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이하 FAST)는 2026년 들어 산업의 파괴자가 아니라 시청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 5개국 조사에서 응답자의 73.7%가 FAST를 일상적으로 시청한다고 답했고, 80.1%는 이를 TV를 보는 주된 방법 또는 유료 스트리밍의 대안으로 인식했다. 이마케터(eMarketer) 추정으로 2026년 미국 FAST 이용자는 1억 3,140만 명(전체 커넥티드 TV 이용자의 54%)에 이르고, 아마기(Amagi) 집계에서는 글로벌 FAST 총 시청시간이 전년 대비 55% 늘었다. 시장의 무게중심은 채널을 몇 개 더 얹느냐에서, 누가 실제로 보고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큐레이션하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채널 수가 2020년 415개에서 2026년 1,572개로 늘었지만, 채널 수와 시청 가구 수 상관관계는 약화됐고, 세대별 시청 격차와 광고 인벤토리 충전율 격차가 표면화됐다. 동시에 비디오 팟캐스트와 스포츠가 무료·유료의 경계를 넘나들며 포맷을 넓히고, 뉴욕포스트를 비롯한 퍼블리셔가 뉴스 채널로 진입하며, 인공지능 진행자가 디스커버리 장치로 등장했다. 특히 뉴스는 글로벌 FAST 시청의 27%를 차지하면서 광고 노출의 33%를 가져가는 대표적 수익화 장르로 확인됐고, 폭스(Fox Corporation)가 220억 달러로 로쿠(Roku)를 인수한다는 발표 한 달 만에, 반독점 심사 국면으로 접어들며 시장 재편의 신호가 됐다. 본고는 유럽의 주류화, 미국의 구조적 과제, 포맷·퍼블리셔 확장, AI 호스트, 성숙기 변수, 미디어 환경 재편, 수익 전망 시나리오를 차례로 짚고, 한국 시장을 여는 뉴스·스포츠 전략과 K-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함의를 정리한다. 수익은 시청시간이 아니라 인벤토리 운영에 좌우되며, 전략 선택에 따라 2029년 미국 FAST 광고 시장은 22억 달러까지 줄어들거나 52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성숙기 FAST에서 평가받는 것은 라이브러리의 양이 아니라 시장별 큐레이션과 신뢰할 만한 시청 측정, 규제 투명성을 갖춘 운영 역량이다.
1. 들어가며: FAST, 디스럽터에서 '뉴노멀'로
FAST는 더 이상 미디어 산업의 파괴자가 아니라 시청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 현재 북미 무료 스트리밍 보급률은 80%를 넘어섰고, 광고를 보는 대가로 콘텐츠를 무료 또는 저가로 이용하는 시청자는 전 세계적으로 2억 명을 웃돈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27% 늘어난 규모다. FAST가 신생 포맷 단계를 지나 일상적 시청 행태로 안착했다는 신호다.
성장은 최신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이마케터는 2026년 미국 FAST 이용자를 1억 3,140만 명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전체 커넥티드 TV 이용자의 54%에 해당하며 2025년 대비 5.8% 늘어난 규모다. 서비스별로는 로쿠 채널(The Roku Channel) 9,730만, 투비(Tubi) 9,250만, 플루토 TV(Pluto TV) 6,860만 순으로 시청자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청시간도 함께 늘어, 클라우드 방송 솔루션 기업 아마기(Amagi)의 2026년 6월 집계에서 글로벌 FAST 총 시청시간(Hours of Viewing, HOV)은 전년 동기 대비 55%, 광고 노출(ad impressions)은 53% 증가했다.
이 성장은 우연이 아니라 몇 갈래의 구조적 압력이 겹친 결과다. 유료 구독료의 연쇄 인상과 동시다발적 구독에 따른 비용 피로가 누적되면서 시청자는 '비용을 더 내지 않는 시청'으로 무게를 옮겼고, 광고를 보는 대가로 무료 시청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일반화됐다. 이는 구독형 주문형 비디오(Subscription Video on Demand, 이하 SVOD) 진영이 광고 요금제를 잇달아 도입한 흐름과 맞물린다. 커넥티드 TV 보급이 임계점을 넘어 거실의 큰 화면에서 FAST를 트는 일이 자연스러워졌고, 제작 원가를 이미 회수한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광고 채널로 재유통해 한계 수익을 확보하려는 IP 보유사의 동기도 강해졌다. 카탈로그를 광고 기반 채널로 돌리면 추가 제작비 없이 한계 수익이 곧바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장의 다른 한편에서 성숙은 새로운 숙제를 동반한다. 채널 수를 늘리는 '볼륨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고, '본다'와 '듣는다'를 가르는 측정의 모호함이 드러나며, 세대별로 갈리는 이용자 경험(UX) 요구가 동시에 표면화됐다. 시장의 무게중심은 '채널을 몇 개 더 얹느냐'에서 '누가 실제로 보고 있느냐',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추천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본고는 유럽의 주류화, 미국 시장의 구조적 과제, 포맷·퍼블리셔의 외연 확장, AI 호스트의 부상, 성숙기의 핵심 변수를 차례로 짚고, 뉴스·스포츠를 앞세워 국내 FAST 시장을 여는 전략과 글로벌 FAST 생태계에 진입하는 K-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함의를 정리한다.
