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25년 방송미디어 시장은 전반적인 침체 속에 마무리됐다. 2026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는 역성장 분위기 속에 IPTV 정도만 예년과 달리 완만한 성장곡선을 그린 한 해였다. 전통 미디어의 역성장이 지속되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레거시 미디어가 죽었다'라는 다소 과격하지만 반박할 수 없는 절망적인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방송 채널 시청 시간도 2020년 정점을 찍고 매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방송 매출액(2024년 기준)은 18조 8,32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감소세는 특히 지상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 위성방송사업자가 이끌었다. 반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제공사업자(IPTV)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콘텐츠사업자(IPTV CP)의 매출은 증가하며 전통 미디어의 쇠퇴를 막는 역할을 담당했다.
차세대 미디어로 주목받던 플랫폼의 성장세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성장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과 산업 성장도 정체되는 분위기다. OTT뿐만 아니라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서비스와 같이 월 구독해야 할 서비스들이 늘어나며 구독 서비스를 신중하게 고르는 행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IT 서비스에 대한 월 구독료를 일컬어 '디지털 월세'라는 신조어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유료 방송 시장의 성장 원인 중 하나로 OTT의 경쟁 압력 증가가 꼽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OTT를 구독하고 있으며 TV 화면을 통한 OTT 시청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의 영향력은 지속 유지된다는 의미다. 특히 방송프로그램 수출에도 OTT 플랫폼이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방송프로그램 수출액은 총 6억 1,158만 달러다.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 비중이 71.3%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이 가장 큰 수출 거래처인 셈이다. 주요 수출국은 일본(23.8%), 미국(19%), 싱가포르(5.2%) 순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의 글로벌 접점을 확대하는 OTT 순기능 중 하나다.
또 'K-FAST 얼라이언스'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민관 협력 중심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글로벌 FAST 시장 규모는 116억 8,000만 달러 규모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57억 8,000만 달러가 미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 FAST 시장 성장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유료 방송 월 구독료가 높은 미국 등 해외를 중심으로 FAST 시장은 2029년까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6년 국내 방송산업은 전반적인 시장 규모 감소 속에서 IPTV 등 특정 분야 일부의 성장이 예상된다. OTT 시장은 광고 기반 요금제 확산과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 심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됐다. 한 시장조사 업체는 국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최소 하나의 OTT를 시청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FAST 시장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FAST 공급 기반이 되는 TV 제조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호에는 미디어 이슈&트렌드 기획위원 좌담회를 통해 2025년 방송미디어산업 결산과 2026년 방송미디어산업 전망 관련 의견을 담았다.
2. 좌담회 참석자(가나다순)
- ·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책임연구위원
- · 강정수 (주)블루닷에이아이 이사
- · 김세환 동서대 방송영상학과 교수
- · 김정현 KBS미디어연구소 팀장
- ·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 · 박종진 전자신문 기자 (사회)
- · 안영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팀장
- · 양지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 · 이승엽 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3. 2025 결산 및 2026 전망 좌담회
Q. 2025년 한 해 방송미디어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른 변화를 겪었습니다. 지난 1년 기억에 남는 사건과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이하 노창희): 계속되는 방송 재원 시장 악화를 꼽겠습니다. 2022~2024년 사이 가입자, 광고가 줄어든 게 상징적으로 봐야 할 것 중 하나고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프로그램 판매가 늘지 않았습니다. 방송 채널은 아니지만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콘텐츠 수요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안 된다는 게 전통 미디어에 한정된 문제로 생각됩니다. 재원도 불안정하고 콘텐츠 경쟁력이 좋지 않아요. 광고 시장도 안 좋고 가입자 수도 감소하는 등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유료 방송의 재원이 되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통계상 늘어났지만, 성장 폭은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통계로는 감소했을 수도 있어요. 부정적인 방송 지표가 늘어난 한 해라고 생각됩니다.
