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오픈소스와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미래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AI 서비스 모델 창출과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미디어 산업은 기술 혁신과 함께 진화해왔으며, AI는 또 하나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AI는 여전히 콘텐츠 제작의 보조 도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미디어 산업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구체화된 플랫폼이나 혁신 서비스 사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오픈소스 AI 모델의 등장은 AI 기술의 접근성을 확대하며, 맞춤형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혁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에 강점을 가진 만큼,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AI 기반 콘텐츠 기업을 육성하고 AI 서비스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AI 변혁기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닌, 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 창출에 있다.
미디어 산업의 역사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적용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미디어 산업은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성장해왔으며, 새로운 혁신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잘 적용하고 대응하느냐가 시장을 선도하고 생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 왔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서 콘텐츠의 제작, 유통, 소비 방식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플랫폼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기존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대전환(Paradigm Shift)이 반복되었다. 즉, 미디어 산업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기존 질서를 바꾸고, 산업 전반을 재구성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 진화와 대전환 과정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면 〈그림 1〉과 같다.
기술이 등장하기 전, 미디어는 공연과 인쇄 매체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고대에는 광장과 경기장에서 연극과 공연이 주요한 미디어 형태였으며, 15세기 구텐베르크 활판 인쇄술의 발명으로 신문과 책이 보급되면서 정보가 공연장에서 대중에게 직접 전달되는 방식에서 인쇄물을 통한 확산 방식으로 변화했다. 19세기 후반에는 카메라 기술과 프로젝션 기술이 등장하면서 영화관이 생겨났다. 스크린을 통해 동영상을 재생하고, 스피커를 통해 음향을 제공하는 방식의 영화 산업은 기존 인쇄 매체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디어 형식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영화가 관객에게 도달하는 방식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영화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 했고, 특정 시간대에만 상영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대중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는 여전히 제약이 존재했다. 이때 전파 기술의 발전은 미디어 산업의 또 다른 변곡점을 만들었다. 1920년대 라디오가 등장하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가 열렸고, 1950년대 TV가 보급되면서 미디어의 중심이 시청각 기반으로 전환되었다. 이전까지는 특정 장소에서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었지만, 전파 기술 덕분에 개인이 가정에서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대가 열리며 미디어 산업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세기 후반,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이 시작되면서 미디어 유통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화했다. 1990년대 인터넷이 확산되며 온라인 뉴스, 전자책, 웹사이트가 등장했고, 2000년대 초반 유튜브, 블로그 같은 플랫폼이 탄생하며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시대가 열렸다. 기존의 방송국과 영화사가 독점하던 콘텐츠 제작 권한이 개인과 기업으로 분산되었으며, 2010년대 모바일·클라우드 기술이 결합되어 스트리밍 서비스(넷플릭스, 유튜브 등)가 미디어 소비의 중심이 되었다. 특히 스마트 폰과 앱스토어의 등장은 미디어 소비와 비즈니스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했다. 새로운 플랫폼은 기존 TV 중심의 미디어 소비 방식을 스트리밍 중심으로 전환시켰으며, 웹툰, 숏폼 콘텐츠 같은 새로운 장르의 등장을 부채질했다. 이는 미디어 산업이 방송국과 극장 중심에서 개방형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미디어 산업은 또 한 번 대전환을 앞두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있다. AI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창출하고 있다. GPT-4, Gemini 등 ‘대형 언어 모델(LLM)’이 인간 수준의 문장을 생성하여 데이터 탐색의 변화를 가져왔고, 코딩의 자동화는 물론, AI가 보고서 작성, 이메일 요약, 데이터 분석 등 업무 자동화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서는 아직 AI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현재 AI는 일부 콘텐츠 제작의 보조(텍스트 요약, 영상 편집, 음성 변환 등) 도구로 활용되고 있지만,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꿀, 압도적인 미디어 서비스 플랫폼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AI 시대 미디어 산업의 대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본 글에서는 딥시크의 ‘오픈소스’적 특성을 미디어 서비스 혁신의 변이점 요소로 주목하고, 이 특성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미디어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분석하고자 한다.