2. 유럽의 주류화: '주된 시청 방법'으로 올라선 FAST
유럽에서 FAST는 '떠오르는 트렌드' 단계를 넘어 여러 시장의 주류 시청 행태로 진화하며 성숙 국면에 들어섰다. 라쿠텐 TV(Rakuten TV Enterprise)가 SXSW 런던(South by Southwest London)에서 공개한 「The FAST Advantage」 조사는 영국·독일·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5개국 소비자 75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자의 73.7%가 FAST를 매일 또는 한 주에 여러 번 시청한다고 답했고, 80.1%는 FAST를 'TV를 보는 주된 방법'이거나 유료 스트리밍의 대안으로 인식했다. 앞으로 시청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60.7%인 반면, 줄이겠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광고에 대한 태도도 우호적이어서 82.3%가 광고 시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조사는 FAST가 유료 구독을 가늠하는 '탐색 계층(discovery layer)'으로 쓰인다는 점도 드러냈다. 응답자의 약 46%는 어떤 SVOD에 가입할지 정하기 위해 FAST 채널을 둘러봤고, 약 30%는 어떤 구독을 끊을지 판단하는 데 FAST를 활용했다. 시장별로 결은 다르게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콘텐츠 발견과 구독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 독일에서는 구독 피로가 FAST 채택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동했으며,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가장 적극적인 시장으로 분류됐다. 로컬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은 거의 전 시장에 걸쳐 있어 응답자의 92.4%가 자국·현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라쿠텐 TV의 세드릭 뒤푸르(Cédric Dufour) CEO는 FAST가 유럽 전역에서 떠오르는 트렌드를 넘어 여러 시장의 주류 시청 행태로 진화하며 성숙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공 관건이 단순한 유통·수익화가 아니라 콘텐츠·광고·시청 경험을 지속가능하게 균형 잡는 데 있다는 진단이다. 조사를 의뢰한 곳이 B2B 사업부인 '라쿠텐 TV 엔터프라이즈'라는 점은, 콘텐츠 보유사를 플랫폼·광고와 연결하는 미들레이어(middle layer) 사업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MC 글로벌 미디어(AMC Global Media)의 루시 할리데이(Lucy Halliday)는 FAST가 방송·라이선싱·구독과 나란히 가는 유통 축으로 자리 잡았고, 무료 채널이 프리미엄 IP의 발견과 참여를 끌어올려 전체 유통 전략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 지표 | 수치 | 함의 |
|---|---|---|
| 일상적 시청(매일·주 수회) | 73.7% | 행태 정착 |
| 주된 시청 방법·대안 인식 | 80.1% | 주류화 |
| 향후 시청 확대 의향 | 60.7% | 성장 여력 |
| 광고 시청 긍정 응답 | 82.3% | 수익화 기반 |
| SVOD 가입 결정에 FAST 활용 | 약 46% | 탐색 계층 |
| 로컬·현지 콘텐츠 중요 응답 | 92.4% | 현지화 변수 |
3. 미국 시장의 구조적 과제: 채널 과잉과 세대 공급 격차
유럽이 주류화를 입증하는 동안, 더 먼저 성숙한 미국 시장에서는 성장의 그늘이 데이터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FAST 채널 수는 2020년 424개에서 2026년 약 1,700개로 네 배 가까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활성 FAST 시청 가구는 2,200만 가구에서 5,400만 가구로 약 2.5배 느는데 그쳤다 (그림 1). 채널 공급의 증가 속도가 시청 가구 증가를 크게 앞지른 셈이다. FAST 전문 분석기관 FASTMaster 인텔리전스의 2026년 1분기 조사들은 이런 불균형이 만들어낸 채널 수 경쟁의 한계, 플랫폼별 광고 충전율 격차, 세대·소득별 시청 격차라는 세 갈래 과제를 보여준다.

3-1. 채널 수 경쟁의 한계
미국 FAST 플랫폼 채널 수는 광고주의 실제 수요를 크게 앞질렀다. 2020년 플루토 TV(Pluto TV)·로쿠·삼성 TV+(Samsung TV+)·주모(Xumo) 등 4대 서비스에서 제공되던 고유 채널은 415개에 불과했지만, 2026년에는 9개 주요 플랫폼 기준 1,572개로 279% 늘었다. 장르별로는 지역뉴스 중심 채널이 급증해 2020~2026년 사이 뉴스 장르 채널이 1,100% 이상 늘며 267개 추가됐고, 전체 볼륨에서는 리얼리티·버라이어티 등 비극(非劇) 기반 '언스크립티드' 채널이 370개(183%) 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증가 속도는 둔화 조짐을 보인다. 2020~2022년 393개, 2022~2024년 460개, 2024~2026년 304개로 증가 폭 자체는 줄었다.
문제는 채널 수가 곧 시청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FASTMaster 인텔리전스(FASTMaster Intelligence)가 2026년 1분기 주요 플랫폼 가시 채널 수와 활성 시청 가구 수를 비교한 결과, 채널을 가장 많이 보유한 서비스가 반드시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지는 않았다. 수백 개 채널을 운영하는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는 훨씬 적은 채널만 운영하는 피콕(Peacock)과 동일한 수준의 미국 내 FAST 시청 가구 (각 약 1,000만 가구)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채널 수로는 프라임 비디오가 피콕의 스무 배를 웃돌지만, 실제 도달 가구는 같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채널을 더 많이 갖추면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올 수 있다'는 단순 논리가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를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FAST 초기 성장 동력 중 하나가 '채널이 적어 보고 싶은 것을 찾기 쉬웠다는 점'이었는데, 수백 개 채널이 가득 들어찬 전자프로그램가이드(Electronic Program Guide, EPG)를 끝없이 스크롤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채널 서핑이 피로한 작업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 구간 | 신규 추가 채널 | 비고 |
|---|---|---|
| 2020년(4대 서비스 기준) | 415개(총량) | 출발점 |
| 2020~2022 | +393 | 확장기 |
| 2022~2024 | +460 | 정점 |
| 2024~2026 | +304 | 둔화 |
| 2026년(9개 플랫폼 기준) | 1,572개(총량) | 2020년 대비 +279% |
3-2. 플랫폼별 광고 인벤토리 충전율 격차
'같은 채널이라도 어디서 트느냐에 따라 광고가 다르게 나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FASTMaster 인텔리전스가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 채널의 동일 에피소드를 5개 주요 서비스에서 모니터링을 한 결과, 30분짜리 프로그램 광고 로드가 플랫폼에 따라 4분에서 7분까지 제각각이었다. 로쿠 채널(Roku Channel)과 플루토 TV(Pluto TV)는 광고 시간이 100% 채워진 반면, 삼성 TV 플러스는 90%, 주모 플레이(Xumo Play)는 85% 수준에 그쳤고, 800개가 넘는 FAST 채널을 거느린 프라임 비디오는 전체 광고 슬롯의 3분의 2를 비운 채 33%만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FAST 채널이 '어디서 틀어도 같은 신호가 나가는 방송 채널'이 아니라, 플랫폼마다 서로 다른 광고 로드와 인벤토리 전략을 적용한 맞춤형 선형 피드라는 점을 보여준다.
공급 측면에서 '무한대 인벤토리'에 가까운 수준까지 채널을 늘려 놓으면, 광고 수요를 앞지른 과잉 공급 탓에 상당량의 슬롯이 팔리지 못한 채 남는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동일 채널이라도 플랫폼에 따라 도달·노출·빈도가 크게 달라지므로, 채널 단위가 아니라 서비스별 광고 충전율(ad fill rate)과 인벤토리 소진 구조를 따져 미디어 플랜을 짜야 하는 환경이 됐다. 플랫폼·채널 사업자에게는 저성과 채널을 정리하고 수요가 붙는 카테고리·시간대에 인벤토리를 집중하는 방향이 광고 노출당 비용(Cost Per Mille, 이하 CPM) 회복과 수익성 개선의 전제로 제시된다.
| 플랫폼 | 광고 충전율 | 광고 로드 |
|---|---|---|
| 로쿠 채널 | 100% | 최대치 |
| 플루토 TV | 100% | 최대치 |
| 삼성 TV 플러스 | 90% | 높음 |
| 주모 플레이 | 85% | 중간 |
| 프라임 비디오 | 33% | 슬롯 2/3 미판매 |
3-3. 세대·소득별 시청 격차와 공급 불균형
Reach3 Insights가 2025년 4분기에 실시한 'FASTMas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FAST 시청층은 가격에 민감한 중·장년층에 무겁게 쏠려 있다. 전체 FAST 이용자의 50%는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 가구에 속해, 케이블·SVOD에서 가격 부담으로 이탈한 시청자에게 '무료 TV 대안'이라는 포맷의 핵심 가치가 들어맞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의 FAST 이용자는 17%에 그쳤다. 세대별 시청 격차도 뚜렷하다. 55~64세 이용자의 주간 중앙 시청시간은 9.7시간으로 18~24세(5.1시간)의 거의 두 배였고, 55~64세의 60%가 '핵심 사용자(Heavy User)'로 분류된 반면, 가장 젊은 핵심 사용자 집단의 비중은 37%에 그쳤다.
