024년 제정된 「Prominence and Anti-siphoning Act 2024」는 이 제도를 한 단계 확장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온라인 실시간 재생 서비스를 처음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이제 유료방송뿐 아니라 실시간 재생 서비스 사업자도 무료방송보다 먼저 주요 경기의 권리를 취득할 수 없다. 이는 주요 스포츠가 온라인 페이월(Paywall) 뒤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동시에 여자 스포츠와 장애인 스포츠를 목록에 추가하여 보호 대상도 현대화했다.47)
호주 개정법의 또 다른 특징은 '프로미넌스(prominence)' 규정이다. 스마트 TV 제조사는 무료방송의 BVOD(Broadcast Video on Demand) 앱을 기본 화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한다.48) 일부 제조사가 공영방송 앱을 탑재하지 않거나 노출 대가를 요구한 사례가 그 배경이었다. 이는 보편적 시청권이 더 이상 중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자가 실제로 콘텐츠를 찾고 접근할 수 있는 화면 배치 문제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한계도 있다. 프로미넌스 규정은 주로 신규 기기에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TV 이용자는 보호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무료방송에 우선권을 주더라도 중계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무료방송이 실제로 권리를 확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호주 사례는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려면 중계권 거래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와 플랫폼 화면에서의 접근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49)
- 46) 무료방송이 권리를 취득할 기회를 갖기 전에는 유료방송, 실시간 재생 서비스가 권리를 취득할 수 없다('broadcast safety net'). 다만 무료방송이 반드시 권리를 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사더라도 일부만·녹화로·또는 방송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행사는 통상 개최 26주(약 6개월) 전 목록에서 자동 해제되며, 장관은 무료방송에 합리적 기회가 없었다고 판단하면 해제를 유보할 수 있다. ACMA, Rights to major events on TV. https://www.acma.gov.au/rights-major-events-tv
- 49) 프로미넌스 규정은 신규 기기에만 적용되고 기존 TV는 제외되어, 무료방송 업계는 연간 신규 TV 구매 가구가 10%에 못 미친다는 점 등을 들어 기존 기기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Mi3(2024. 7. 4.). https://www.mi-3.com.au/04-07-2024/free-tv-hits-out-new-anti-siphoning-and-prominence-laws-passed-senate
4-3. 독일, 일본, EU: 독점 중계권의 폐해와 공동대응 모델
영국과 호주가 제도로 접근권을 보장한다면, 독일·일본·EU 사례는 시장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 사례들은 모두 한국의 현재 상황과 직접 연결된다. 독점 중계권 확보는 시청자의 접근성을 제한할 뿐 아니라 사업자에게도 큰 재무 위험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공동협상과 재판매를 잘 설계하면 출혈경쟁을 줄이고 무료 접근을 유지할 수 있다.
4-3-1. 독일 키르히그룹: 독점의 비용이 만든 파산
독일 키르히그룹은 독점 중계권 확보가 사업자 경영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레오 키르히(Leo Kirch)가 이끈 키르히그룹은 독일 최대의 TV 권리 거래상이었고, 2002년과 2006년 FIFA 월드컵의 비미국 지역 TV 중계권, F1 중계권 등을 거액에 사들였다.50) 여기에 유료방송 '프리미어'(Premiere)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과도한 권리 확보와 유료방송 투자로 부채가 급증했고, 결국 2002년 키르히미디어는 파산을 선언했다.51)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으로 평가되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랐고, 키르히그룹에 의존하던 분데스리가 구단들도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월드컵 중계 자체는 중단되지 않았다. 파산 직전 월드컵 권리가 스위스 자회사로 이전되어 보호되었고, FIFA와의 계약에는 파산 시 권리가 FIFA로 환원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52) 이 사례의 핵심 교훈은 분명하다. 국민적 관심 콘텐츠는 특정 사업자의 재무 위험에 묶여서는 안 된다. 독점 중계권 계약에는 파산, 재판매 실패, 중계 불능 상황에 대비한 권리 환원과 재배분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 51) 과도한 스포츠 권리와 유료방송(Premiere) 투자로 부채가 약 65억 유로 규모로 불어났고, 2002. 4. 8. 키르히미디어가 파산을 선언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으며, 프리미어 월드(Premiere World)는 4년간 약 40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Wikipedia 및 Animation World Network(2003). https://en.wikipedia.org/wiki/Kirch_Group
