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 트렌드 60호(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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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디어 환경변화와 생존전략

티빙과 웨이브 합병,
2024 OTT 생존 전략

김경달(더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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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글

2024년 국내 OTT 시장 주요 이슈 중 하나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다. 이번 합병 논의는 양사가 지난해 12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본격화되었다. 양사는 극심한 경쟁으로 적자 문제가 심화 중인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독주와 쿠팡 플레이의 약진 등 경쟁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합병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합병 건의 성사 가능성과 함께 이후 OTT 시장에 미칠 영향 및 생존 전략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들어가며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의 합병 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하게 된다. 하나는, 넷플릭스에 맞대응할 '강력한 토종 OTT 플랫폼의 탄생'이란 점이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한 'K-콘텐츠 경쟁력 강화' 측면이다. 그런데 이 건의 행간에서 한 가지 문제의식을 깨치게 된다. 합병은 국내 OTT 플랫폼들이 여태 넷플릭스의 독주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를 제대로 확산하고 뒷받침할 정도의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거론만 되고 성사되지 않아온 합병 논의가 본격화된 것이 일단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이 사안에 대한 시장의 관심 속에는 국내 OTT 생태계 참여자 및 유관 주체들에게 긍정적인 성과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고 본다.

그림1 티빙·웨이브 합병 시 넷플릭스에 맞대응할 '토종 OTT 플랫폼의 탄생'
토종 OTT 플랫폼의 탄생 표현 이미지

2. 합병의 배경

두 사업자의 합병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사업상 손실 규모가 계속 늘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서비스 초기부터 예견된 바다. 콘텐츠 투자 규모가 남다르게 컸던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 진출 후 국내 콘텐츠 투자 또한 공격적으로 하면서 발빠르게 이용자 규모를 늘려갔다. 국내 OTT들은 넷플릭스 진출 이전부터 여러 사업자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넷플릭스가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OTT 서비스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1. 넷플릭스의 독주와 웨이브, 티빙의 대응

웨이브는 SK텔레콤(현재 SK스퀘어)의 옥수수(oksusu)와 지상파방송 3사가 운영하던 푹(pooq)이 합쳐지면서 2019년에 탄생했다. 각자의 OTT 서비스로는 대응력이 약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웨이브 출범 당시 이미 티빙까지 합치는 'Grand OTT' 논의가 있었다. 넷플릭스를 꺾으려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논의는 이미 그때도 누구나 인정하는 당위론이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 웨이브와 티빙의 결합은 무산됐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외에도 SK텔레콤의 통신 요금 상품 번들링을 통해 이용자 확장 전략을 펼쳤다. 헬로비전에서 티빙을 넘겨받은 CJ ENM은 2020년 JTBC등과 OTT 합작 법인을 만들고 2021년부터는 본격 오리지널 제작 및 네이버 멤버십 등으로 이용자 기반 확대에 나섰다. 아마존 모델을 따른 쿠팡의 '쿠팡 플레이'는 2020년 말 출시됐는데, 예능과 스포츠 콘텐츠 투자 전략과 함께 와우 멤버십을 활용하며 이용자 규모를 빠르게 늘려갔다.

그림2 주요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
주요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 그래프

자료: 모바일 인덱스

현재 성적표는 어떨까. 시장은 1강 다중으로 요약된다. 압도적 1위 넷플릭스의 대항마는 아직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넷플릭스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177만 명이고, 티빙은 506만 명, 쿠팡 플레이는 492만 명, 웨이브는 400만 명, 디즈니 플러스는 253만 명으로 나타났다. 2022년과 비교하면 대체로 증가세를 보이며 OTT 시장은 성장 추세다. 그런데 웨이브는 유난하다. 2022년까지만 해도 국내 OTT 중 1위였는데 2022년 대비 MAU가 10% 가까이 줄어들며 티빙과 쿠팡 플레이에 뒤처지는 게 눈길을 끈다.

2-2. 극심한 경쟁과 경영난 - 적자는 얼마나 심각?

