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유럽의 오디오 산업은 디지털 플랫폼 경쟁과 AI 규제, 저작권 강화 속에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BBC 사운드(BBC Sounds)는 라디오·팟캐스트·음악을 통합한 공영 플랫폼으로, 개인별 추천과 ‘Local to Me’ 서비스를 통해 지역성과 공공성을 강화했다. EU 인공지능법(EU AI Act)은 AI의 투명성과 저작권 보호를 의무화해 오디오 콘텐츠의 생성·유통 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DSM 지침은 플랫폼의 저작권 책임을 강화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스트리밍 기반 오디오북 시장을 확대하며 구독·광고 혼합 수익 모델과 현지화 전략으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 공영 오디오 플랫폼 구축, 하이브리드 수익화 전략, AI·저작권 대응을 병행하며 기술-정책-공공성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1. 들어가며
유럽은 전통적으로 라디오를 중심으로 한 오디오 시장이 발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유럽의 오디오 플랫폼 산업 역시 디지털 전환, 기술 혁신, 수용 행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영국 공영 라디오 모델인 BBC 사운드(BBC Sounds)의 독자노선 선언과 EU 차원의 AI 법(EU AI Act) 및 저작권 지침(디지털 단일시장 지침, DSM Directive 2019/790), 프랑스와 독일의 오디오북 산업의 성장 등은 오디오 산업 생태계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1) 영국 BBC 사운드 중심 공영 오디오 모델의 구조와 특징, (2) EU AI 법 및 DSM 저작권 지침의 플랫폼 산업 파급효과, (3) 프랑스·독일 오디오북 성장과 광고+구독 혼합 모델의 확산 사례 등을 통해 국내 오디오 산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BBC 사운드 중심 공영 오디오 모델의 현황과 특성
BBC 사운드는 BBC의 라디오·팟캐스트·뮤직 믹스를 단일 앱 및 웹으로 제공하는 통합 디지털 오디오 플랫폼이다. BBC 사운드는 이용자들에게 개인화 추천, 청취 이력 동기화, 디지털 기기 간(노트북 ↔ 스마트폰 ↔ 자동차) 끊김이 없는 연속 재생, 맞춤 피드(My Sounds) 기능 등 데이터 스트리밍 기반 경험을 제공한다. BBC 사운드는 2007년부터 20여 년간 디지털 라디오 서비스를 담당해 왔던 ‘아이플레이어 라디오(iPlayer Radio)’를 대체하는 플랫폼으로, 라디오와 팟캐스트 간 경계 완화, 온디맨드 서비스 및 청취자 참여 확대 등을 핵심 전략으로 선언하며 201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BBC 사운드를 공공서비스 라디오의 디지털 플랫폼화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와 공공의 참여, 그리고 공공 데이터 활용 등 공적 가치와 병행하는 공공 플랫폼 전략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1)

이러한 BBC 사운드의 디지털 플랫폼 전략의 중요한 공적 기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Local to Me’이다. BBC는 지역성 강화 전략으로 영국 전역의 로컬 라디오, 뮤직, 뉴스, 스포츠 팟캐스트 등을 묶어 지역별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Local to Me’ 섹션을 운영, 지역 공공성을 보완하고 있다. 이는 공적 자원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BBC가 각 지역민이 가장 원하는 정보를 구분하여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기본 전제에서 시작된 서비스다. 과거 아날로그 라디오에서는 채널과 통신 기술의 한계로 현실화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극복 가능하다는 것이 BBC의 설명이다.2)
| 주요 기능/사례 | 공공성 연계 가치 | |
|---|---|---|
| 통합성 | 라디오·온디맨드·팟캐스트·뮤직 믹스 단일 허브 | 공영 콘텐츠의 접근성·발견성 제고 |
| 개인화 | 로그인 기반 추천·연속재생·팔로우 | 공영 서비스의 이용자 중심 UX 고도화 |
| 지역성 | Local to Me 지역 섹션 | 지역 공공성 강화·로컬 인재 발굴 |
| 온디맨드화(On-Demand) | 라디오/팟캐스트 경계 약화 | 젊은 층 유입·청취 시간 다변화 |
BBC 사운드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공영방송의 오디오 플랫폼 전환 사례로 간주한다. 특히 데이터 알고리즘 기반의 개인별 추천 시스템과 온디맨드 서비스의 확대 등은 라디오를 올드 미디어라고 여기는 젊은 층들을 적극적으로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BBC 사운드의 연간 재생수는 2024년 약 26억 회를 기록했고, 2025년 2분기에는 총 6.96억 회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4)
다만 국제적 접근성의 측면에서는 2025년 7월 21일부로 BBC 사운드의 영국 외 접속은 차단되었다.5) BBC는 해외 이용자들을 위해 BBC.com의 라디오 디렉터리 등 대체 경로를 제시했지만, 이러한 조치는 저작권 이슈와 연결되며 청취자 집단 및 교육계 등의 반발과 사용성 논쟁을 일으켰다.