김세환 동서대 방송영상학과 교수(이하 김세환): 산업적 측면에서는 MBC에서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카지노》를 방송화한 부분이 떠오릅니다. 또 넷플릭스가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게 눈에 띕니다. 플랫폼과 콘텐츠에 AI를 적용하는 방향이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넷플릭스 중심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전면적으로 AI 활용을 선언한 게 중요한 의미가 있고 가장 상징적인 이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주주서한을 통해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할 것을 공식화했으니까요. 넷플릭스가 OTT 시장에서 가진 영향력과 장악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플릭스는 2025년 주주서한을 통해 "AI의 지속적인 발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위치"라며 "AI 기술은 크리에이티브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서 잠재력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역시 넷플릭스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데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해피 길모어2》, 아르헨티나 오리지널 시리즈 《영원한 항해자 에테르나우타》 등에 생성형 AI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지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이하 양지훈): AX(AI 전환) 관련 '나노바나나'가 출시된 게 가장 큰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일관성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영상 분야에 있어서 병목 지점을 해결했다는 게 큰 변화라고 봅니다. 나노바나나 출시로 오픈AI와 구글 '제미나이'의 격차가 줄고 역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고 그런 변화가 더 커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습니다. 또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흥행이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적 변화에 시그널을 주는 것 같은데요. 넷플릭스는 그동안 지식재산(IP)을 확보하는 모델로 사업을 추구했다면 이제 월트디즈니의 IP 확장 모델을 따라가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넷플릭스는 좀비물, 시리즈물, 성인물 등 IP 확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을 했다가 이번 《케데헌》 성공으로 테마파크 등 IP 확장성을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나노바나나'는 구글의 AI 이미지 생성·편집 서비스입니다. 자연어 기반 명령어(프롬프트)로 캐릭터와 장면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정밀 편집이 가능해 출시 전부터 주목받았습니다. 간단한 영상 생성까지 지원하며 현재 유·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강정수 블루닷AI 연구센터장(이하 강정수): 우리는《케데헌》의 한국적 측면에 주목하고 있지만, OST의 경우 보이스가 갖고 있는 개인의 개성이 보이지 않아도 장기간 1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AI 보이스로도 빌보드 차트 1위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노래를 사람이 불렀는지 AI가 불렀는지 상관 없이 '빌보드 톱200' 순위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창작의 영역이 다른 국면으로 가는 게 《케데헌》이 시사하는 점입니다. 단순히 K-컬처의 승리로 바라볼 게 아니라 무명의 가수가 부르든 AI가 만들든 그 영향력을 입증한 계기로 볼 수 있습니다.
김정현 KBS미디어연구소 팀장(이하 김정현): 작년까진 거대언어모델(LLM), 올해는 멀티모달 AI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방송산업 내 활용 측면에서도 더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방송미디어 제작에서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LLM은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해 다음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며 문장을 생성하는 언어모델입니다. 멀티모달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음성·영상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함께 받아들이고 이해해 더 자연스럽고 정교한 요약·답변을 제공하는 AI 모델입니다.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책임연구위원(이하 강신규): 지난해 방송광고가 많이 줄었습니다. 지상파 방송은 2026년 연초 광고 역시 많이 줄어들 것이고요. 예전에는 지상파 방송 광고가 줄어들면 일반 방송 채널은 올라가고 그런 게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PP 모두 빠졌다는 게 특징입니다. 모두 디지털 광고로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광고를 구분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요. 방송광고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다른 방송 매출과 고려해야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 합니다. 몇 년이 지나면 디지털 광고도 큰 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AI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포털 사이트를 잘 안 보게 됩니다. 검색을 안 하면 디지털 광고가 나올 게 없잖아요. 크게 디지털 광고를 동영상 광고와 배너 광고로 유형화할 수 있는데요. 배너 광고 클릭 수가 줄어드는 제로 클릭이 시작됐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몇 년 안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현재로서는 통합 광고, 중간광고, 가상광고 할 것 없이 전체 광고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Q.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합병, 넷플릭스-워너 브라더스 인수전과 같은 글로벌 인수합병(M&A)과 플랫폼 통합 흐름이 2026년 국내 플랫폼 사업 재편, 연합 전략, 경쟁·협력 방식 등 시장에 어떤 시사점을 준다고 보십니까?