2022년 티빙은 1,192억 원 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3분기까지만 해도 손실이 벌써 1,177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비상이 걸릴 만하다. 웨이브 또한 2022년 1,217억 원 적자를 낸 뒤 2023년에도 3분기까지 797억 원 손실을 기록중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2022년 매출 7,732억 원에 영업이익 142억 원 성과를 내는 등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림3 웨이브·티빙 매출 및 영업이익 (단위: 억 원)
웨이브·티빙 매출 및 영업이익 적자 그래프

자료: 웨이브·티빙

3. 티빙과 웨이브, 이번에는 합병이 가능할까?

그럼, 진작에 합병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안 됐을까? 아무래도 가장 큰 걸림돌은 복잡한 지분 구조 이슈다.

그림4 티빙·웨이브 주주 구성(실적은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
웨이브·티빙 매출 및 영업이익 적자 그래프

자료: 웨이브·티빙

위 그림에서 보듯, 이해관계자가 제법 많다. 양사의 주요 주주 구성을 보면 각각 대주주 격인 CJENM과 SK스퀘어 외에도 여러 사업자가 의미 있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합병의 관건은 복잡한 지분 구조를 해결하고 합병 비율을 합의하는 것이다. 티빙은 지난 2022년 7월 OTT인 KT시즌을 흡수 합병하면서 몸값을 1조 9,622억 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웨이브는 2022년 12월 기존 주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하면서 투자 후 기업 가치를 1조 1,901억 원으로 평가했다.

현재까지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CJ ENM이 최대 주주가 되는 걸로 가닥이 잡혀가는 듯하다. 다만 웨이브 쪽에선 협상 당사자 SK스퀘어 외에 지상파방송사 3곳이 아직(2024년 1월 현재) 정리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은 잠재적 걸림돌이다. 만약 지상파방송사들이 합병 법인에 참여하지 않기로 할 경우, 콘텐츠 수급 전략 차질 등 부정적 영향이 크게 미칠 수 있다. 아울러, 당장 지분 가치 산정 및 매각 금액을 놓고 갈등 여지도 존재한다.

그리고, 최대 주주가 될 CJ ENM의 지분 확보 문제도 있다. CJ ENM은 공정거래법상 비상장 자회사인 웨이브·티빙 합병 법인의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자연히 CJ ENM은 다른 주주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해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남은 과제는 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절차다. 2022년에 티빙과 KT의 시즌(seezn)이 합병할 때 공정위는 18.05% 정도로 합산 점유율을 산정하면서 1위 넷플릭스의 38.22%와 비교해 무난하게 합병을 승인했다. 그런데 이번에 웨이브의 14% 안팎 점유율을 더하면 32%대로 높아지다 보니, 공정위 입장에서 고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정위 심사 절차가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거란 관측이 많다. 워낙에 넷플릭스가 부동의 1위로 오랜 기간 독주하고 있다 보니 당국 입장에서 이용자 후생 차원에서 긍정적 판단을 할 거라는 예측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고려 이슈와 난관은 있지만 합병은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양사 모두 심각한 적자 상태로, 합병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4. 합병 시, 시장 내 영향은?

낙관론과 비관론 두 가지 관점의 시나리오로 풀어볼 수 있겠다. 우선 낙관론이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에 필적할 가입자 규모를 갖게 되니, 한번 겨뤄볼 만하지 않겠느냐는 대목에 주목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을 웃돌고 있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이용자 수를 합치면 외형적으로는 900만 명 안팎이어서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5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OTT Reach) (N=전체 조사 대상 가구원, 단위: %)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OTT Reach) 그래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OTT)는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 방송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함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2023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

그림6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별 이용율(OTT Platform Reach) (N=전체 응답자, 단위: %)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별 이용율(OTT Platform Reach) 그래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OTT)는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 방송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함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2023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

아직은 OTT 서비스를 이용자가 증가세를 보이며 시장 성장이 꾸준한 상황에서 이용자 기반을 더 확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림7 OTT 이용현황
2023 OTT 이용행태 조사 그래프