- 52) 월드컵 권리는 파산 직전 스위스 자회사 키르히스포츠(KirchSport)로 이전되어 독일 파산법원으로부터 보호되었고, FIFA와의 계약상 '파산 시 권리는 FIFA로 환원된다'는 조항 덕분에 대회 중계는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Soccerphile, "World Cup 2002 Kirch Media Insolvent". https://www.soccerphile.com/soccerphile/archives/wc2002/fo/tvm/kmf.html
4-3-2. 일본 재팬컨소시엄: 출혈경쟁을 줄이는 공동협상
일본의 재팬컨소시엄(Japan Consortium, JC)은 공동협상을 통해 중계권 경쟁을 관리하는 모델이다. 1984년 일본방송협회(Nippon Hoso Kyokai, 이하 NHK)와 일본민간방송연맹 소속 민영방송들이 함께 만든 이 컨소시엄은 올림픽, 패럴림픽, 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 스포츠 행사의 중계권을 공동으로 구매해 배분해 왔다.53)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도 2026~2032년 올림픽 중계권을 재팬컨소시엄에 부여했다. 이 권리는 무료방송, 유료방송, 인터넷, 모바일을 모두 포괄한다.54)
이 모델의 장점은 명확하다. 방송사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입찰하지 않고 공동으로 협상하기 때문에 중계권료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한 사업자가 단독으로 권리를 확보한 뒤 다른 방송사에 되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판매 분쟁도 줄어든다. 한국에서 코리아풀이 약화된 뒤 단독 입찰과 재판매 갈등이 반복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공동협상 모델도 비용 급등 앞에서는 흔들릴 수 있다. 월드컵 권리료가 크게 오르면서 일본에서도 일부 민영방송이 컨소시엄에서 이탈했고, 2026년 월드컵의 무료 중계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55) 따라서 공동협상체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동협상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비용 분담 원칙, 참여 이익, 경쟁법상 정합성, 공영방송의 역할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 54) IOC는 2018~2024년에 이어 2026~2032년 4개 대회(밀라노·코르티나 2026, LA 2028, 2030·2032)의 일본 독점 권리를 재팬컨소시엄에 부여했으며, 무료·유료·인터넷·모바일 등 전 플랫폼을 포괄한다. IOC, "IOC awards broadcast rights to the Japan Consortium through to 2032"(2019. 11.). https://www.olympics.com/ioc/news/ioc-awards-broadcast-rights-to-the-japan-consortium-through-to-2032
- 55) 다만 공동협상 모델도 비용 급등 앞에서는 흔들린다. 월드컵 권리료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NHK가 약 6억 엔을 지급한 데서 2026년 약 180억 엔(약 30배)으로 치솟았고, 채산성 문제로 NTV·TBS·TV 도쿄가 컨소시엄에서 이탈해 2026년 월드컵 무료 중계가 불투명해졌다. Nippon.com(2026. 1.). https://www.nippon.com/en/in-depth/d00805/
4-3-3. EU 유럽방송연맹(EBU): 공동구매와 재판매의 결합
유럽방송연맹(EBU)은 회원 공영방송을 대신해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권리를 공동으로 구매해 왔다. 이는 개별 방송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중계권 비용을 분산하고, 각국 공영방송을 통해 무료 접근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모델도 한때 흔들렸다. 2015년 디스커버리가 2018~2024년 유럽 올림픽 권리를 단독 확보하면서 EBU 중심의 무료 중계 체계가 약화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무료 중계 범위가 줄어들거나 편성이 제한되는 문제가 나타났다.56) 그 후 2026~2032년 권리는 IOC가 EBU와 WBD에 공동 부여하는 방식으로 재편되었다.