2025년 1월, AI 업계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의 딥시크가 오픈소스 AI 모델인 ‘R1’을 공개하며 AI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들은 R1의 출현이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를 쏘아 올렸을 때, 미국 사회가 받은 충격에 비견될 만한 사건으로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딥시크 R1의 발표 직후 미국 AI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고, 기존 AI 모델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들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오픈AI(OpenAI)와 구글(Google) 등은 그동안 폐쇄적 AI 모델을 통해 시장을 독점해 왔기 때문에,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은 이러한 질서를 뒤흔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딥시크 R1은 중국에서 개발된 대형 언어 모델(LLM)로 높은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챗GPT(ChatGPT) 등 기존의 대형 AI 모델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딥시크는 폐쇄형 모델이 지배해 온 AI 시장에 개방성을 내세우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언론과 업계에서는 딥시크에 대해 비용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경향이 있지만, 이 모델의 등장이 의미하는 또 다른 차원의 핵심은 ‘오픈소스’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또 하나의 대형 언어 모델이 등장한 것을 넘어, AI 시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기존 AI 모델(OpenAI GPT, Google Gemini 등)은 높은 성능을 제공하지만,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스타트업과 중소 기업이 자체적인 AI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커스터마이징하는데 제약이 많았다. 딥시크 R1 모델은 이러한 기존 질서를 뒤흔들며, AI 오픈소스 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기존 AI 시장의 가장 큰 한계는 높은 비용과 제한된 접근성이었다.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했지만, 해당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활용하려면 API1)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으며, 모델 자체를 수정하거나 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즉, 기업과 개발자 들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었으며, 특정 서비스에 맞춰 최적화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이와 달리, 딥시크는 완전한 오픈소스라고는 할 수 없지만2) 오픈소스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AI 기술의 접근성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모델 가중치(Weights)와 추론 및 학습 과정 일부를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AI를 파인튜닝(Fine-tuning)3) 하고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개방 성은 AI 기술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AI)를 촉진하며, 특정 기업의 독점이 아닌 다양한 참여자들이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기존 폐쇄형 AI 모델이 ‘범용 AI(General-Purpose AI)’로 설계되어 특정 산업 최적화가 어려웠던 반면, 오픈소스 AI 모델을 활용하면 산업별 맞춤형 AI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오픈소스 AI가 보편화되면 기업과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AI 모델을 조정하며,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도 자체 데이터로 모델을 훈련해 특정 서비스에 최적화된 AI 개발이 가능해지며, 개발자 커뮤니티는 협업을 통해 AI 성능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기회를 증가시킬 수 있다. 국가나 연구기관도 자국어 및 특정 도메인(의료, 법률 등)에 맞춘 AI 모델 구축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오픈소스 AI 모델의 확산은 특정 산업과 서비스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맞춤형 AI 솔루션이 등장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메기 효과(Catfish Effect)’는 경쟁을 촉진해 산업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생태계 내에서 경쟁자가 등장함으로써 기존 기업들이 혁신을 촉진하고, 정체된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을 개척한 후, 디즈니+(Disney+), HBO 맥스(HBO Max), 애플 TV+(Apple TV+) 등 경쟁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OTT 시장 전반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딥시크의 등장은 단순히 또 하나의 AI 모델이 시장에 추가된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AI 생태계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은 기존 AI 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쟁 압력을 가하면서 AI 시장 전반에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기존 폐쇄형 AI 모델을 운영하던 기업들은 딥시크 등장 이후, 더 낮은 비용의 AI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부분적인 오픈소스 전략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미스트랄 AI(Mistral AI)는 딥시크 발표 이후, 더욱 경량화 된 AI 모델인 SLM(Small Language Model)을 공개하며 기존 대형 AI 모델과 차별화된 접근을 제시했다. 미스트랄 AI는 딥시크처럼 오픈소스 방식을 일부 채택하여 AI 연구자와 스타트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대형 AI 모델 대비 연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공했다.