자료: 콘텐츠진흥원(2023.12.27.), 2023 OTT 이용 행태 조사

그리고, 단기적으로 바로 전환은 어렵더라도 중복 투자를 걷어내고 콘텐츠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마케팅 비용도 절감 가능하니,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도 희망적인 예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무엇보다 합병 시너지는 글로벌 시장 진출 가시성을 높이는 데 있지 않을까 싶다. 그간 각개전투를 펼치면서 역량도 분산되고 의미 있는 성과를 얻기가 힘들었는데 한국 콘텐츠의 대중적 인기를 오롯하게 담아낼 플랫폼을 구축하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한결 용이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현재 웨이브 아메리카 법인에서 서비스 중인 코코와(kokowa) 플랫폼의 콘텐츠 경쟁력이 높아지면 북미 시장 공략이 훨씬 더 힘을 받을 것이다. 박근희 코코와 대표는 최근 한 포럼에서 "한류 콘텐츠는 아직은 성장기다. 시청자들의 시청 경험 자체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4~5배 정도 더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남아와 중동 등지에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통합 K-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해 충성 이용자를 확장해 가는 전략적 유연성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도 상당하다. 우선, 두 서비스가 합쳐진다 해도 양 서비스 중복 가입자가 제법 많아서 실질적인 이용자 증가 폭은 크지 않을 거란 지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 몇몇은 700만 명 내외로 추산하기도 한다. 더불어 통합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따라 변수는 있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만약 가격 인상이 이어진다면 이탈 우려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콘텐츠 투자 측면에서 합병 법인이 유리하다는 지적에도 반론이 있다. 현재 웨이브와 티빙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어온 것이 주주사인 방송사들이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OTT 서비스 업체에 방영권을 판매하며 수익을 얻어 '독점 콘텐츠' 전략의 빛이 바래왔다는 것인데 그런 상황이 곧바로 개선되기 어려울 거란 진단 때문이다. 이는 쿠팡 플레이의 약진 요인 가운데 하나인 예능과 스포츠 콘텐츠 독점 제공 전략과 견주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최근 티빙은 프로야구 3년 중계권을 따냈는데, 이러한 독점 콘텐츠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서비스를 재정렬한다면 신규 이용자 확보 및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더라도 그간의 콘텐츠 전략을 바꾸면서 경쟁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는 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합병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앞서 지적한 대로 K-콘텐츠의 '독점성'을 확보하며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플랫폼 대비 차별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는 현재 OTT 환경의 변화 속에서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작 진영과의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용자 접점 관리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통신사와 포털 등을 아우르는 주주사들과 번들링과 멤버십 프로그램 등의 협업을 강화하면서 이용자 접점 관리를 좀 더 친화적이고 밀도 높게 함으로써 다른 어떤 플랫폼보다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축적된 빅데이터에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콘텐츠 추천과 시청 환경 개선에 활용하는 것도 차별화 방법이다.

합병 후 서비스 운영과 관련해서도 적절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두 서비스를 무조건 통합해서 하나로 합치기보다는 종합 플랫픔과 특화된 전문 버티컬 서비스로 분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다각적 고려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관련해서 미국에서 2022년에 워너 브러더스(Warner Bros)와 디스커버리(Discovery)의 결합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디스커버리가 워너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가 탄생했는데, 여기엔 HBO MAX와 디스커버리+(Discovery+) 등 2개의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와 CNN과 Discovery Channel 등 케이블 TV 채널이 다수 있었다. WBD는 두 스트리밍 서비스를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한 끝에 단순 유지와 통합이 아닌 제3의 방안을 택했다. 메가 스트리밍과 전문 스트리밍의 이원화 체제를 결정한 것이다. 즉, HBO MAX와 디스커버리+의 주요 콘텐츠를 통합한 'MAX'라는 메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는 한편, 디스커버리+를 없애지 않고 다큐멘터리와 리얼리티 중심의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로 디스커버리+를 재단장한 것이다.

혹은 G마켓과 옥션 사례처럼 두 서비스의 브랜드와 이용자 접점을 유지하되 콘텐츠 수급 관리와 백엔드 시스템은 합쳐서 효율을 높이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상품 및 가격 정책에 있어서는 번들링(Bundling)을 통해 이용자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5. 나가며

2024년에도 국내 OTT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넷플릭스의 독보적 입지는 굳건하다. 콘텐츠 투자 경쟁은 계속 심화 중이다. 플랫폼의 헤게모니가 강해지면서, 제작 진영도 고전 중이다. 플랫폼사 간의 양극화 및 생존 전략에 대한 부담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그나마 아직은 K-콘텐츠의 인기와 성장 동력은 꾸준한 편이다. 이번 합병 건이 국내 콘텐츠 산업계에서 협력적인 생태계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 이용자 접점도 늘리고 글로벌 시장 개척의 성과도 도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