이 구조의 핵심은 공동구매와 재판매의 결합이다. EBU는 회원 공영방송이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WBD는 유료·실시간 재생 권리를 활용한다. 필요할 경우 WBD가 BBC나 이탈리아 라디오 방송(Radiotelevisione Italiana, 이하 RAI) 같은 공영방송에 무료 중계권을 재판매한다. 이는 무료 접근과 유료 서비스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어떻게 나누고 재판매하느냐에 따라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모델은 한국에 특히 중요하다. 한국의 문제는 단순히 누가 권리를 갖느냐가 아니라, 권리를 확보한 뒤 이를 어떤 조건으로 나누고 재판매하느냐에 있다. 따라서 보편적 시청권의 재설계에는 재판매 의무, 절차, 가격 산정 기준, 분쟁 조정 장치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57)
- 56) EBU는 회원 공영방송을 대신해 올림픽 등 대형 권리를 공동 구매해 무료 접근을 보장해 왔다. 2015년 디스커버리가 유럽 올림픽 권리를 단독 확보(2018~2024)하면서 무료 중계가 들쭉날쭉해진 후유증을 겪은 뒤, 2026~2032년 권리는 EBU와 WBD의 공동 부여로 재편되었다. Ofcom(2026. 2.). https://www.ofcom.org.uk/tv-radio-and-on-demand/listed-sporting-events/2026-winter-olympic-games-coverage-how-the-listed-events-regime-applies
- 57) EBU는 회원 공영방송의 무료 중계분을 확보하고, WBD는 유료·실시간 재생 권리를 갖되 영국 BBC·RAI 등에 무료 권리를 재판매한다. 영국에서도 디스커버리가 BBC에 재판매해 무료 중계가 이루어졌다. Ofcom(2026. 2.). https://www.ofcom.org.uk/tv-radio-and-on-demand/listed-sporting-events/2026-winter-olympic-games-coverage-how-the-listed-events-regime-applies
4-4. 비교 분석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방식은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영국과 호주는 제도를 통해 무료 접근의 안전망을 만든다. 일본과 유럽은 공동협상과 재판매를 통해 시장 내부 비용과 권리를 조정한다. 독일의 키르히그룹 사례는 독점 중계권 확보가 사업자에게도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 국가·제도 | 접근 방식 | 매체 범위 | 핵심 수단 | 한국 시사점 |
|---|---|---|---|---|
| 영국(listed events·<Media Act 2024>) | 제도(규제) | 지상파 + 실시간 재생 서비스(2026~) | 행사 지정 + 독점 시 오프컴 동의 + 무료방송(PSB)에 권리 제공·재판매 | 디지털 매체 포섭과 동의제, '제공 의무'형 규율 |
| 호주(anti-siphoning·2024년 법) | 제도(규제) | 무료방송 + 유료 + 온라인(2024~) | 무료방송 우선권(broadcast safety net) + 스마트TV 프로미넌스(앱 노출 의무) | 안전망 + 노출 의무 결합, (신규 기기 한정의 한계) |
| 독일(키르히그룹, 2002) | 시장(반면교사) | - | 파산 시 권리의 FIFA 환원 등 계약상 안전장치 | 독점 확보 = 재무 위험, 권리 환원·재배분 장치 필요 |
| 일본(재팬컨소시엄) | 시장 거버넌스 | 무료 + 유료 + 온라인 | 공영·민영 공동협상(출혈경쟁·재판매 분쟁 차단) | 코리아풀 보완(공동협상의 제도적 뒷받침) |
| 유럽(EBU+WBD) | 시장 거버넌스 | 무료 + 유료 + 실시간 재생 | 공동구매 + 무료방송 재판매 | 재판매 의무·절차 도입 |
이 비교에서 네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디지털 매체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영국과 호주는 모두 실시간 재생 서비스와 온라인 서비스를 규율 범위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는 보편적 시청권이 지상파 채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무료 접근을 보장하되 모든 권리를 무료방송에 집중시킬 필요는 없다. 영국과 유럽 사례는 무료방송 권리와 유료·디지털 권리를 분리하고, 재판매를 통해 공존시키는 방식을 보여준다.
셋째, 독점 중계권에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독일 키르히그룹 사례처럼 권리 확보 사업자가 재무 위기에 빠질 경우, 국민적 관심 콘텐츠가 위험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파산, 중계 불능, 재판매 실패에 대비한 권리 환원과 재배분 조항이 필요하다.
넷째, 공동협상은 필요하나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일본과 유럽의 공동구매 모델은 출혈경쟁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비용이 급등하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공동협상체의 참여 원칙, 비용 분담, 경쟁법상 예외, 분쟁 조정 절차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결국, 어느 한 모델도 완전한 해답은 아니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영국·호주의 제도적 안전망과 일본·유럽의 시장 거버넌스를 결합한 혼합형 설계다. 국민적 관심이 가장 큰 행사는 제도로 최소 접근권을 보장하고, 그 밖의 영역에서는 공동협상과 재판매를 통해 비용과 권리를 나누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비교를 바탕으로 한국형 보편적 시청권 재설계 방향을 제안한다.
