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2025년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있고 의미 있는 콘텐츠들이 제작되었지만,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처해 있는 내적 빈곤으로 인해 산업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위주의 콘텐츠 소비 행태나 최근의 흐름을 고려할 때 내수 시장에서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본 고에서는 국내 미디어 산업이 처해 있는 위기 양상을 데이터를 통해 진단해 보고 2026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려할 사항에 대해 제언했다.
1. 내적 빈곤에 처한 미디어 생태계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지면과 기회를 통해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얘기했다.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위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 혼자의 생각은 아니고 미디어 산업과 정책 관련 전문가가 유사한 맥락에서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다양한 발언을 쏟아내 왔다.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이 글의 목적은 원인 규명이 아니라 현재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대안 제시까지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것은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선다. 가능한 수준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단서라도 제공해 보고자 하려는 것이 이 글의 소박한 목적 중 하나다. '전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는 하나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성과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보여 주고자 한다. 진단이 정확해야 전망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2025년에도 유의미한 대한민국 콘텐츠는 계속 생산되었다. 연말에 넷플릭스 글로벌 이용률 1위를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은 《대홍수》, TV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OTT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둔 《폭군의 셰프》,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콘텐츠는 아니지만 K-POP의 힘과 높아진 대한민국 인지도를 확인시켜 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2025년에도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축적해 왔다.
하지만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는 내적 빈곤에 처해 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레거시 방송 시장의 핵심 재원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유료방송 가입자 시장과 방송 광고 시장은 양적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영상산업 규모를 유의미하게 확대시킬 것이라 기대받았던 OTT도 성장이 정체된 지 오래다. 드라마와 함께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을 이끌어 왔던 영화산업도 코로나 이후 영화관 관객 급감으로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를 맞이했다.
2026년은 미디어 생태계 입장에서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차원에서나 미디어 산업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절실하다. 미디어 산업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2. 양적 성장의 한계,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의 좌표는 어디인가?
2-1. 양적 쇠퇴의 상징적 지표: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와 방송 광고 시장 침체
레거시 방송 미디어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다양한 정량적 지표가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주목할 것은 '유료방송 가입자 수' 감소다. 대한민국에서 유료방송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고 독특하다. 대한민국에서 유료방송은 돈을 지불해야 시청 가능한 매체다. 국내에서 유료방송이 저가 요금일 수 있었던 것은, 홈쇼핑 송출수수료와 결합상품 때문이었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낮은 이용요금을 홈쇼핑 송출수수료로 충당하며 사업을 영위해 왔다. IPTV의 경우 모바일 상품과 초고속 인터넷과의 결합상품을 통해 방송을 제공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자에게 유료방송을 제공했다.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중요한 이유는 대다수의 시청자가 유료방송 상품을 통해 TV를 시청하기 때문이다. 국내는 난시청 때문에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가 매우 적다. 이것이 산업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유료방송 가입자수가 방송 광고의 커버리지라는 것이다.
유료방송이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콘텐츠 소비 행태가 디지털 매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이 처해 있는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는 데이터는 VOD(Video on Demand) 매출액이다.
단위: 단자

유료방송 VOD 매출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성숙기를 맞이한 것으로 평가받는 국내 방송산업에서 몇 안 되게 매출이 우상향하는 분야였다. 하지만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소비가 디지털 매체 위주로 재편되면서 유료방송 VOD 이용량과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단위: 억 원

유료방송 시장의 위축이 의미하는 것은 전반적인 방송 시장의 규모 축소다.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은 방송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IPTV 가입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유료방송 특성상 대한민국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통신 시장 변화는 유료방송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통신 시장은 인구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산업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결합상품으로 방송을 이용하는 가입자도 줄어들 것이다. 또한, 결합상품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단위: 억 원