이런 수요 편중은 채널 공급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FASTMaster 인텔리전스가 9개 주요 플랫폼의 2026년 1분기 편성을 분석한 결과,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채널은 770개, 베이비붐 세대 타깃은 461개인 반면, Z세대 전용 채널은 171개에 그쳤다. 프라임 비디오는 약 336개의 기성세대(Boomer) 성향 채널을 보유해 단일 플랫폼 기준 가장 높은 고령층 편중을 보였다. 반면 삼성 TV 플러스는 전체 592개 채널 중 알파 세대 타깃이 7%, Z세대 타깃 채널이 14%를 차지해 경쟁사 대비 젊은 층 지향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삼성은 다르 만 스튜디오(Dhar Mann Studios)를 비롯한 크리에이터와의 독점 채널 계약으로 유튜브·소셜 기반 IP를 FAST 편성에 끌어들이며 청년층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영상을 덜 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FAST 대신 알고리즘이 선별하는 소셜 피드에서 대량의 '패시브 비디오'를 소비하며, 시청시간과 주의력이 이미 그쪽으로 이동해 있다. 업계에서는 Z세대를 기존 케이블식 채널 그리드로 끌어오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들을 외면받는 '제2의 케이블' 같은 형식에 억지로 끌어들이는 대신,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 자체를 소셜 네이티브 행동 양식에 맞게 재설계하는 제품 차원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진단이다.
| 타깃 세대 | 채널 수 | 특징 |
|---|---|---|
| 밀레니얼 | 770개 | 최다 공급 |
| 베이비붐 | 461개 | 프라임 비디오 편중 |
| Z세대 | 171개 | 공급 부족 |
| (참고) 55~64세 주간 시청 | 9.7시간 | 18~24세의 약 2배 |
4. 포맷·퍼블리셔의 외연 확장: 비디오 팟캐스트·스포츠·뉴스
성숙기 FAST·AVOD 플랫폼은 영화·드라마 라이브러리를 넘어 포맷을 넓히는 방향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비디오 팟캐스트와 스포츠가 무료·유료의 경계를 넘나들며 카탈로그를 확장하고, 신문·잡지 등 퍼블리셔가 뉴스 채널로 진입하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4-1. 비디오 팟캐스트의 유입
폭스가 소유한 무료 AVOD 투비(Tubi)는 시리우스 XM(SiriusXM)과 비독점 유통·수익화 계약을 맺고 시리우스 XM 팟캐스트 네트워크의 비디오 팟캐스트를 커넥티드 TV에서 본격 확대하기로 했다. 양사는 해당 프로그램의 광고 매출을 나눈다. 초기 라인업에는 'Conan O'Brien Needs a Friend', 'Rotten Mango', 'The School of Greatness', 'What Now? with Trevor Noah' 등이 포함됐다. 투비는 이미 'Crime Junkie', 'The Deck' 같은 비디오 팟캐스트를 운영해 왔고, 지난 1년 사이 틱톡(TikTok)과의 제휴를 비롯해 전통 할리우드 바깥의 창작자를 끌어들이면서도 롱폼(Long-form) 콘텐츠에 무게를 둬왔다. 투비는 월 1억 명의 활성 이용자를 보유하고 시청의 95%가 주문형으로 구성되며, 18세 이상 성인 기준 두 번째로 큰 무료 AVOD다. 시리우스 XM은 미국 팟캐스트 청취자 두 명 중 한 명에게 도달한다고 밝혔으며, 두 회사를 합치면 월 약 2억 5,500만 명에게 닿는다.
같은 흐름은 SVOD에서도 나타난다. 넷플릭스(Netflix)와 스포티파이(Spotify)는 약 1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다년 계약을 맺고 제이 셰티(Jay Shetty)의 'On Purpose' 비디오 버전을 양 플랫폼에 독점 제공하기로 했다. 비디오 팟캐스트는 전통적 TV 토크쇼와 닮았으면서도, 스크립트·논스크립트 시리즈와 영화로 채워진 기존 스트리밍 라이브러리와 구별되는 새 포맷이다. '인물'과 '크리에이터'가 전면에 선다는 점에서 카탈로그 확장의 새 축으로 평가된다.
다만 '본다'와 '듣는다' 사이의 간극은 풀리지 않은 질문으로 남아 있다.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가 1분기에 넷플릭스와 투비를 팟캐스트 소비 추적 대상에 새로 넣은 결과, 미국 주간 팟캐스트 청취자의 14%가 넷플릭스로, 4%가 투비로 팟캐스트를 소비했다. 이는 유튜브(64%)와 스포티파이(42%)에 한참 못 미친다. TVREV의 앨런 월크(Alan Wolk)는 이용자가 큰 화면에서 비디오 팟캐스트를 실제로 시청하는지, 배경음처럼 틀어두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모바일 앱을 팟캐스트 친화적으로 만들고 큰 화면에 맞춰 세트를 연출하되 지나치게 매끈해 보이지 않게 하라고 조언했다.
4-2. 스포츠 콘텐츠 통합, 그리고 폭스의 로쿠 인수
무료 FAST의 성장은 유료 구독·스포츠 통합 제공(aggregation)과 한 묶음으로 움직인다. 로쿠는 로쿠 채널의 프리미엄 구독 라인업에 폭스의 통합 스트리밍 서비스 '폭스 원'(Fox One: 월 19.99달러)을 추가했는데, 여기에는 2026 FIFA 월드컵 104경기 생중계·다시보기가 포함된다. 폭스 원은 Fox Sports·FS1·FS2·Big Ten Network 같은 스포츠 채널과 Fox News·Fox Business, 그리고 'MasterChef'·'Family Guy'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한데 묶는다. 로쿠는 1분기에 역대 최대 프리미엄 구독 가입을 기록하며 해당 부문에서 5억 1,850만 달러 매출, 전년 대비 30% 성장을 냈다. 가입자 증가는 애플 TV, 피콕 프리미엄 플러스(Peacock Premium Plus)에 이어 폭스 원 같은 1군 파트너를 채널 스토어에 더하는 데서 주로 나왔다. 로쿠는 1억 가구 이상에 도달한다.