- 1) Charles-Hatt, R. A., & Sayers, T. (2021). Reframing public service radio: The case of BBC Sounds. Radio Journal, 19(2), 291-309.
- 2) RadioToday. (2022. 09). BBC Sounds to include new Local to Me content section.
- 3) Berry, R. (2020). Radio, music, podcasts – BBC Sounds: Public service radio and podcasts in a platform world. Radio Journal, 18(1). 63-78.
- 4) BBC (2025). BBC Group Annual Report and Accounts.
- 5) 영국 거주자는 해외여행 시 한시적 이용 가능.
3. EU 인공지능법 및 저작권 지침의 오디오 플랫폼 산업 파급효과
3-1. EU AI Act의 주요 내용 및 오디오 산업에 미치는 영향
2024년에 발효된 ‘EU 인공지능법(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 이하 AI Act)’은 전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 체계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위험도 기반으로 분류하고 각 등급에 따른 규제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범용 AI(General Purpose AI, 이하 GPAI)와 합성 콘텐츠 생성 AI(오디오·이미지·텍스트 등)에 대해 투명성 강화와 AI 표시 의무, 데이터 요약 공개, 저작권 보호 강화를 규정하며, 이는 음악 및 오디오 플랫폼 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3-1-1. GPAI 관련 투명성 및 저작권 준수 의무6)
2025년 8월 2일부터 GPAI 관련 의무가 단계 적용되며 EU 시장에 새롭게 출시되는 GPAI 모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적용된다.
- - 기술 문서화 및 공개 요건: 모델 개발자는 해당 GPAI 시스템에 대해 상세한 기술 문서를 작성하고, 학습에 사용된 콘텐츠의 유형·출처 등에 관한 정보를 포함한 충분히 구체적인 요약 정보를 공공에 공개해야 한다.
- - 저작권 보호 정책 수립: 학습 데이터에 저작권이 존재할 경우, 해당 AI 시스템은 EU 저작권법을 준수하는 정책을 보유해야 하며, 저작권자가 디지털 방식으로 데이터 마이닝에 대한 거부 의사(opt-out)를 표현할 경우 이를 존중해야 한다. 이는 DSM 지침 제4조와의 연계를 통해 법적 강제력을 확보하고 있다.
- - 시행 유예 조항: 2025년 8월 이전에 출시된 기존 GPAI 모델에 대해서는 2027년 8월 2일까지 관련 요건 이행이 유예된다.
3-1-2. 합성 콘텐츠에 대한 투명성 표시 의무7)
AI Act 제50조는 이미지, 영상, 음성 등 이른바 ‘합성 콘텐츠(synthetic content)’를 생성·조작하는 시스템에 의해 생산된 콘텐츠가 인공적으로 생성되었거나 조작되었음을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오디오북, 음악 생성, 딥페이크 음성 등 오디오 콘텐츠 전반에 적용되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치가 요구된다.
- - 워터마킹(Watermarking): AI가 생성한 오디오에 숨겨진 비가청 신호를 삽입하여, 이후 그 출처를 감지·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파일 메타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메타데이터는 제거될 수 있음) 특히 유용하다.
- - 메타데이터 태깅(Metadata Tagging):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메타데이터를 AI 생성 파일에 부착해 합성 콘텐츠임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구현이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사용자가 파일을 재처리하거나 재인코딩할 경우 태깅이 제거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 - AI 오디오 감지(AI Audio Detection): 공개된 오디오 콘텐츠가 AI 생성물인지 식별하는 도구를 개발·활용하는 접근이다.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나, 감지의 정확성이 불완전해 일차적 준수 수단으로는 신뢰도가 낮다.