또한, OpenAI는 ‘o3 미니(o3-Mini)’를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발표하며 기존보다 저렴한 AI 솔루션을 내놓았다. 기존 OpenAI 모델이 높은 API 비용을 요구했던 것과 달리, o3 미니는 보다 경제적인 비용으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딥시크 등장 이후, AI 모델이 더 가볍고, 비용 효율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오픈소스를 표방한 AI 모델은 딥시크가 처음은 아니다. 메타(Meta)는 이미 2024년 4월 오픈소스 AI 모델인 ‘라마 3(Llama 3)’를 출시해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기업들이 자유롭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로 인해 라마 3의 오픈소스화는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 개발로 이어 졌다. 예를 들어, 미국 오클라호마에 기반을 둔 라이트시(WriteSea)는 라마 3를 활용해 AI 커리어 코치 ‘Job Search Genius’를 구축했다. 이 서비스는 구직자들에게 맞춤형 이력서 작성, 모의 면접, 연봉 협상 방법 등을 지원하며, AI를 활용한 비디오 기반 면접 연습 기능도 제공한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 (The Washington Post)도 라마 3를 활용해 ‘Ask The Post’라는 AI 도구를 개발했다. 이 도구는 독자들이 챗봇에게 질문하면 2016년 이후 작성된 기사 아카이브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 답변을 제공하며, 해당 기사 링크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오픈소스 AI 모델의 가능성은 이미 라마 3를 통해 입증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여러 기업이 혁신적인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기존 오픈소스 AI 모델이 미국 중심의 생태계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어 왔다면, 딥시크의 등장은 AI 오픈소스 경쟁을 한층 더 가속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주도했던 AI 시장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AI 오픈소스 모델이 보다 글로벌한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즉 딥시크는 기존 미국 중심의 폐쇄형 AI 모델들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딥시크의 출현 이후, 메타의 오픈소스 전략이 더 주목받게 되는 경향이 생겼고, 오픈AI나 구글 같은 폐쇄적 구조의 AI 기업들은 오픈소스 AI 모델을 활용한 새로운 전략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는 AI 시장에서 오픈소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스타트업이나 개발자들에게도 보다 다양한 AI 모델을 실험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딥시크는 AI 시장에서 오픈소스 전략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AI 생태계 내에서 기존의 독점적 AI 모델들이 누리던 경쟁 우위를 흔들며, 산업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메기 효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딥시크의 등장 이후, AI 오픈소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개발자들과 스타트업은 더 다양한 모델을 비교하며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AI 솔루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서비스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AI 오픈소스 경쟁이 더욱 확산할수록, 보다 다양한 산업에서 맞춤형 AI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이며, 이는 AI가 단순한 연구 도구가 아니라 산업을 바꾸는 실질적인 동력으로 작용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AI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서 주로 보조 도구 역할에 머물러 있으며, 아직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만큼의 게임 체인저가 될 플랫폼이나 서비스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픈소스 AI 모델의 확산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현 미디어 산업에서 AI 활용의 주요 한계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 모델의 가능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현재 AI 기반 콘텐츠 생성 및 제작 기술은 여전히 품질과 감성 표현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소라 AI(Sora AI)’는 텍스트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영상을 생성할 수 있지만, 캐릭터의 감정 표현, 대사 흐름, 장면 연출 등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특히 영화, 드라마와 같이 긴 호흡의 콘텐츠 제작 에는 한계가 있으며, 연속적인 서사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오픈소스 AI 모델이 확산되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다면 특정 장르(예: 영화, 애니메이션, 웹툰 등)에 최적화된 AI 기반 콘텐츠 제작 플랫폼이나 제작 엔진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크리에이터가 직접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고, 카메라 워크, 연출 기법, 캐릭터 표현 등을 AI가 학습하도록 파인튜닝과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하면,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최적화된 AI 기반 제작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에서 벗어나 창작 과정의 핵심 요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결과적으로 보다 정교하고 감성적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AI 기반 콘텐츠 제작의 높은 연산 비용과 인프라 부담은 여전히 미디어 산업 AI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AI 모델을 대규모로 활용하려면 막대한 연산 자원(GPU, 클라우드 서버 등)이 필요하며, 이는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높은 사양의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하려면, 고비용의 클라우드 서비스(AWS, Google Cloud 등)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독립 창작자들에게는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기존 폐쇄형 AI 모델은 유료 API 기반으로 제공되며,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수정하거나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오픈소스 AI 모델을 활용하면, 기업과 창작자들이 자체 서버에서 AI를 실행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로컬 실행(On-Device AI)’ 기술이 발전하면 클라우드 기반의 높은 운영 비용 없이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AI 기반의 압도적 미디어 플랫폼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현시점에서 오픈소스 AI 모델은 새로운 서비스 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과 미디어 기업들은 기존의 빅테크 플랫폼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다양한 AI 기반 콘텐츠 솔루션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이러한 혁신을 지원하고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산업적 지원이 필요하다.