이런 협업은 2026년 6월 자본 결합으로 이어졌다. 폭스(Fox Corporation)는 6월 15일 로쿠를 약 220억 달러 규모의 현금·주식 거래로 인수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스마트 TV OS·채널 스토어·광고 플랫폼을 갖춘 로쿠를 확보해 폭스의 스트리밍 도달을 넓히려는 포석이다. 다만 발표 직후 규제 리스크가 부상했다. 당초 무난한 승인이 예상됐으나,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과 베카 밸린트(Becca Balint) 하원의원이 미국 법무부에 정밀 심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반독점 심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들은 이번 인수가 '미국 최대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두 곳'을 결합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폭스가 이미 보유한 투비와 로쿠 채널을 합치면 미국 전체 TV 시청의 5%를 넘고, 디지털 진열대(shelf space) 가시성에서는 프라임 비디오에 이어 두 번째 규모가 된다. 최근 승인된 파라마운트(Paramount Skydance)–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합병(약 1,100억 달러)이 주 단위 반독점 소송에 직면한 전례가 거론되며, 폭스–로쿠 딜의 심사 강도에도 시선이 쏠린다.
피트 디스타드(Pete Distad) 폭스 다이렉트투컨슈머(FOX Direct to Consumer) 최고경영자(CEO)는 "로쿠 채널의 프리미엄 서브스크립션에 합류함으로써 도달 범위를 넓히고, 팬들에게 폭스 콘텐츠를 찾고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경로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폭스 원의 라이브 스포츠는 로쿠의 '스포츠 존(Sports Zone)'에 통합돼 발견과 시청 유도로 이어진다. 안테나(Antenna)에 따르면 폭스 원은 2025년 8월 21일 출시 후 10월 31일까지 약 230만 건의 가입을 모았는데, 그중 57%가 경쟁 플랫폼인 아마존 채널(Amazon Channels)의 스토어를 통해 들어왔다. 채널 스토어가 가입 경로로 갖는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포츠 자체도 스트리밍 카탈로그에서 빠르게 비중을 키우고 있다. 닐슨 Gracenote 집계에 따르면 2분기 기준 HBO Max, 프라임 비디오, 애플 TV, 디즈니 플러스(Disney+),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플러스(Paramount+) 6개 주요 서비스에서 스포츠가 전체 편성의 5%를 차지했다. 2024년 11월 HBO Max를 제외한 5개 서비스에서 1.4%에 불과했던 비중이 18개월 만에 3.3%(HBO Max 포함 시 5%)로 늘었고, 현재 약 3만 8,500편의 스포츠 쇼·경기·이벤트가 올라와 있다. FAST 진영에서도 스포츠 편성이 늘어, FASTMaster 집계 기준 FAST 스포츠 프로그램은 2026년 1분기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스트리밍 전체 스포츠 콘텐츠에서 HBO Max가 35%를 차지해 가장 많고, 개별 경기·이벤트·스포츠 쇼 단위로는 42%로 비중이 더 높다.
그 뒤를 파라마운트 플러스(30%), 프라임 비디오(25%), 넷플릭스(16%), 디즈니 플러스(14%)가 잇는다. Gracenote는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인수가 마무리되면 합병 법인이 글로벌 스포츠 스트리밍의 핵심 사업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흩어진 스포츠 콘텐츠를 한곳에 모으는 로쿠의 '스포츠 존'이나 창작자 콘텐츠를 위한 '크리에이터 존(Creators Zone)'처럼 발견성과 시청 유도를 강화하는 통합 허브 수요도 커지고 있다. Hub Entertainment Research 조사에서 많은 팬이 스포츠 분절화에 피로를 느끼며 통합 제공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답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4-3. 퍼블리셔의 진입과 뉴스 장르의 부상: 뉴욕포스트 사례
포맷 확장의 또 다른 축은 뉴스다. 신문·잡지 등 퍼블리셔가 유튜브와 비디오 팟캐스트로 축적한 영상을 24시간 채널로 재편성하며 FAST에 진입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뉴욕포스트(New York Post)다. 뉴욕포스트 미디어그룹은 그룹 포트폴리오(뉴욕포스트, 캘리포니아포스트(California Post), Page Six, Page Six Hollywood, Decider)에서 나온 150시간 분량으로 첫 FAST 채널을 출시한다고 악시오스(Axios)에 밝혔다. 'Post Presents', 'Page Six Radio', 'Schein Time' 같은 데일리 쇼가 중심이고, 편성은 매달 약 20%씩 교체된다. 회사는 스트리밍 운영을 내부에 두는 대신 비디오엘리펀트(VideoElephant)의 FAST 매니지드 서비스에 편성·유통·수익화를 맡겼다. 영상·오디오 총괄 워런 코언(Warren Cohen)은 "기술과 운영 측면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파트너십의 이유로 들었다.
편성 물량의 원천은 유튜브다. 뉴욕포스트는 구독자 251만 명의 본 채널을 축으로 Page Six(28만 7,000명), 뉴욕포스트 스포츠(14만 4,000명), Decider(4만 2,500명) 등 버티컬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현재 51개 비디오 시리즈를 제작하고 다수가 유튜브에서 100만 뷰를 넘겼다. 지난 1년간 유튜브 조회수는 66% 늘었고 유튜브 매출은 약 4배로 뛰었다. 코언은 과거에도 채널을 검토했으나 편성을 유지할 물량과 일관성이 부족해 보류했다며, "지난 1년 사이 오프 플랫폼으로 나가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고, 이제 프로그램이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시청과 매출로 검증한 뒤에야 채널을 연 것이다. 최근 크루키드미디어(Crooked Media), USA투데이, 빌보드(Billboard) 등 퍼블리셔의 FAST 진입이 잇따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디오엘리펀트의 프리야 나울(Priya Naul) 스트리밍 파트너십 총괄은 FAST 시청자를 두고 "새로운 시청자층이며, 닷컴이나 소셜의 소비를 잠식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뉴스 장르의 수익화 지표가 있다. 아마기가 6월 발간한 'AIRTIME 리포트'는 SSAI(서버사이드 광고삽입) 플랫폼 썬더스톰(THUNDERSTORM)으로 송출되는 약 6,500개 채널 딜리버리를 집계했는데, 2026년 2분기(4월 1일~6월 15일) 글로벌 시청시간이 전년 대비 55%, 광고 노출이 53% 늘었다. 장르별로는 엔터테인먼트가 시청시간의 41%, 뉴스가 27%를 차지했는데, 광고 노출 기준으로는 뉴스 비중이 33%로 올라간다. 시청 점유율보다 광고 점유율이 높은, 대표적 수익화 장르라는 뜻이다. 시작과 끝이 없는 뉴스는 틀어 놓고 흘려보는 린백(lean-back) 시청에 맞고, 실시간성과 지역성 덕분에 광고주가 선호하는 브랜드 세이프(brand-safe) 환경을 제공한다. 미국·캐나다에서 뉴스는 지역 시청시간의 31%로 엔터테인먼트(43%) 다음이며, 지난 1년간 뉴스 시청시간이 21% 늘 때 광고 노출은 50% 늘어 광고가 시청의 두 배 넘는 속도로 붙었다. 특히 로컬 뉴스가 뉴스 시청의 23%를 차지해, 미국 지상파 그룹들이 자사 로컬 뉴스를 FAST 채널로 전환해 온 전략이 수치로 확인됐다.