노창희: 넷플릭스의 워너 브라더스 인수는 우리가 직접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일단 우리 콘텐츠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합병한다고 해서 워너 브라더스의 HBO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소개되더라도 지금보다 더 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 공개된 콘텐츠가 다수니까요. 우리나라 OTT 시장의 경우,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홈쇼핑 사업자는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홈쇼핑 송출 수수료와 영업이익 등 지표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건데요. 유료 방송 재원인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악화되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죠. 여러 사업자가 혼재돼 있어서 이를 잘 정리할 수 있는 단서라든지 정책 등이 마련돼야 할 시기입니다.
넷플릭스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HBO맥스'를 약 82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거래는 2026년 3분기 완료될 예정입니다. WBD는 CNN·TNT·디스커버리 등 케이블 채널을 분리하는 스핀오프를 진행한 뒤 인수가 마무리됩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경쟁 입찰에서 탈락했으나 WBD에 거래 가치 평가 방법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의회와 연방통신위원회(FCC) 등에서 넷플릭스 인수에 따른 반독점 심사 등이 변수로 거론됩니다.
안영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팀장(이하 안영민): 일부 유료 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방송 채널에서 경영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계올림픽 시즌인 데도 중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현: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에 상륙한 지는 오래됐고, 글로벌 OTT가 스튜디오를 인수하더라도 HBO 콘텐츠가 쿠팡플레이로 나오든 넷플릭스로 나오든 큰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해외 플랫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은 있습니다. 우리나라 플랫폼이 연합하고 힘을 합쳐야 하는 시점인데요. 미디어 산업계가 뭉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네이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이종 산업 간 연계 협력이 필요하고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기종 결합이 잘될 수 있을지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김세환: 해외 사례를 볼 때 스트리밍 산업 등장 이후 재편됐던 미디어산업이 시장 성숙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과점이 형성되고 국내 플레이어와 글로벌 플레이어가 경쟁하고, 국내도 시장 성숙화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인데요. 이종 간 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메인 타깃층과 이용자층을 끌어올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기업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스포츠 전용 OTT와 같이 종합적으로 서비스나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지역이나 장르에 특화된 콘텐츠 서비스가 경쟁력이 되고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강정수: 미국의 넷플릭스와 워너 브라더스 연합은 유튜브와 경쟁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옵니다. 유튜브가 넷플릭스를 앞서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숏폼(짧은 영상)이 인기를 끌며 넷플릭스 등 OTT로 젊은 시청자가 안 오는 현상에 직면해 있습니다. 고급 콘텐츠로 사용자를 확보했던 과거 경쟁의 장이 지상파, PP, OTT 등으로 나눠지지 않고 동일 시장으로 경쟁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건데요. 숏폼의 강점을 앞세워 유튜브와 틱톡의 지배력이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청 시간이 50% 줄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한 번 보려면 그걸 언제 다 볼지 생각이 드는데요. 젊은 사람들은 더 심각하게 고민한다고 합니다. 영화 보는 것도 힘들어하고요.
그래서 중간층의 콘텐츠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완전히 전문적이고 매력적인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들든 저예산으로 가든 둘 중 하나로 좁혀질 거라는 거죠. 중간 예산의 드라마나 영화가 사라지면서 여기서 일하는 스태프들과 작가들의 전체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문제도 발생할 거고요. 콘텐츠 시장에서 고급 콘텐츠나 글로벌 히트를 할 수 있는 작품만 살아남게 되는 거죠. 유튜브 등으로 콘텐츠 수는 많아지잖아요. 전체 예산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전통적인 콘텐츠 작품 수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워너 브라더스 인수에 성공해도 고급 작품이 대다수입니다.
앞으로 유튜브와 경쟁에서 넷플릭스가 제작 예산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보는 게 시사점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 콘텐츠가 넷플릭스로 가서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간 예산 드라마나 예능을 통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든지 이러한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달라지는 점입니다. 시청 행태가 연동되는 부분이기 때문에요.