- 39) 영국의 listed events 제도는 1996년 방송법(Broadcasting Act 1996) 제4부에 근거하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를 무료로 폭넓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한다. 지정 권한은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에게 있다. Ofcom, Statement: Listed events – Implementing the Media Act 2024(2026. 1. 29.). https://www.ofcom.org.uk/tv-radio-and-on-demand/listed-sporting-events/consultation-listed-events--implementing-the-media-act-2024
- 40) 지정 행사는 '그룹 A(전 경기 생중계 보장: 올림픽·패럴림픽, FIFA 월드컵·여자 월드컵 본선, UEFA 유럽선수권, FA컵 결승, 윔블던 결승, 럭비월드컵 결승 등)'와 '그룹 B(하이라이트·녹화 등: 예선·비결승 경기, 세계육상선수권, 브리티시오픈 골프 등)'로 나뉜다. Nippon.com(2026) 정리 참조. https://www.nippon.com/en/in-depth/d00805/
- 41) 기존 제도는 인구의 95%가 추가 비용 없이 볼 수 있는 무료 채널(BBC One·Two, ITV/STV, Channel 4·5)을 '자격(qualifying) 서비스'로 분류했고, 자격 서비스가 listed event를 독점 생중계하려면 오프컴의 동의가 필요했다. 다만 자격·비자격 서비스가 함께 권리를 확보한 경우에는 통상 동의가 필요 없다. Ofcom(2026. 2.). https://www.ofcom.org.uk/tv-radio-and-on-demand/listed-sporting-events/2026-winter-olympic-games-coverage-how-the-listed-events-regime-applies
- 42) <Media Act 2024>(2024. 5. 24. 제정)는 ① 자격 서비스의 지위를 공영방송(PSB)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한정하고, ② 규율 범위(relevant services)는 실시간 재생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로 확대했으며, ③ 'live coverage'·'adequate live coverage'·'adequate alternative coverage'를 새로 정의해 올림픽 같은 멀티스포츠 행사에 적정 수준의 생중계가 무료로 폭넓게 제공되도록 했다. 다만 이 개편의 명칭에는 다소 결이 다른 서술이 병존한다. 법령 공식 해설자료(legislation.gov.uk)는 기존 '자격/비자격 서비스' 용어를 유지한 채 자격 서비스의 범위만 PSB 제공 서비스로 좁혔다고 설명하는 반면, 오프컴은 2026년 1월 이행 문서에서 실무적으로 이를 '자격/비자격'이 아닌 '카테고리 1'(PSB 제공 무료서비스)·'카테고리 2'(그 외 모든 관련 서비스)로 재명명해 운용한다고 밝혔다. legislation.gov.uk(Media Act 2024 설명자료) 및 Ofcom Statement(2026. 1. 29.). 갱신된 규제는 2026년 여름 시행 예정이며, 시행 전 체결된 계약(WBD·BBC의 2032년 하계올림픽까지의 기존 계약 포함)에는 기존 규제가 계속 적용된다. https://www.legislation.gov.uk/ukpga/2024/15/notes/division/2/index.htm
- 43) IOC는 2023년 2026~2032년 4개 대회의 유럽 권리를 EBU와 WBD에 부여했다. 2026 동계올림픽에서 BBC는 EBU로부터 영국 무료 권리를 재판매 허가 받아 무료 중계하고, WBD는 discovery+와 TNT Sports로 유료·디지털 중계를 제공한다. Ofcom, 2026 Winter Olympic Games coverage(2026. 2.). https://www.ofcom.org.uk/tv-radio-and-on-demand/listed-sporting-events/2026-winter-olympic-games-coverage-how-the-listed-events-regime-applies
- 44) "안티 사이포닝(Anti-siphoning)"은 유료 방송사(케이블, 위성, 실시간 재생 플랫폼 등)가 주요 스포츠 경기나 국가적 대형 이벤트의 중계권을 독점하여, 무료 지상파 방송만 보는 시청자들이 이를 관람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보편적 시청권 보장 제도이다. 이 용어는 '액체를 관을 통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빨아올리다'라는 뜻의 '사이폰(Siphon)'에서 유래했다. 즉, 자본력이 막강한 유료 플랫폼이 대중적인 콘텐츠를 싹쓸이(Siphoning)해 가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45) 호주 anti-siphoning 제도는 1992년 방송서비스법(BSA)에 근거하며 1994년 도입되었다. 장관이 지정하는 anti-siphoning 목록에는 올림픽·영연방 경기대회, 호주 축구리그, 럭비리그, 테니스, 크리켓, 멜버른컵 등이 포함된다. Department of Infrastructure 등(호주 정부) 및 anti-siphoning scheme review. https://www.infrastructure.gov.au/media-communications-arts/television/anti-siphoning