| 지표 | 수치 |
|---|---|
| 글로벌 FAST 성장(전년比) | 시청시간 +55%, 광고 노출 +53% |
| 뉴스 장르 글로벌 비중 | 시청 27%, 광고 노출 33% |
| 미국·캐나다 시장 비중 | 글로벌 시청의 54%, 광고 노출의 74% |
| 미국·캐나다 뉴스 성장 | 시청 +21%, 광고 노출 +50%(로컬뉴스=뉴스 시청의 23%) |
| 아시아태평양 뉴스 비중 | 지역 시청의 44%, 광고 노출의 45% |
| EMEA·LATAM 뉴스 성장(시청) | EMEA +85%, LATAM +350% |
5. AI 호스트의 등장: 디스커버리 레이어의 진화
AI가 큐레이션·분석을 거들던 단계를 넘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호스트' 자체를 만들어내는 실험이 FAST에서 시작됐다. 주모를 만든 콜린 페트리-노리스(Cottie Petrie-Norris)가 설립한 '페어그라운드 엔터테인먼트(Fairground Entertainment)'는 아바타 기반 AI 진행자가 이끄는 완전 자동 호스팅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플랫폼 'Carousel'을 선보였다. 첫 대형 사례인 유럽 FAST 사업자 러브 TV 채널(Love TV Channels)와의 협업에서, 일정 기간에 걸쳐 시청 참여가 148% 늘었다.
페트리-노리스는 AI 진행 프로그램이 그동안 경제성이 맞지 않아 무산되어 왔다며, 컴퓨팅 비용이 합리적 수준으로 내려오는 동시에 소비자가 받아들일 만한 품질이 확보되는 두 지점에 이제야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SVOD의 영역이던 오리지널·맞춤 콘텐츠 제작을 광고 기반 서비스도 감당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의 운동장이 평평해지고 있다고 봤다. FAST 라이브러리는 방대하지만,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기 어렵다는 오랜 문제를 AI 호스트가 콘텐츠와 시청자를 연결하는 디스커버리 장치로 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포맷이 FAST에 머물지 않고 AVOD·SVOD의 '호스팅 인트로 레이어'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브 TV 채널의 테레사 로페스(Teresa López) CEO는 신작을 소개하던 FAST 채널 'Trailers'를 발전시켜, AI 진행자가 최신 개봉작을 카운트다운 형식으로 안내하는 'Check Them Out'을 만들었다. 첫 시즌은 새 포맷과 AI 호스트에 대한 반응을 보려는 시험이었고, 성과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 제작과 권역·편성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시청이 늘면 광고 인벤토리가 늘어 수익화 여지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AI 생성 콘텐츠 규제가 아직 논의 단계인 가운데, 러브 TV 채널은 향후 규제가 시청자에 대한 AI 생성 고지, 즉 투명성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고 이를 선제적으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삼성 TV 플러스, 타이탄 OS(Titan OS), 아마존 등 유럽 커넥티드 TV 플랫폼에 유통된다. 이 사례는 채널 수만 늘리는 볼륨 전략이 FAST 수익성을 갉아먹는다는 분석가 개빈 브리지의 문제의식과 맞닿는다. 채널을 더 얹는 대신, 기존 라이브러리의 발견성을 높여 같은 자산에서 더 많은 참여와 광고 매출을 끌어내려는 접근이다.
6. 성숙기의 핵심 변수: 세대 정합성·측정·메타데이터
외형 성장과 별개로 Luminate Intelligence의 「The State of FAST」(2026년 4월)는 FAST가 마주한 본질적 과제를 세대 문제로 본다. 보고서는 FAST가 수동적 선형 시청에 익숙한 비교적 높은 연령대를 겨냥해 설계됐고, 젊은 시청층을 잡으려면 채널을 어떻게 편성하고 그리드를 어떻게 제시하며 FAST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까지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고 진단한다. 향후 5년을 버티는 플랫폼은 큐레이션을 부수적 작업이 아니라 경쟁 우위로 다루는 곳이라는 것이다.
보고서가 내놓는 처방은 공격적이다. Z세대를 겨냥해서는 전통적 EPG를 걷어내고, 동시 송출 채널을 50개 안팎으로 과감히 줄여 스와이프형 영상 피드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채널을 줄여 '선택 마비'를 없애고 인위적 희소성을 만들어 잉여 인벤토리를 프리미엄 지면으로 바꾸자는 논리다. 배후에는 약 120개 채널의 백엔드 라이브러리를 두어 주말 한정 팝업과 월간 드롭을 운영하고, 성과가 낮은 하위 15%를 공격적으로 교체해 디지털 문화 특유의 즉시성을 흉내 내자는 구상도 담겼다.
밀레니얼을 향해서는 '600개 채널이 아니라 편안한 TV'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대 3조 달러의 소비력을 가진 이 세대가 선택 과부하에서 오는 결정 피로를 겪고 있으며, TV가 발견 엔진이라기보다 불안을 줄이는 도구가 됐다는 진단이다. 감정·무드로 묶은 100개 안팎의 큐레이션 그리드, 지역 뉴스 300여 개를 이용자 IP로 읽어 전국 뉴스와 지역 허브 두 칸만 띄우는 지오펜스 기반 '유령 그리드(ghost grid)' 같은 처방이 제시된다.
측정 문제도 남는다. 보고서는 총 시청시간이 꾸준히 늘어왔음에도 '누가 실제로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비디오 팟캐스트의 '시청 대 청취' 논쟁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데이터 인프라의 문제가 겹친다. 아마기 6월 AIRTIME 리포트에서 미디어 실무자의 86%는 부실한 메타데이터(metadata) 때문에 실제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답했고, 68%는 3년 안에 메이저 플랫폼이 메타데이터 표준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 채널이 아무리 많아도 장르·프로그램 정보가 부실하면 추천·검색에서 노출되지 못하고, 발견성과 광고 매출이 동시에 깎인다는 것이다. 세대·측정·메타데이터라는 세 갈래가 가리키는 공통 메시지는, 경쟁의 언어가 '규모'에서 '적합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의 일부 처방은 업계 안에서도 이견이 있지만, 채널 수 경쟁의 시대가 저물고 큐레이션·데이터·이용자 경험이 경쟁 우위의 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7. 미디어 환경의 재편: 모노컬처의 쇠퇴와 시장 집중
FAST의 성숙은 더 큰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단일 대중문화(monoculture)의 쇠퇴와 크리에이터 경제의 부상, 그리고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라는 미디어 환경의 재편이다. TVREV의 앨런 월크(Alan Wolk)는 2026년 6월 칼럼에서 한 주 사이에 일어난 두 사건을 그 신호로 읽었다. 하나는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을 둘러싼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화가 할리우드 대작을 제친 박스오피스 결과다.