이상 제시하는 방법들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EU 규제 당국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복수의 기법을 함께 사용하는 다층적 접근(multi-layered approach)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워터마킹 + 메타데이터 태깅을 결합하면 투명성 메커니즘에 중복성을 부여하여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3-1-3. 고위험 GPAI에 대한 추가적 규제8)
특정 기준(예: 연산량 10²⁵ FLOPs 이상)을 초과하는 위험 수준의 GPAI는 기본 요건 외에도 다음과 같은 보안 및 거버넌스 의무를 지닌다.
-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 사이버 보안 및 장애 보고 의무
- 제3자 피해에 대한 사전 대응 메커니즘
인공지능법(AI Act)은 위반 행위의 성격에 따라 최대 3,500만 유로 또는 전체 매출의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AI Act 제99조)9) 이는 특히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 AI 기능을 내재화하거나 외부 AI 공급자의 기능을 통합하는 경우, 사전적 규정 준수 체계(compliance by design) 구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3-2. EU 저작권 지침의 변화와 오디오 플랫폼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단일시장 지침(Directive on Copyright in the Digital Single Market, 2019/790)’은 EU 내 저작권 제도의 통일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으로,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저작권 책임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제17조: 온라인 콘텐츠 공유 플랫폼의 책임 강화’ 조항10)은 유튜브(YouTube), 스포티파이(Spotify),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 등과 같은 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 제공자(Online Content-Sharing Service Providers, OCSSPs)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과한다.
- 사전 허가(라이선스) 없이 저작물이 게시된 경우에도 플랫폼이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저작물 사용에 대한 최선의 노력으로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는 시도
2) 권리자가 통보한 저작물의 즉각적인 제거 및 향후 업로드 방지
3) 이용자의 정당한 이용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이의 제기 및 권리 구제 절차 마련11)
이는 플랫폼의 콘텐츠 필터링, 저작물 인식 시스템, 라이선스 관리 역량 등을 제고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제4조: 상업적 목적의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에 대한 예외와 opt-out 규정’은 AI 시스템이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범위와 관련하여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콘텐츠에 대해 상업적 TDM을 허용하되, 저작권자가 기계 판독 가능한 방식(machine-readable means)으로 TDM을 거부(opt-out)할 경우, 해당 콘텐츠는 학습에 사용할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12) 이는 EU가 AI 기업과 창작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자발적 라이선스 체결 유인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담아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 6) European Commission. (2025. 08. 01). EU rules on general-purpose AI models start to apply, bringing more transparency, safety and accountability.
- 7) 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 Article 50: Transparency Obligations for Providers and Deployers of Certain AI Systems.
- 8) Foo Yun Chee. (2025.07.19). AI models with systemic risks given pointers on how to comply with EU AI rules. Reuters.
- 9) 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 Article 99: Penalties.
- 10) Directive (EU) 2019/790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 11) EUR-Lex. (2021.06.04). Guidance on Article 17 of Directive 2019/790 on Copyright in the Digital Single Market.
- 12) European Parliament (2025). AI and copyright: The training of general-purpose AI.
4. 프랑스·독일의 오디오북 플랫폼 산업의 성장
유럽 내 오디오북 산업은 국가별로 상이한 시장 구조와 소비자 행태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테크나비오(Technavio)의 2025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오디오북 시장은 2025~2029년 동안 연평균 28.8%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으며, 그 배경에는 ‘구독 기반(unlimited subscription)’ 모델의 이용자 확산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13)
본 파트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오디오북 시장을 중심으로, 플랫폼 전략, 수익 모델, 소비자 기반 변화 등의 측면에서 주요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국내 산업에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4-1. 프랑스: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의 시장 확대와 청년층 유입
프랑스의 오디오북 플랫폼 시장은 점유율 면에서 여전히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작은 규모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오디오북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억 3,000만 달러 규모로 나타났다.14)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대중적 스트리밍 플랫폼-오더블(Audible), 넥스토리(Nextory), 스토리텔(Storytel), 북비트(BookBeat)- 등을 통해 성장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특히 스포티파이(Spotify)의 프랑스 시장 진출은 청년층들이 오디오북 시장에 편입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배경에서 2025~2030년까지 오디오북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24.8%로 전망된다.