- 47) <Communications Legislation Amendment (Prominence and Anti-siphoning) Act 2024>는 2024. 7. 4. 의회를 통과하고 2024. 12. 17. 시행되었다(Broadcasting Services Act 1992 제10B부). 개정으로 사상 처음 온라인 실시간 재생 서비스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 유료방송뿐 아니라 실시간 재생 서비스도 무료방송보다 먼저 권리를 취득할 수 없게 되었다. 같은 날 시행된 새 목록은 여자 스포츠·장애인 스포츠를 대폭 추가했다. 호주 정부 및 TV Tonight(2024. 12. 18.). https://tvtonight.com.au/2024/12/prominence-anti-siphoning-changes-underway.html
- 48) 함께 시행된 <Broadcasting Services (Minimum Prominence Requirements) Regulations 2024>는 스마트TV 제조사가 무료방송의 BVOD 앱을 선탑재하고 기본 화면에 별도 조작 없이 노출하며 유료·해외 실시간 재생 서비스 앱과 유사한 크기·형태로 배치하도록 의무화하고, 미준수 기기의 공급을 금지한다. 배경에는 일부 제조사가 ABC iView를 탑재하지 않거나 SBS에 노출 대가와 매출 15%를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Public Media Alliance(2024. 7.) 및 TV Tonight. https://www.publicmediaalliance.org/australia-passes-prominence-and-anti-siphoning-laws/
- 50) 레오 키르히의 키르히그룹은 독일 최대의 TV 권리 거래상으로 ProSiebenSat.1의 52.5%를 보유했고, 1996년 2002·2006 FIFA 월드컵의 비미국 TV 권리를 약 19억 유로에, F1 중계권을 약 15억 유로에 매입했다. https://en.wikipedia.org/wiki/Leo_Kirch
- 53) 재팬컨소시엄은 1984년 공영방송 NHK와 일본민간방송연맹 소속 민영방송(NTV·TV 아사히·후지 TV·TBS·TV 도쿄)이 설립한 합작체로, 올림픽·패럴림픽·FIFA 월드컵·아시안게임 등을 공동 중계한다. 전신은 재팬풀(Japan Pool)이다. Wikipedia, "Japan Consortium" 및 SportBusiness Media. https://en.wikipedia.org/wiki/Japan_Consortium
- 58) 표 3은 본문에서 인용한 1차 자료(오프컴, 호주 정부·ACMA, IOC, legislation.gov.uk 등)와 관련 보도를 종합하여 저자가 재구성한 것이다.
5. 정책 방향과 시사점
앞의 논의를 종합하면 보편적 시청권의 재설계는 '규제냐 시장이냐'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통합적 차원에서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시청 접근성을 보장하려면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고, 급등하는 중계권 비용을 감당하려면 시장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형 해법은 두 접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5-1. 하이브리드 접근의 필요성
한국은 이미 순수한 시장 자율 모델의 한계를 경험했다. 과거 지상파 3사가 코리아풀을 통해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공동으로 구매하던 구조는 비용을 나누고 재판매 갈등을 줄이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구조가 약화되면서 단독 입찰, 재판매 협상 결렬, 특정 사업자의 과도한 비용 부담이라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반대로 순수한 규제 모델도 위험하다. 법으로 무료 중계를 강하게 의무화하면 국민의 접근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그 비용이 무료방송 사업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 중계권료가 급등한 상황에서 공적 책무만 강조하면 방송사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제도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
해외 사례도 순수형 해법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과 호주는 법적 안전망을 두면서도 재판매와 시장 협상을 병행한다. 일본과 유럽은 공동협상과 공동구매를 활용하지만 공영방송의 역할, 권리 배분, 규제기관의 조정이 결합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제도와 시장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영역에 어떤 수단을 배치할 것인가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다.