월크는 베테랑 앵커 스콧 펠리(Scott Pelley)가 새 경영진과 충돌한 끝에 해고된 '60분' 사태를, 특정 인물의 결정이 아니라 TV 뉴스 자체의 구조적 쇠락이 드러난 장면으로 봤다. 그는 TV 뉴스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밀려 오래전부터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해 왔다고 진단한다. '60분'의 시청자 중위 연령은 2021년 시점에 이미 65세를 넘었고, 지난 1년 시청자가 9% 늘었다고 해도 이는 여전히 선형 TV를 보는 고령·정치 성향 시청층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월크는 미디어가 수천 개의 고립된 청중·콘텐츠 거품으로 쪼개지는 현상을 '피우달 미디어(Feudal Media)'로 부르며, Z세대가 알고리즘 기반 소셜 피드에서 뉴스를 얻는 환경에서 단일한 전국적 대화를 형성하던 단일 대중문화가 저물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역설이 나온다. 전통 선형 뉴스가 쇠락하는 바로 그 순간에, FAST에서는 뉴스가 가장 잘 팔리는 장르로 떠오른다. 대중 채널로서의 뉴스가 아니라, 관심사와 지역으로 잘게 나뉜 '브랜드 세이프한 실시간 지면'으로서의 뉴스다.
이 진단은 FAST의 세대 정합성 과제와 직결된다. 단일 대중 채널을 전제로 한 편성으로는 분화된 청중 거품에 닿기 어렵고, 시장의 무게추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큐레이션하느냐로 옮겨간다. 앞서 살펴본 미국 FAST의 세대별 공급 불균형과 Luminate의 처방이 가리키는 방향과 같은 맥락이다.
같은 주, 두 번째 신호가 박스오피스에서 나왔다. Z세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만든 호러 영화 두 편이 '스타워즈' 신작을 제치고 1·2위를 차지했다. 20세 크리에이터 케인 파슨스(Kane Parsons)의 바이럴 유튜브 시리즈를 원작으로 Blumhouse-Atomic Monster가 제작하고 A24가 배급한 '백룸(Backrooms)'은 제작비 약 1,000만 달러로 개봉 첫 주 북미 8,140만 달러를 벌어 1위에 올랐다. 유튜브·틱톡에서 호러·코미디 영상으로 팬층을 쌓은 26세 감독 커리 바커(Curry Barker)의 'Obsession'은 제작비 약 100만 달러로 3주차에 북미 2,740만 달러를 기록해 2위를 지켰다. 디즈니의 '스타워즈: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2,450만 달러로 3위에 그쳤다.
월크는 이 결과를 유튜버가 롱폼에서도 성공할 수 있고 그들의 팬덤이 극장까지 따라온다는 증거로 해석하면서, 할리우드가 데이터에 기댄 속편·프랜차이즈 양산에서 벗어나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크리에이터 IP의 영향력이 소셜과 극장을 넘어 커넥티드 TV나 FAST 편성으로 확장되는 흐름은, 앞서 본 투비의 크리에이터 전략과 삼성 TV 플러스의 크리에이터 독점 채널(다르 만 스튜디오 등)과 같은 선상에 있다.
재편의 또 다른 얼굴은 사업자 집중이다. 폭스의 로쿠 인수와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인수가 잇따르면서, 콘텐츠·플랫폼·광고 인프라를 수직 결합한 거대 사업자가 FAST·스트리밍 진열대를 장악해 가는 국면이 됐다. 폭스–로쿠 딜이 반독점 심사에 걸린 것은, 무료 스트리밍이 이제 규제 당국이 시장 집중을 따질 만큼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성숙기 FAST가 젊은 시청층과 만나는 접점은 전통 라이브러리가 아니라 크리에이터·숏폼 기반 IP에 있고, 시장의 상층부는 대형 인수합병으로 재편되고 있다.
8. FAST 수익 전망: 세 갈래 시나리오
미국 FAST 광고 수익의 향방은 시청시간 증감보다 사업자가 채널 인벤토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2026년 약 4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미국 FAST 광고 시장은 전략 선택에 따라 2029년 22억 달러까지 줄거나 52억 달러까지 늘 수 있다. 같은 출발점에서 경로가 갈리는 이유는 앞서 본 구조적 과제들, 곧 채널 과잉에 따른 광고 충전율 저하, 세대별 시청 이탈, 선택 과부하가 수익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 갈래 시나리오는 그 분기점을 보여준다.
8-1. 둠스데이: 시청시간이 줄 때
첫째, '둠스데이(doomsday)' 시나리오는 시청시간이 감소하는 경우다. 젊은 세대가 알고리즘 소셜 피드로 이탈하고 채널 과잉이 발견성을 떨어뜨리는 흐름이 방치되면, 광고 노출과 충전율이 함께 하락한다. 이 경로에서 수익은 2026년 약 40억 달러에서 2027년 32억, 2028년 25억, 2029년 22억 달러로 가파르게 줄어든다. 채널은 계속 늘리되 시청 가구 증가가 따라붙지 못하는 '채널 수≠시청자' 구조가 수익 악화로 귀결되는 경우다. 4년 새 광고 수익이 거의 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8-2. 현상 유지: 시청은 늘어도 단가가 눌릴 때
둘째, '현상 유지(status quo)' 시나리오는 시청시간이 완만히(약 15%) 늘지만, 인벤토리 과잉이 단가를 누르는 경우다. 시청이 증가해도 팔리지 않는 광고 슬롯이 쌓이면서 CPM이 정체되고, 수익은 2027년 39억, 2028년 38억, 2029년 35억 달러로 완만히 내려앉는다. 시청시간 성장만으로는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본다'의 증가가 '팔린다'로 이어지지 않는 측정·수익화의 간극을 드러낸다. 프라임 비디오가 800개 넘는 채널을 거느리고도 광고 슬롯의 3분의 2를 비워 둔 사례가 이 경로의 전형이다.
8-3. 프리미엄 피벗: 희소성으로 단가를 올릴 때
셋째, '프리미엄 피벗(premium pivot)' 시나리오는 인위적 희소성으로 단가를 끌어올리는 경우다. Luminate가 제안한 채널 축소 전략, 동시 송출 채널을 50개 안팎으로 줄여 선택 과부하를 없애고 잉여 인벤토리를 프리미엄 지면으로 전환하는 접근이 여기에 해당한다. 채널 수는 줄지만, 충전율과 CPM이 오르면서 수익은 2027년 44억, 2028년 48억, 2029년 52억 달러로 늘어난다. 볼륨이 아니라 큐레이션과 희소성이 수익을 만든다는 성숙기 FAST의 명제를 수치로 보여준다. 세 경로 가운데 유일하게 출발점을 웃도는 궤적이다.