‘AI 에이전트(AI Agent)’는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며, 복합적인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자율적 시스템이다. 기존 AI 모델이 개별 명령에 대한 단순 응답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면, AI 에이전트는 보다 능동적으로 사용자의 요구를 해석하고, 최적의 정보를 제공하며,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발전은 오픈소스 AI 모델과 결합하면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폐쇄형 AI 모델은 특정 플랫폼 내에서만 활용할 수 있어 AI 에이전트의 확장성이 제한적이었지만, 오픈소스 AI 모델의 확산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맞춤형 AI 에이전트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특정 도메인에 최적화된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으며, 개인 사용자도 중앙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로컬 환경에서 보다 안전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 산업의 유통 구조와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요약 콘텐츠와 정보 콘텐츠의 자동화가 고도 화되고, 개인 맞춤형 추천 및 쌍방향 콘텐츠(Interactive Content) 경험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미디어 소비 방식은 사용자가 직접 검색하거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를 선택하는 일방향적 구조였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검색 패턴, 대화 내용, 소셜미디어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더욱 정교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는 단순 뉴스 검색이 아니라, 다양한 출처에서 경제 동향을 분석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하며, 시각 자료와 함께 맥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또한, AI 에이전트는 쌍방향 콘텐츠의 진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콘텐츠는 제작자가 미리 설정한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구조였으나, AI 에이전트는 실시간 피드백을 반영해 동적으로 콘텐츠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랙티브 웹드라마나 게임에서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AI가 실시간으로 스토리를 변경하거나, 버튜버(Virtual YouTuber)나 라이브 스트리밍에 서도 시청자의 질문과 반응을 분석해 즉각적인 응답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결국, AI 에이전트는 기존의 정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을 넘어, 더욱 정교한 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공과 실시간 인터랙션을 고도화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오픈소스 AI 모델과 결합할 경우, 기업과 개발자들은 더욱 다양한 AI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와 콘텐츠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으며, 이는 미디어 산업 전반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본 글에서는 그동안 기술 혁신이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를 돌아보면서, AI가 이와 같은 대전환의 새로운 동력이 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AI의 발전이 단순한 콘텐츠 제작 보조 도구를 넘어 미디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지에 주목했으며, 이 과정에서 딥시크 발 오픈소스 AI 모델의 등장과 확산이 AI 기반 서비스 혁신을 가속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정책 지원 방향이 필요한지 제시하고자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00년대 중반 스마트 혁신(모바일·클라우드 기술의 확산) 시기에 글로벌 빅테크로 성장한 넷플릭스,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기술 자체의 개발보다, 새롭게 등장한 기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이들은 신기술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서비스 혁신’을 이루어 냈다. 즉,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여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성공의 핵심이었다.
2020년대 AI 변혁기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미디어 산업 역시 이와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과 새로운 시도에 강점을 보여 온 역사가 있다. 예를 들어, 판도라TV는 유튜브보다 1년 앞선 2004년에,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5년 앞선 1999년에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카카오톡과 라인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채팅 서비스로 초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등 한국 기업들은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을 통해 시장을 개척한 경험이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과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에 특화된 DNA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순히 제작 도구로서 역할에 머물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비즈니스 모델)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AI는 콘텐츠의 제작·유통·소비 전반에서 기존 가치사슬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동화된 콘텐츠 생성,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AI 기반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리고 기술적 발전이 실질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지원과 정책적 방향 설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미디어 산업 지원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에는 콘텐츠 제작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AI 기반의 혁신적인 콘텐츠 서비스 기업을 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AI 미디어 콘텐츠 혁신 펀드 조성과 같은 간접 지원 정책을 통해 서비스 R&D를 강화하고, AI 기반 콘텐츠 서비스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양성할 필요가 있다. AI 변혁기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을 창출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AI 기반의 서비스 혁신과 산업 생태계 전환을 이끄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