5-2. 제도적 접근과 시장 거버넌스의 장단점
5-2-1. 제도적 접근(규제)의 장단점
제도적 접근은 행사 지정과 독점 시 동의, 무료방송 우선권 같은 강행규범으로 무료·실시간 접근을 보장한다. 강점은 접근권 보장의 확실성이 높고, 실시간 재생, 온라인까지 규율 범위를 넓힐 수 있으며, 시청자 권리의 법적 근거가 분명하다는 데 있다. 반면 권리시장이 경직되고, 무료방송에 고가 중계권 비용이 전가될 수 있으며, 고시·동의 절차에 따른 행정 부담과 입법 시차가 따른다. 설계를 잘못하면 의무가 특정 사업자군(지상파)에 쏠려 '시청권 확대'보다 '사업자 보호'로 흐를 위험도 있다.
5-2-2. 시장 거버넌스 접근의 장단점
제도적 접근은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를 법으로 지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무료·실시간 접근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명확하다. 국민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고, OTT와 실시간 재생 서비스까지 규율 범위를 확장할 수 있으며, 독점 중계권이 시청권을 제한하는 상황에 직접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도 크다. 중계권 시장이 경직될 수 있고, 무료방송 사업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 고시, 동의, 심사 절차가 복잡해지면 행정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특히 의무가 지상파에만 집중될 경우 보편적 시청권 보장이 아니라 특정 사업자군 보호로 오해받을 수 있다.
시장 거버넌스 접근은 공동협상, 공동구매, 재판매를 통해 시장 내부에서 비용과 권리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출혈경쟁을 줄이고, 무료와 유료 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으며, 독점 사업자가 권리를 확보한 뒤 재판매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거버넌스도 자율에만 맡겨서는 작동하기 어렵다. 코리아풀처럼 공동협상체가 무너지면 즉시 힘을 잃고, 중계권료가 지나치게 오르면 참여 사업자가 이탈할 수 있다. 공동구매가 경쟁법상 공동행위로 문제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시장 거버넌스는 자율적 협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제도적 근거와 분쟁조정 장치가 함께 필요하다.
| 구분 | 제도적 접근(규제) | 시장 거버넌스 접근 |
|---|---|---|
| 작동 원리 | 행사 지정, 독점 시 동의, 안전망 등 강행규범으로 무료·실시간 접근을 보장 | 공동협상·공동구매·재판매를 통해 시장이 자율적으로 조정 |
| 장점 | 접근권 보장의 확실성, 디지털과 실시간 재생 서비스까지 규율 범위 확장, 시청자 권리의 명확한 법적 근거 | 출혈경쟁·중계권료 폭등 억제, 무료·유료의 양립, 독점 → 재판매 분쟁의 구조적 완화, 유연성 |
| 단점 | 권리시장 경직, 무료방송에 비용 전가, 고시·동의의 행정 부담과 입법 시차, 특정 사업자군 편중 우려 | 자율체 붕괴 시 즉시 무력화(코리아풀), 비용 급등에 취약(컨소시엄 이탈), 공동행위의 경쟁법 충돌 소지, 강제력 부재 |
| 대표 사례 | 영국 listed events·<Media Act 2024>, 호주 anti-siphoning | 일본 재팬컨소시엄, 유럽 EBU+WBD 재판매 |
- 59) 표 4는 제4장에서 비교한 해외 사례(영국·호주의 제도적 접근, 일본·유럽의 시장 거버넌스)와 국내 진단을 바탕으로 저자가 정리한 것이다.
5-3. 정책 제언
한국형 하이브리드 모델은 세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민적 관심이 가장 큰 행사는 제도적 안전망으로 보호한다. 둘째, 그 밖의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공동협상과 재판매 거버넌스를 통해 조정한다. 셋째,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별도의 보완 장치로 지원한다.
5-3-1. 중대한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2단 구조 안전망
우선 올림픽, 월드컵, 국가대표 주요 경기처럼 국민적 관심이 압도적으로 큰 행사는 '중대한 국민관심행사'로 별도 지정할 필요가 있다. 이 영역에서는 최소한의 무료·실시간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영국의 listed events 제도와 호주의 anti-siphoning 제도에서 확인되는 기본 원칙이다.
다만 모든 스포츠를 동일한 수준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보호 대상을 최상위 행사로 한정해야 시장 왜곡을 줄일 수 있다. 가장 공공성이 큰 행사는 제도로 보호하되, 프로리그나 일반 스포츠 콘텐츠는 보다 유연한 시장 거버넌스 방식으로 접근하는 2단 구조가 바람직하다.