양지훈: 글로벌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면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협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과점을 더 강화하게 될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채널을 줄이는 합종연횡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내 사업자의 협상력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독점력이 세지는 측면에서 시사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강정수: 저예산 콘텐츠는 많아지는 것 같은데요. 방송영상산업에 종사하는 조명감독, 작가, 스태프 등 인력들이 유튜브 시대에 어느 시장에 남을 것인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콘텐츠 소비량 자체는 폭발적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유튜브 특화 스튜디오는 증가하는 추세잖아요. 한국에서도 분명히 그런 현상이 존재합니다. 작가, 조명, 스태프 등 인력 채용과 수요가 절대량에서 줄어들진 않았을 수 있다. 일자리의 변화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강신규: 중간 콘텐츠가 사라진다는 얘기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음식, 술, 숙박업 등 콘텐츠를 통해 향유하는 게 많잖아요. 소비의 변화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국내 방송·미디어 사업자들의 기존 수익모델은 어떤 한계에 직면하고 있나요? 현실적인 수익모델 전환 방향은 무엇일까요?
강신규: 지상파 공영방송 기준 프로그램 앞뒤 광고가 완판되는 경우가 사라졌습니다. 첫 중간광고만 완판되는 상황인데요. MBC 《나 혼자 산다》로 예를 들면 시청률에 따라 광고가 판매됩니다. 아까 얘기한 대로 광고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동계올림픽·하계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성수기에도 광고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전통적인 광고 방식이 줄어드는 것이지 유튜브 광고 수익이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방송시장에서 광고 비중은 계속 줄고 프로그램 판매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유튜브 수익을 광고 매출로 잡지 않아서 누수되는 측면도 있는데요. 플랫폼별로 유료 방송은 케이블TV, IPTV의 주문형비디오(VOD) 수익은 계속 줄고 동영상 광고 수익도 계속 빠집니다.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이었던 방송진흥국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넘어왔습니다. 그래서 협력이 잘될 것이라고 보는데, 우선 유료 방송 셋톱박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드레서블 TV 광고'를 확대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IPTV에 성공적으로 적용하면 유료 방송사에서도 해당 사업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또 OTT에는 광고 요금제가 있습니다. 성장을 조금씩 하고 있고요. 스포츠랑 붙는 광고 등 티빙은 효율을 올리고 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 안에서 광고를 붙이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창희: 수익모델은 암울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유료 방송 시장이라는 게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가입자 시장이지만 가입자 수가 광고 범위입니다. 지상파 직수 광고모델이 거의 없어요. 광고 범위도 줄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인구가 감소하니까 통신 가입자가 줄고 방송도 이용 가입자가 줄어듭니다. 통신사 결합 시장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하며 알뜰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거든요. 현실적으로는 이미 통신 결합에서 방송이 빠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OTT와 결합상품을 내고 있는 거죠. 대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통신 가입자 수 증감이 점진적으로 방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아직 유료 방송을 구독하는 시청자들은 볼만한 채널은 몇 개 없지만, 굉장히 많은 채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는데요. 성장세가 남아있는 IPTV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가 애매한 상황입니다.