세 경로를 가르는 변수는 시청시간 자체가 아니라 인벤토리 운영이다. 저성과 채널을 정리하고 수요가 붙는 카테고리·시간대에 광고를 집중하며, '누가 보는가'를 입증하는 측정 체계를 갖춘 사업자가 프리미엄 피벗 경로에 오른다. 반대로 채널 수 경쟁에 머무는 사업자는 시청시간이 늘어도 둠스데이와 현상 유지 사이에서 수익이 정체된다. 뉴스처럼 시청 대비 광고가 더 붙는 장르, 브랜드 세이프한 실시간 지면을 쥔 사업자가 프리미엄 피벗에 유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모델은 가정에 기반한 예시지만, 성숙기 FAST의 승부가 '더 많은 채널'이 아니라 '더 잘 팔리는 인벤토리'에서 갈린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9. 한국 FAST 시장: 세 가지 제약과 뉴스·스포츠라는 열쇠
글로벌 FAST가 성숙기로 접어드는 동안, 한국 시장은 아직 첫 문을 여는 단계에 있다. 그러나 그 문을 여는 열쇠는 글로벌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과 정확히 겹친다. 드라마 라이브러리가 아니라 뉴스와 스포츠, 곧 시청 대비 광고가 더 붙고 홀드백에서 자유로운 실시간 장르다.
9-1. 세 가지 제약: 코드커팅 부재·홀드백·미성숙 광고 시장
국내 FAST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시청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세 가지 제약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코드커팅(cord-cutting)이 없다. 미국 FAST는 유료방송 해지에서 출발했지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2026년 5월 발표한 자료에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3,615만 명(IPTV 59.6%, SO 33.0%, 위성 7.4%)으로, 2024년 상반기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어도 감소 폭은 반기당 10만 명 안팎에 그쳤다. 요금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통신 결합상품으로 묶으면 체감 비용은 더 낮아진다. 이탈자를 받아 성장한 미국식 FAST 공식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둘째, 홀드백(holdback)에 막혀 콘텐츠가 들어오지 않는다. 삼성 TV 플러스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약 4,300개 채널·월간 활성 이용자 1억 명을 넘겼지만, 국내 채널은 100여 개에 그친다. 유료방송 프로그램 사용료와 스트리밍 판권이 걸린 핵심 라이브러리를 무료 플랫폼에 먼저 내놓을 이유가 없으니, FAST에는 옛날 작품 위주의 채널만 남는다.
셋째, CTV 광고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다. 아마기 데이터에서 미국·캐나다는 글로벌 시청의 54%로 광고 노출의 74%를 가져갈 만큼 거래·측정 인프라가 성숙한 반면, 국내 CTV 광고는 거래 규모와 측정 표준 모두 걸음마 단계다.
세 제약은 순서대로 얽혀 있다. 콘텐츠가 없으면 시청이 없고, 시청이 없으면 광고가 없다. 그래서 콘텐츠 공급부터 열 수 있는 장르가 필요하다. 그 장르가 뉴스와 스포츠다.
9-2. 첫 번째 열쇠, 뉴스: 홀드백 없는 유일한 장르
뉴스는 방송과 동시에 FAST로 내보내도 기존 수익을 잠식하지 않는 유일한 장르이고, 24시간 편성이 가능한 리니어 자산이 이미 확보돼 있다. 글로벌 지표도 뉴스를 뒷받침한다. 아마기 기준 뉴스는 글로벌 시청의 27%로 광고 노출 33%를 가져가고,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뉴스가 지역 시청의 44%, 광고 노출의 45%를 차지하는 1위 장르다. 이 지역 시청자에게 FAST의 기본값이 뉴스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문은 열리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 1월 국내 FAST 최초로 삼성 TV 플러스에 지상파 24시간 뉴스 채널 'KBS 뉴스 24'와 'SBS No.1 뉴스라이브'를 편성했다. JTBC 뉴스, MBN 뉴스, YTN, 연합뉴스 TV 등 기존 뉴스·경제 채널에 지상파가 더해지면서 예능·드라마 중심이던 국내 FAST 편성이 뉴스로 넓어졌고, 경제·엔터·테크 전문 뉴스 지면도 열리고 있다. 뉴스의 확장판은 K-컬처 뉴스다. 아마기가 확인한 미국 로컬 뉴스의 공식(뉴스 시청의 23%가 커뮤니티 단위)은 지리적 로컬만이 아니라 '관심사 로컬'에도 성립한다. 전 세계에 흩어진 한류 팬덤을 겨냥해 24시간 방송되는 K-컬처 뉴스, 엔터테인먼트 뉴스 채널은 로컬 뉴스 공식의 한국판이 된다. 앞서 본 뉴욕포스트 사례처럼, 유튜브에서 시청과 매출로 검증한 뉴스 자산을 매니지드 서비스로 채널화하는 경로는 국내 방송사·언론사에도 그대로 열려 있다. 재외 한인 시장을 겨냥한 한국어 뉴스 채널(예: K-Channel 82)의 시도가 겨냥하는 지점도 여기다.
9-3. 두 번째 열쇠, 스포츠와 라이브 이벤트
코드커팅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FAST는 유료방송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들어가야 한다. 공략 지점은 유료방송이 채우지 못하는 시청시간대(세컨드 스크린, 틀어 놓는 시청)이고, 그 시간을 여는 것이 라이브다. 스포츠는 성장을 이끄는 장르로, 아마기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시청 비율 42% 성장에 광고 노출은 62% 늘어 뉴스 같은 광고 프리미엄을 보였다(EMEA 시청 98%, 라틴아메리카 121% 성장). 초고가 판권 없이도 종합 편성과 종목별 채널로 시청과 광고가 만들어진다. 국내에서도 삼성 TV 플러스가 KLPGA 투어를 생중계하고, 유튜브 기반 판다 콘텐츠 '바오패밀리' 돌잔치 생중계가 플랫폼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사례는 라이브가 국내 이용자를 FAST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됨을 보여준다. 유료방송이 다 담지 못하는 국내 리그와 아마추어·세미프로 경기, K-팝 콘서트, 쇼케이스 생중계까지 더하면 FAST는 보편적 무료 라이브의 창구가 될 수 있다.
9-4. 세 번째 지면, K-댄스·K-팝 퍼포먼스
옛날 드라마가 답이 아니라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전체를 접으라는 뜻은 아니다. 글로벌 스트리밍에 판권이 귀속된 드라마와 달리, K-팝 퍼포먼스, K-댄스, 음악 예능은 기획사와 방송사가 IP를 직접 쥔 팬덤형 버티컬이고, 라이브와 결합할수록 힘이 커진다. 삼성전자는 2025년 삼성 TV 플러스에 SM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 콘텐츠를 송출하는 'SM TOWN' 채널을 신설하고 에스파, NCT 127 등이 출연한 LA 공연 실황을 생중계했다. 콘서트, 쇼케이스, 컴백 무대가 팬덤을 채널로 불러 모으고, 안무 영상과 댄스 챌린지가 그 사이 24시간을 채우는 구조다. 아마기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 음악 장르는 시청 41%, 광고 노출 43%가 나란히 늘었다. 보는 팬을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연·굿즈·관광으로 이어지는 팬덤 소비의 입구가 된다는 점에서, K-콘텐츠 산업 전체 관점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큰 편성이다.