5-3-2. '보편'의 비용 기준과 디지털 매체 포섭
현행 제도의 가장 큰 약점은 '보편'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편적 방송수단을 '국민이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수단'으로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 기준이 있어야 보편적 시청권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권리로 작동할 수 있다.
동시에 OTT와 온라인 플랫폼을 제도 안으로 포함해야 한다. 오늘날 스포츠 중계권은 지상파, 유료방송, OTT, 포털, 모바일 앱으로 나뉘어 거래된다.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방송 채널만을 전제로 하면 핵심 권리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순간 제도는 무력화된다. 다만 OTT 사업모델과 권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적용 범위와 의무 수준은 단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5-3-3. 개방형 공동협상과 재판매 거버넌스
최상위 국민관심행사를 제외한 영역에서는 '코리아풀 2.0'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지상파 중심의 폐쇄적 공동구매가 아니라,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유료방송, OTT, 포털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공동협상 구조가 바람직하다.
핵심은 공동구매 자체가 아니라 권리 배분과 재판매 절차다. 누가 어떤 권리를 확보하든, 국민적 관심이 큰 경기의 일정 부분은 합리적 조건으로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판매 의무, 가격 산정 원칙, 협상 기한, 분쟁조정 절차를 사전에 정해야 한다. 「방송법」 제76조의4가 이미 공동계약 권고의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이를 실질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공동협상은 경쟁법과 충돌할 수 있다. 따라서 공익 목적의 공동협상에 대해서는 경쟁당국과 사전에 협의하고, 필요한 경우 인가 또는 적용제외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공동협상이 출혈경쟁을 줄이는 장치가 되려면 법적 안정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5-3-4. 디지털 취약계층 접근 지원
마지막으로 보편적 시청권은 단순히 중계권을 확보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이용자가 경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디지털 취약계층은 OTT 가입, 앱 설치, 결제, 로그인 과정에서 실질적인 장벽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주요 국민관심행사에 대해서는 취약계층 요금 지원, 공공시설 시청 지원, 접근성 안내, 장애인 편의 서비스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장 자율을 과도하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보편적 시청권의 실질적 의미를 강화하는 보완 장치가 될 수 있다.
| 접근 방식 | 적용 영역 | 제언 | 해외 준거 | 국내 근거 |
|---|---|---|---|---|
| 제도적 접근 | 중대한 국민관심행사 (올림픽·월드컵·국가대표 A매치) | ① 2단 구조의 안전망 (무료·실시간 접근 보장) | 영국 listed events, 호주 anti-siphoning | 2026 개정안 '중대한 국민관심행사' |
| 제도적 접근 | 전 매체(지상파·OTT·온라인) | ② '보편'의 비용 기준 명문화·디지털 매체 포섭 | 영국 <Media Act 2024> (실시간 재생 서비스 포섭) | 2026 개정안 '보편적 방송수단' 정의 |
| 시장 거버넌스 | 프로리그 등 그 밖의 경기 | ③ 개방형 공동협상·재판매 거버넌스(코리아풀 2.0) | 일본 재팬컨소시엄, 유럽 EBU | 「방송법」 제76조의4 공동계약 권고 |
| 결합·보조 | 취약계층 접근 보완 | 디지털 소외계층 요금·접근 지원 | (공통) | 규제기구 '지원 병행'론 |
- 60) 표 5는 제4장의 해외 비교와 2026년 방송법 개정 논의를 바탕으로 저자가 구성한 것이다.
5-4. 전망과 결론
정책 실행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기적으로는 중대한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최소 안전망을 마련하고, 보편적 방송수단의 비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동시에 취약계층의 접근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개방형 공동협상체와 재판매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방송사, OTT, 스포츠 단체, 플랫폼, 소비자 단체, 경쟁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 구조가 필요하다. 보편적 시청권은 어느 한 사업자의 부담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보편적 시청권의 재설계는 전면 무료화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국민이 반드시 함께 볼 수 있어야 하는 행사를 어떻게 보장하고, 그 비용을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 실시간 중계 스포츠가 미디어 경쟁의 핵심 자산이 된 시대에, 제도와 시장 거버넌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국민의 볼 권리와 방송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지키는 현실적 해법이다.
피할 수 없는 OTT 독점 생중계 시대, 2026년의 단독 중계와 재판매 결렬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의 보편적 시청권 정책은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답은 어느 한쪽에 부담을 떠넘기는 데 있지 않다. 함께 보고, 함께 부담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보편적 시청권의 재설계를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