이승엽 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하 이승엽): 유료 방송 가입자가 조금씩 늘어난다고 해도 FAST 플랫폼이라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유료 방송은 저가 상품 시장입니다. 통신사업을 하는 기간통신사업자가 FAST 이용자가 늘어나면 어떤 형태의 정책을 펼지, IPTV 업계는 결합상품 요금제를 조정해서 해지 방어에 나설지 등 해결책이 있고 큰 변화가 나타날 환경은 아닙니다. 지상파 광고 수익은 떨어지고 OTT 가입자는 정체돼 있고 콘텐츠 사업자들도 수익이 안 좋은 상황입니다. 모든 게 다 막혀 있는 상황이어서 판로를 찾으려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떤 수익모델로 전환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찌 됐든 방법을 찾으려면 유통업계와 함께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방송 하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홈쇼핑의 지표도 떨어지고 있으니 다른 유통업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결합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품질 콘텐츠와 저품질 콘텐츠가 나뉠 것으로 보는데 글로벌 사업자들이 터치하지 않는 영역에서 우리 플랫폼 사업자들이 기회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바로 로컬리티라고 보는데 쿠팡이 국내에서 매출과 수익을 올렸던 게 글로벌 사업자가 관심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글로벌 사업자는 관심 없는 파트가 뭔지를 찾는 게 필요합니다. 스포츠 중계나 로컬리티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안영민: 콘텐츠 쪽에서 보면 나타나는 현상이 공동 제작입니다. 현재 CJ는 일본과 공동 제작을 진행하고 이를 늘려가는 추세인데요. 제작비가 보전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담을 나누는 것입니다. 공동 드라마 제작,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해야 할지 방송 콘텐츠나 광고만으로 수익을 담보할 수 없으니까요. PPL을 넘어 일본 같은 경우 라디오 프로그램 앞에 브랜드를 붙여서 광고 판매를 하는데요. 국내에서는 이를 규제하는 상황이죠. 규제 해소 요구와 모색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제품 출시를 염두에 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강정수: 북미 시장에서 FAST 플랫폼이 잘되는 건 케이블TV 구독료가 비싸기 때문입니다. 코드커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홈쇼핑 사업자가 송출 수수료로 도와줘서, 사실상 보조금을 줘서 저렴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독특한 구조죠.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FAST가 이른 시일 내 잘되긴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중학생들이 최근 FAST를 많이 시청한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중장년층 인구가 많다는 것을 고려할 때 폭발적 성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코드커팅은 유료방송 가입자가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상품 구독을 해지하고 인터넷TV, OTT, FAST 플랫폼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OTT나 FAST 플랫폼 대비 유료방송 월 구독료 부담이 큰 미국 등 해외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승엽: FAST 플랫폼은 K-콘텐츠의 수출, 해외로 우리 콘텐츠를 내보내는 용도로 활용하는 게 유리할 것 같습니다.
Q. 《오징어게임》, 《케데헌》 등 K-콘텐츠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사업자의 투자와 편성 역량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 생태계에 장·단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김정현: 넷플릭스가 인건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자 디즈니플러스가 대우를 높여서 그쪽으로 옮겨가는 상황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금액이 올라가서 글로벌 플랫폼 간 이동은 있을 수 있어도 국내 플랫폼으로 모두 돌아오긴 어려워 보입니다. 중간 콘텐츠 시장이 무너지는 이유인데요. 기존 산업에서 중간 콘텐츠가 할 일 자체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노창희: 영화 시장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박스오피스는 충격적이고 어떻게 보면 재밌는데요. 지난해 박스오피스 1, 2위가 《주토피아2》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가 톱10에 3개뿐이었는데 1년 전인 2024년과 비교해도 큰 변화입니다. 우리나라 영화가 시장에서 강성했을 때는 200만~300만 관객이 그냥 나왔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 영화로 관객 수 1위 영화가 《좀비딸》입니다. 영화적으로 보면 대작도 안 나오는 상황입니다. CJ그룹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영화 시장이 나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이 와중에 우리 독립영화는 또 잘 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나 예능, 영화 시장도 어쩔 수 없이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글로벌 OTT의 투자를 받는 건 재원이 거기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필연적으로 거대 자본을 투입해서 리스크 헷지를 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이죠. 계속 합리적인 제작 규모를 찾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2025년 박스오피스는 《주토피아2》가 약 770만 명,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약 569만 명,《좀비딸》이 약 564만명, 《F1 더 무비》가 약 521만 명, 《아바타: 불과 재》가 약 457만 명,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약 343만 명,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딩》이 약 339만 명, 《야당》이 약 338만 명, 《미키 17》이 약 301만 명, 《어쩔 수가 없다》가 약 294만 명 등 순으로 1~10위를 차지했다. 톱10 중 한국 영화는 세 편뿐이다.