2024년 10월, 스포티파이(Spotify)는 자사의 ‘프리미엄(Premium)’ 구독 모델에 오디오북 기능을 통합한 ‘Audiobooks in Premium’ 서비스를 프랑스 및 베네룩스 국가(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에서 정식으로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프리미엄 가입자에게 매월 12시간의 오디오북 청취 권한을 기본 제공하며, 초과 청취를 원하는 사용자는 추가 충전 가능 이용권(Top-up)을 구매할 수 있어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15) 서비스 도입 초기, 프랑스 지역에는 약 15,000종 이상의 프랑스어 오디오북 콘텐츠가 제공되었으며, 이는 프랑스 출판 생태계와의 협력을 통해 확보한 현지 콘텐츠 기반의 결과라 할 수 있다.16)
2025년 7월, 스포티파이는 기존 모델에 추가로 ‘Audiobooks+’라는 애드온(add-on) 서비스를 론칭하여 월 15시간의 추가 청취 시간을 제공하고, 이를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시장 전역에 확대 적용하였다. 도입 이후 스포티파이가 공개한 내부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내에서 오디오북 청취자는 매월 평균 12% 증가하였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청년층이 전체 이용자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17) 이러한 성과는 오디오북이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라 주류 스트리밍 콘텐츠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특히 기존 음악·팟캐스트 사용자층과의 교차 소비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4-2. 독일: 디지털 중심 유통 전환과 스트리밍 기반 수익 모델의 확산
독일의 오디오북 시장은 전통적으로 실물 매체(CD) 중심의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 상반기, ‘미디어컨트롤(Media Control, 2023)’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오디오북 시장 매출에서 다운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1%, 스트리밍은 약 39%, 반면 CD와 같은 전통적 오디오 플랫폼은 10% 미만으로 급감하였다. 2024년 상반기에는 스트리밍의 매출 점유율이 42% 수준까지 증가하며 디지털 채널의 중요성이 더 주목받고 있다.18)
이와 같은 흐름에 대응하여 독일의 주요 오디오 플랫폼은 서비스 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더블(Audible)은 매월 1권의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크레딧 기반 모델을 €9.95/월(한화 약 16,000원/월)에 제공하고 있으며, 스토리텔(Storytel)이나 넥스토리(Nextory)는 월별 청취 시간에 따라 과금하는 ‘시간 크레딧’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모델은 각각 고가 도서 중심 사용자와 라이트 이용자층을 모두 포괄하며, 구독자 확보 및 이탈 방지를 위한 무료 체험 및 프로모션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들의 집중 공략으로 2024년 독일 내 오디오북 플랫폼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19)
또한, 디저(Deezer)는 독일 시장에 특화된 별도의 오디오북 앱 'Audiobooks by Deezer'를 출시함으로써, UX 측면에서 오디오북 청취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고, 독일 콘텐츠 그룹 RTL Deutschland는 OTT 서비스인 RTL+를 통해 영상·음악·오디오북·잡지 등을 하나의 구독으로 묶은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번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콘텐츠 간의 교차 소비를 유도하고 ARPU(Average Revenue Per User)를 증대시키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독일의 오디오북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억 8,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25.1%로 예상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20)
이상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오디오북 시장의 특징을 정리할 수 있다.
- - 오디오북의 스트리밍화: 두 시장 모두 오디오북 소비가 구독 기반의 스트리밍 모델로 재편되고 있으며, CD 중심의 물리적 유통은 쇠퇴하고 있다.
- - 광고+구독 혼합 수익모델의 다변화: 크레딧 기반(Audible)과 시간 크레딧 기반(Storytel, Spotify) 모델이 공존하며, 사용자의 소비 패턴에 따른 차별화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 - 젊은 이용자층의 유입 확대: 프랑스 사례처럼 18~34세 사용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 이용자 기반 확보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 - 현지화 콘텐츠와 UX 전략: 디저(Deezer)와 RTL+의 사례에서 보이듯, 현지 언어 콘텐츠 확보와 UX 최적화는 플랫폼의 차별화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 플랫폼 내 번들 전략: 영상, 음악, 오디오북, 매거진 등을 통합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번들 서비스’는 콘텐츠 간 상호보완적 이용을 통해 사용자 유지율과 결제 전환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 13) Technavio. (2025.02). Europe Audiobook Market Analysis, Size, and Forecast 2025-2029: Europe (France, Germany, The Netherlands, and UK).
- 14) Grand View Research. France Audiobooks Market Size & Outlook, 2024-2030.