9-5. AI 현지화와 이중 수익 구조
광고 단가가 낮은 초기 시장에서는 채널 운영 원가가 생존을 가른다. AI가 그 원가를 끌어내린다. 호주 오픈(Australian Open)을 운영하는 테니스 오스트레일리아(Tennis Australia)는 16개 코트에서 열리는 1,260 경기 이상의 영상을 AI 태깅·로깅으로 구조화해 아카이브를 유통 가능한 채널 자산으로 바꿨다. 국내에서도 언론 보도에 따르면 LG 유플러스와 허드슨 AI(Hudson AI)의 KBO 채널은 실시간 AI 번역·더빙으로 하나의 중계를 다국어 채널로 복제해 하루 최대 25만 명을 모았다. 국내용으로 세운 뉴스·스포츠 채널을 AI 현지화로 그대로 해외에 내보내면, 국내 광고 시장이 무르익을 때까지 해외 수익이 채널을 지탱하는 이중 수익 구조가 성립한다. 이는 5장에서 본 Carousel의 AI 호스트 디스커버리와 함께, 성숙기 FAST의 원가·발견성 문제를 AI로 푸는 한국형 접근이 될 수 있다.
9-6. 시장 전망과 정책 지렛대
시장의 방향은 분명하다. 옴디아(Omdia)가 2026년 5월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커넥티드 TV 광고 매출(FAST 포함)은 2025년 440억 달러에서 2030년 810억 달러로 늘어 2030년대 중 전통 리니어 TV 광고 전체를 추월한다. FAST 시장 자체도 옴디아 기준 2019년 2억 달러에서 2023년 63억 달러로 커졌고 2027년 120억 달러가 제시됐으며, 2027년 전 세계 FAST 이용자가 11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옴디아는 2030년 글로벌 커넥티드 TV 광고의 절반을 구글(26%)·아마존(13%)·넷플릭스(9%)가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빅테크가 거실의 광고 인프라를 장악하는 환경에서 채널 사업자 협상력은 광고 지면의 '질'에서 나온다. 시청보다 광고가 먼저 붙는 장르, 곧 뉴스·스포츠를 쥔 사업자가 커지는 파이에서 더 큰 몫을 가져갈 것이다. 정책 지렛대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 정부가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 방안 이후 FAST를 K-콘텐츠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설정해 온 만큼, 국내 시장을 여는 데에도 같은 지렛대가 필요하다. 지상파·보도채널의 FAST 공급을 촉진하는 제도, 커넥티드 TV 시청 측정과 광고 거래 표준, 방송사를 넘어 크리에이터·팬덤 콘텐츠까지 포괄하는 지원이 그것이다. 아마기 설문에서 실무자의 86%가 부실한 메타데이터로 실제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답한 만큼, 장르·프로그램 단위 메타데이터 표준화는 국내 채널이 글로벌 추천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책 과제이기도 하다.
| 동향 | 핵심 수치 | 시사점 |
|---|---|---|
| 유럽 주류화(라쿠텐) | 일상 시청 73.7% · 주류 인식 80.1% · 로컬 중요 92.4% | SVOD 탐색 계층이자 독자 모델 |
| 미국 이용자 확대(이마케터) | 2026년 FAST 이용자 1억 3,140만(커넥티드 TV의 54%)·Roku 9,730만·Tubi 9,250만 | 시청 저변 확대 지속 |
| 채널 과잉(FASTMaster) | 415개(2020)→1,572개(2026), +279%·프라임 비디오=피콕(각 1천만 가구) | 채널 수≠시청자, 큐레이션 전환 |
| 광고 충전율 격차 | 로쿠·플루토 100% vs 프라임 비디오 33% | 서비스별 인벤토리 전략 차별화 |
| 뉴스 장르 수익화(아마기) | 글로벌 시청 27%→광고 33%·APAC 시청 44%·광고 45% | 시청보다 광고가 먼저 붙는 장르 |
| 퍼블리셔 진입(뉴욕포스트) | 150시간 편성·매달 20% 교체·유튜브 본채널 251만 | 검증된 유튜브 자산의 채널화 |
| 시장 집중(폭스–로쿠) | 220억 달러 인수, 반독점 심사 국면·Tubi+Roku> 미국 TV 5% | 콘텐츠·플랫폼·광고 수직결합 재편 |
| AI 호스트(Carousel) | 시청 참여 +148%(러브 TV 채널) | 디스커버리·AI 고지 투명성 |
| 성숙기 과제(Luminate·Amagi) | '누가 보는가' 미해결·메타데이터 비용 86% | 경쟁 언어가 '규모'→'적합성' |
| 수익 전망(시나리오) | 2029년 22억 달러(둠스데이)~52억 달러(프리미엄 피벗), 출발점 40억 달러 | 수익은 시청시간 아닌 인벤토리 운영이 가른다 |
| 시장 전망(옴디아) | 커넥티드 TV 광고 2025년 440억→2030년 810억 달러, 리니어 추월 | 뉴스·스포츠 지면 쥔 사업자가 유리 |
10. 마치며
성숙기 FAST의 다음 승부처는 채널 개수가 아니라 발견성과 신뢰할 만한 시청 측정, 그리고 포맷 실험이다. 비디오 팟캐스트와 스포츠가 무료·유료의 경계를 넘나들며 카탈로그를 넓히고, 뉴욕포스트 같은 퍼블리셔가 뉴스 채널로 진입하며, AI 호스트가 같은 라이브러리에서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내는 동안, 규제는 'AI 생성 고지'를 표준으로 끌어올리고 대형 인수합병의 시장 집중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유럽이 주류화를 입증했고 미국이 채널 과잉·세대 격차라는 성숙기 과제를 먼저 드러낸 지금, 경쟁의 언어는 '규모'에서 '적합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수익 전망이 보여주듯, 같은 출발점에서도 향후 4년의 궤적은 인벤토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절반으로 줄거나 30% 넘게 늘 수 있다. 시청시간을 늘리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채널을 줄이고 큐레이션과 측정으로 단가를 끌어올리는 '프리미엄 피벗'이 수익을 지키는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시청 대비 광고가 더 붙는 뉴스, 브랜드 세이프한 실시간 스포츠는 그 경로의 핵심 지면이다.
한국 시장에는 이 방향이 곧 기회다. 코드커팅이 없고 홀드백이 길며 광고 시장이 미성숙한 세 제약은 옛날 드라마라는 획일화된 열쇠가 아니라 홀드백 없는 뉴스와 라이브 스포츠, K-팝 퍼포먼스라는 열쇠로 순서대로 풀린다. 삼성 TV 플러스의 지상파 뉴스 편성으로 첫 번째 문은 이미 열리기 시작했다. 무료 채널을 유료 생태계의 탐색 계층으로 설계하고, 측정과 발견성, 규제 투명성을 함께 갖춘 사업자가 다음 단계의 글로벌 FAST 시장에서 자리를 확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