안영민: 방송사들이 편당 10억~11억 원 규모의 드라마를 모으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비용 회수(recoup)를 할 수 있는 규모를 찾는 거죠. 그런 드라마를 통해 방향성을 찾으려고 하고 있는데요. 방송사들이 직접 제작할 수 없는 환경이 되다 보니까 제작비 규모를 산정해서 제작사를 찾아가는 단계입니다. 이런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일본은 TV 시장이 흑자입니다. 여전히 HD로 제작하고 있고 4K로 제작하지 않음에도 드라마를 좋아하고 TV 시장이 좋은 상황이죠. 도쿄와 오사카 중심의 직접 수신 등 영향으로 풀이되고요. 또 NHK 방송의 역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다시 조금씩 위상을 찾아가는 단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예능 위주 편성이 강화되는 부분은 우려됩니다. 방송 콘텐츠의 근간이 되는 작가, 연출자 등의 기반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란 걱정이 듭니다.
양지훈: 중간 규모 콘텐츠가 못 나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를 못 하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단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콘텐츠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력 있는 새로운 소재라든지 혁신적인 작품과 체제를 만드는 구조를 찾아야 합니다.
김정현: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배우, 작가, 제작 인력 유입이 거의 안 되고 줄어들고요.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이 안 되고 새로운 콘텐츠 유형도 안 나오고 기존 시청자는 점점 고령화되는 상황입니다.
강정수: 고예산과 저예산이 많아지면서 중간층이 붕괴한 것입니다. 돈을 조금 써서는 유튜브를 이길 수 없어요. 5분 분량의 더 좋은 걸 만드냐, 중간 예산 들여서라도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냐 기로에 놓인 거죠. 대작도 겨우 어쩌다 제작하잖아요. 예능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으니까 몰리는 거죠.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없으면 모르겠는데 방송프로그램에서 다양성을 가져가는 게 현재로선 어렵다고 보입니다. 방송시장 구조를 지상파, IPTV, 케이블TV, PP뿐 아니라 OTT와 유튜브까지 같이 보고 살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강신규: 유튜브 제작사 콘텐츠로 뜨는 곳들이 있죠. 4~5개사 정도 되는데요. 거의 TV 포맷이랑 비슷합니다. ENA 채널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먼저 선보이고, 유튜브 콘텐츠를 방송 채널에서 같이 공유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좋은 인력이 유튜브 쪽으로 옮겨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노창희: 매체당 상호 참조하면서 가는 게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유튜브 쪽으로 규제가 전혀 없죠. 유튜브는 방송을 가져와서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지금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게 당장은 없겠지만 그래도 전통 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Q. 우리나라 제작사가 제작비를 보전받는 수준을 넘어 독자적인 IP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강신규: 제작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IP를 받는 방식도 있고 유통권만 제공할 수도 있고 유형화가 안 될 정도로 다양해졌습니다. 무엇보다 IP 기반 확장을 제작사가 할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할 것 같고요. 일단 독자 IP 수익 구조를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습니다.
이승엽: 4~5년 전 얘기됐던 담론으로 이제는 논의가 무의미하지 않냐는 생각이 듭니다. 《오징어 게임》 등 글로벌 히트를 한 작품을 만들어도 이런 걸 만든 제작사는 돈을 못 벌기 때문에 한때 얘기가 많이 된 거잖아요. IP 관련해서는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의 영역입니다. 그걸 어떻게 하자고 얘기하는 건 어렵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지고 돈을 많이 버니까 본전 생각이 나는 건데요. 제작사들이 자체적으로 그런 수익을 낼 수 있냐, 넷플릭스에 태우지 않으면 그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냐 봤을 때 어렵죠. 플랫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고려해야 해요. 협상력이 플랫폼이 크긴 하지만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하지만 상업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학술적으로, 정책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안영민: 콘텐츠 IP 하나 가지고 수익 창출하는 것은 성공 사례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세계 10위 IP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 지브리, 미국 디즈니가 대표적이죠. 대규모 펀드를 조성했는데 벤처캐피털(VC)에서 방송 콘텐츠 투자는 다시 회수를 못해서 할 수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IP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인지를 봐야 하고 롱테일과 같이 다른 논의 구조로 가야 합니다.