- 15) Spotify. (2024.10.14.). Spotify Launches Audiobooks in France, Belgium, the Netherlands, and Luxembourg—and Premium Listeners Get Instant Access.
- 16) Nicole Vulser. (2024.10.14.). Spotify élargit son offre de livres audio à la France. Le Monde.
- 17) Ed Nawotka. (2025.07.22.). Spotify Expands Audiobook Add-On Service to 11 Markets. Publishers Weekly
- 18) Media Control. (2024). Hörbuch-Kompass 1. Hj. 2024.
- 19) Audible blog. (2023.10.17.). Audible Compass 2023: Rekordnutzung von Hörbüchern, Hörspielen und Podcasts.
- 20) Grand View Research. Germany Audiobooks Market Size & Outlook, 2024-2030.
5. 국내 오디오 시장에 주는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유럽 오디오 시장의 변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시사점을 준다. 특히 공영 미디어와 상업 미디어의 전통이 교차하는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영국 BBC 사운드와 유럽의 디지털 오디오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은 각각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에 국내 오디오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몇 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5-1. 공영 오디오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
BBC 사운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공영 오디오 플랫폼은 디지털 시대에 공적 책임과 이용자 중심 경험을 동시에 실현하고자 하는 공적 책무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공영 오디오 플랫폼은 일반 민간 기업들과는 달리 ‘통합성’과 ‘지역성’의 측면에서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BBC 사운드의 ‘Local to Me’ 전략은 지역 뉴스, 문화, 음악을 큐레이션 하여 공공성과 플랫폼 충성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 소멸 현상이 가속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지역 기반 오디오 콘텐츠는 공적 서비스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격차로 인해 오디오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 구성원들(특히 노약자, 장애인 등)에 대한 보편적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의 영역을 확대하고, 통합 플랫폼으로서의 접근성 강화 방안(All-in-One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통합 라디오 플랫폼’이 공영 오디오 플랫폼의 마중물 역할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5-2. 하이브리드 수익화 전략
유럽의 다양한 오디오 플랫폼 기업들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참고해 무료/광고 기반 초기 이용자들을 통해 콘텐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되, 유료 서비스 구독자들에게는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 트랙 전략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RTL+와 같은 번들 기반의 오디오북, 음악, 영상, 뉴스 등 다양한 포맷을 통합한 플랫폼이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다. 또한 오디오 콘텐츠 이용자들의 문화와 수요가 다양한 만큼 현지화된 가격 정책을 수립하고, 크레딧 기반 모델(예: 오더블)과 시간제 모델(예: 스토리텔, 텍스토리)의 혼합 운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5-3. AI 및 저작권 규제 대응
생성형 AI가 보편화되면서, 오디오 시장에도 저작권 문제와 AI 합성 오디오에 대한 규제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선도적인 해법을 제안하고 실제로 규제하는 만큼 향후 한국 사회가 마련할 대책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는 AI 벤더 선정 시, 해당 GPAI 모델이 학습 데이터 요약과 저작권 보호 정책을 명시적으로 제공하는지 확인하고, TDM(opt-out) 신호를 존중하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에게 명확히 라벨링이 전달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고, 워터마킹이 가능한 범위를 최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음악과 음성 무단 복제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법안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6. 나가며
유럽의 오디오 플랫폼 산업은 디지털화, 규제 혁신, 콘텐츠 수익모델의 재편이라는 다중 요인에 의해 급격한 구조 전환을 겪고 있다. 특히 BBC 사운드가 주도하는 공영 플랫폼 통합 모델, EU 인공지능법(AI Act) 및 저작권 지침(DSM Directive)이 제시하는 새로운 법적 기준,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의 오디오북 시장에서 나타난 광고-구독 혼합 수익 모델은 한국 오디오 산업이 향후 설계해야 할 서비스 구조, 정책 방향, 이용자 전략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오디오 플랫폼 산업은 BBC 사운드와 EU의 규제, 프랑스·독일의 수익화 사례가 보여주는 새로운 기준들을 발판 삼아, 기술-정책-시장-공공성의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오디오 산업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단일 채널 중심의 유통에서 벗어나 다기능적 통합 플랫폼, AI 윤리 기반 기술 운용, 이용자 세그먼트별 수익화,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상생 구조를 확보할 때 비로소, 한국 오디오 산업은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자립 모델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