강정수: 제작사와 넷플릭스 간 담론이죠. 제작비를 많이 받고 가는 게 안정적인 경영이라고 볼 수 있죠. 《케데헌》이 영화관에서만 상영됐으면 이 정도 세계적인 인기를 얻긴 어려웠을 겁니다. 아이들이 보고 또 보고 OTT의 구조 때문에 성공한 게 분명히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넷플릭스의 파워를 고려, IP를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데도 스튜디오가 가져갈 건 거의 없습니다. 투자를 안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IP를 어떻게 가져가고 이익을 실현할지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다양한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글로벌 플랫폼을 규제할 수는 있겠지만 역효과 가능성이 있고요. 한국 스튜디오들이 IP 가치를 극대화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김세환: IP 프리 콘텐츠도 많이 나와야 합니다. 《오징어 게임》 하나뿐 아니라 100개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숙련된 인력이 들어오고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죠. 인력 이탈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불과 3~4년 전에 편집점으로 3~4명이 들어갔는데 이제는 다른 작품 투입이 아니라 아예 업종 전환하고 전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 문법으로 익숙한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하이엔드가 아닌 스낵컬처, 바로바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수요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만들 콘텐츠 인력이 점점 줄어듭니다.
Q. 방송미디어 산업 재도약을 위해 기업이나 정책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 규제 환경 개선, 투자 인프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강신규: 규제 개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케데헌》 초반에 '헌트릭스'가 컵라면을 먹는 영상, 방송이었으면 못 내보내는 장면입니다. 방송에서 규제하는 대상 중 하나가 고열량 제품인데 컵라면이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방송광고 규제가 콘텐츠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특히 품목 규제의 경우가 해당됩니다. 또 우리 방송 콘텐츠의 경우 PPL이라고 하더라도 모자이크나 테이핑하는 게 대다수입니다. 해외에서는 제품을 왜 저렇게 보여주냐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냥 내보내면 해외에까지 우리 상품을 알릴 수도 있는 건데 규제를 수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겨집니다. 또 중간광고도 이슈가 있는데요. 중간광고를 두 번 내보내려면 프로그램 방영 시간이 60분 이상이어야 합니다. 중간광고를 두 번 하기 위해 억지로 분량을 늘리는 경우도 생긴다는 거죠. 넷플릭스에서 30~40분짜리 콘텐츠 제작을 늘리는 상황에서 방송 재원인 광고 규제 해소가 필요합니다.
김세환: 질적 고도화만 얘기하는데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양을 늘리는 형태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체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산업이 돌아갈 수 있게 최소한의 마지노선이 될 수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요.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민간 자율로만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정부나 공공 차원에서 양을 늘리는 제작 지원이 필요합니다.
노창희: 미디어산업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데 그만큼 지원 볼륨도 늘려야 합니다. 특히 부처 중복 지원 얘기는 그만해야 합니다. 정말 필요해서 지원을 통해 돌아갈 영역과 규제를 안 해서 진흥해야 할 부분을 살펴야 합니다. 명확하거든요. 그렇지 않고 정책을 내면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을 포함해 공공기관에서 할 수 없는 일, 대기업의 지원이 안 되는 일 등등 불필요한 규제는 해소해야 합니다.
안영민: 방송 가치에 대해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방송산업의 가치가 큰데요. 인기 배우의 경우 방송산업에서 길러지고 육성돼서 영화산업이나 유튜브 등으로 나아가는 식으로 기존에는 방송산업에서 커왔던 부분이 있습니다. 방송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어디까지 볼 것이 아니라면 펀더멘털을 지키기 위한 정책 지원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회적 기능과 요인도 방송이 제 기능을 안 해서 또는 잘 못해서 일어나는 게 있는데요. 특히 이념적인 콘텐츠들이 대표적이죠. 사회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바로 방송의 순기능입니다. 이런 부분이 간과되다 보니까 갈등도 깊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방송이 근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이제는 디지털 전환(DX)뿐만 아니라 AI 전환(AX)이라는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Q. 고성능 영상 AI가 방송 제작에 내재화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기존 방송 제작 시스템에 미칠 실질적인 위협과 기회는 무엇일까요?
양지훈: IP 영향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슈퍼 IP의 영향력이 커지겠죠. 방송 제작 자동화로 고품질·고성능 콘텐츠가 많아지면 좋은 IP가 탄생할 기회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이 어려웠는데 웹툰 IP를 갖고 있는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영상화 시도가 시작될 거예요. IP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네이버웹툰에서 실제 시범적으로 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내년쯤 AI 제작이 자리 잡게 되면 슈퍼 IP를 활용한 자동화된 영상 콘텐츠 제작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김정현: 현장에서 AI의 쓰임이 늘어날 수 있겠죠. 하지만 널리 보급되려면 더 적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입했을 때 효율도 중요하지만 실제 현장에 보급되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또 AI 기술이 거슬리지 않게 고퀄리티 영상을 뽑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시청자들이 AI로 제작한 방송 콘텐츠를 수용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AI 생성물이라는 표시를 하게 되면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 AI 활용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노창희: KBS 프로그램 시청 평가를 하고 있는데 매달 하나 짧게 묶어서 하는 게 《역사스페셜》 시청자 평가입니다. 살수대첩 편이었는데 자료화면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AI를 활용해 텐트폴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 시장에 분명한 영향이 있을 겁니다. 특히 예전에 못 했던 것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물론 중저가라든지 보편성은 확보돼야겠지만요.
안영민: 현재 모 방송사는 기존에 5대의 카메라로 찍던 방송프로그램을 2대만으로 찍는다고 하는데요. 바로 AI 활용 때문입니다. AI로 제작 효율화가 많이 일어날 것 같아요. 특히 피지컬 AI가 상용화되면 도입이 될 것 같습니다.
이승엽: AI로 촬영할 수 있게 하려면 크게 효율이 올리가겠죠. 우선 비교적 경영이 좋지 않은 지역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시작할 것 같습니다. 하이브리드 하게 중간중간 한 컷 한 컷 집어넣는 방식을 많이 하고 있고요. 다만 아직은 퀄리티가 낮아서 퀄리티가 낮아도 되는 장르에 활용될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교육, 화면이 작은 숏폼 광고 등으로 시작이 되고 있죠. 이런 쪽으로 보급하다 보면 웰메이드까지 가게 될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는 빨라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를 수용할 거냐,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고 채택도 돼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2026년 산업적 측면에서 방송사들이 추진해야 할 사업방향, 정부가 지원해야 할 중요 정책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정현: 공공영역 지원이 필요합니다. 방송 생태계 유지 측면에서도 필요한데요. 공공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원하고 말고의 관점보다 보편성을 고려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안영민: 방송사 입장에서는 AX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방송사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레거시 미디어로 가지는 문제를 해소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역 로컬 송출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이슈도 많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레거시적인 방송 기반을 개선할 때가 됐습니다.
김정현: 공공부문 방송을 정부가 무조건 해결해달라는 건 아니고 짊어지는 짐을 고려해달라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빛나는 쪽만 얘기하지 말고 짐을 덜어주든 지원해주든 재편해주든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렇다고 할 어떤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러한 논의가 시작되고 필요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송출 문제, 지역방송 문제도 있습니다. 레거시 방송사 안에서 지역방송도 있는데요. 그들에게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 살아남으라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안영민: 방송사 자체적으로 AX를 어떻게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전통 미디어 요소를 어떻게 살리면서 발전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강정수: 지역방송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다만 지역방송사도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적자 구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어떠한 노력도 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방만 경영의 극치를 보이는 데도 있고 정치권에서 방임하기도 합니다. 영세하게 운영하며 부동산이 있으니 몇 년 더 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이고 DX, AX 안되는 측면은 노동의 경직성 이슈도 있습니다. 모두 고려돼야 합니다.
김세환: 핀셋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독일 미디어 기업의 AX 현황을 봤을 때 포맷을 바꾸는 데 있어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IT와 법적인 부분이 연계된 데이터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흡하고 여력도 없다고 보입니다. 이것은 국내 상황도 대동소이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고요.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식별하거나 유통하는 부분 각각에 맞는 고려가 필요합니다. 제작 환경 지원은 상대적으로 많으니, 경영이나 기술 파트에서 AX가 필요한 부분을 핀셋 지원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