유료방송 가입자 못지않게 레거시 방송미디어 시장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방송광고 시장 상황이다. 방송광고는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모든 매체 이용량이 늘어났던 2021년과 2022년을 제외하면, 계속 감소 흐름을 보인다. 특히,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에는 방송광고 매출이 6천억 원 가까이 감소했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이다.
방송은 과거보다 이용량이 줄고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 광고와 비교할 때 광고효과도 낮다. 온라인 광고는 데이터 기반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지만, 방송은 기술적인 한계와 제도적 제약으로 여전히 불특정 대중을 대상으로 광고를 제공한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 감소와 방송광고 시장 악화는 방송산업이 처한 쇠락의 징후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거시지표들이다. 이 두 가지 지표의 악화와 향후 예측되는 흐름은 방송산업의 양적 성장을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2-2. 방송 매체별 재원 구조 악화
지상파는 방송의 모태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상파 방송이 처한 상황은 방송산업의 징후를 살펴볼 단서가 된다. 지상파 매출액은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표 1> 지상파방송 사업자 매출액 추이4)
단위: 백만 원
| 2020 | 2021 | 2022 | 2023 | 2024 | |
|---|---|---|---|---|---|
| 텔레비전방송 수신료 | 698,027 | 705,463 | 712,759 | 704,260 | 669,377 |
| 재송신 | 399,858 | 407,936 | 408,997 | 455,084 | 460,689 |
| 방송프로그램 제공 | 11,000 | 11,947 | 12,456 | 12,758 | 12,928 |
| 광고 | 1,001,343 | 1,209,718 | 1,209,082 | 927,339 | 835,672 |
| 협찬 | 385,257 | 409,733 | 425,957 | 403,007 | 399,481 |
| 프로그램 판매 | 781,876 | 904,934 | 1,066,182 | 935,673 | 835,466 |
| 기타방송사업 | 289,115 | 338,512 | 319,759 | 292,762 | 317,118 |
| 기타사업 | 639,903 | 702,026 | 767,525 | 798,065 | 860,877 |
| 합계 | 4,206,380 | 4,690,269 | 4,922,717 | 4,528,948 | 4,391,608 |
감소의 주된 원인은 방송광고 감소지만 더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프로그램 판매 수입이 2023~2024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산업의 상황은 악화되지만, OTT 같은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인한 콘텐츠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그램 판매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은 지상파에서 제작·유통하는 콘텐츠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표 2> 유료방송 사업자 매출액 추이5)
단위: 백만 원
| 2020 | 2021 | 2022 | 2023 | 2024 | |
|---|---|---|---|---|---|
| 유선방송 (종합유선+중계유선) | 2,775,561 | 2,716,864 | 2,790,417 | 2,794,595 | 2,730,861 |
| 위성방송 | 660,404 | 655,354 | 704,927 | 708,217 | 706,305 |
| IPTV | 33,859,436 | 34,719,200 | 34,730,750 | 35,418,814 | 36,036,771 |
유료방송 매출 감소 관련해서 향후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부분은 송출 수수료다. 아래의 '방송산업 주요 수익원별 변화 추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유료방송 시장을 넘어 전체 방송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원이며, 이제는 방송광고 시장보다 큰 규모를 차지하는 분야다.
단위: 억 원

2024년 기준,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여전히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상승 폭은 감소하고 있으며, 곧 금액도 줄어들 것이라 전망된다. TV홈쇼핑 산업 업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 산업 상황이 안 좋아지면 유료방송 산업에 부담이 커져서 방송산업 전체 재원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위: 억 원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도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rogram Provider) 시장도 방송광고 감소라는 악재를 피해 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2023년에 비해 반등하는 양상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2022년과 비교하면 광고뿐 아니라 프로그램 판매도 크게 줄어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표 3> 방송채널사용 사업자 매출액 추이8)
단위: 백만 원
| 2020 | 2021 | 2022 | 2023 | 2024 | |
|---|---|---|---|---|---|
| 방송프로그램 제공 | 874,892 | 938,958 | 999,640 | 1,061,464 | 1,118,634 |
| 광고 | 1,463,655 | 1,691,165 | 1,636,282 | 1,352,183 | 1,266,648 |
| 협찬 | 428,343 | 525,781 | 516,738 | 501,779 | 530,423 |
| 프로그램판매 | 273,152 | 307,750 | 413,183 | 326,670 | 350,039 |
| 방송시설임대 | 7,982 | 11,203 | 15,816 | 22,974 | 26,851 |
| 행사 | 42,785 | 41,316 | 93,797 | 121,261 | 112,314 |
| 홈쇼핑방송 | 3,810,804 | 3,819,306 | 3,709,490 | 3,490,341 | 3,416,554 |
| 기타방송사업 | 167,136 | 172,610 | 216,488 | 224,674 | 314,093 |
| 기타사업 | 5,729,592 | 5,931,062 | 5,985,750 | 5,664,104 | 6,351,254 |
| 합계 | 12,803,815 | 13,483,030 | 13,595,368 | 12,756,488 | 13,486,810 |
지금까지 살펴본 방송 사업자의 위기는 전반적으로 심화되며, 흐름이 전환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산업 입장에서는 산업의 양적 확산이 멈췄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질적으로 도약 방법을 찾아야 한다.
2-3. 성숙기에 접어든 OTT 시장
국내 OTT 시장은 월간 활성 사용자(Monthly Active Users, 이하 MAU) 수를 고려하면, 여전히 조금씩 성장하는 영역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의 폭을 보면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에 가깝다. 2025년 넷플릭스(Netflix), 티빙(TVING), 쿠팡플레이(Coupang Play), 웨이브(Wavve), 디즈니플러스(Disney+)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주요 OTT MAU 합계를 보면 1월 3,491만 명에서 12월 3,863만 명으로 소폭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월별 흐름을 보면 4월에는 3,374만 명까지 하락하는 등, 등락이 심하다. OTT 시장은 주요 사업자의 신작 오리지널 콘텐츠와 스포츠 중계권 등에 따라 신규 가입자 유입과 이탈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OTT 시장은 향후 조금씩이라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중·장년층 OTT 이용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용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전후로 국내·외에서 '스트리밍 전쟁'이라는 용어에 의미를 부여하며 OTT에 기대했던 것은 미디어 산업의 유의미한 양적 성장과 질적인 진화였다.9)
단위: 만 명

OTT는 투자만큼 수익 창출이 어려운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여전히 국내 사업자들은 적자를 보고 있고, 2026년에는 흑자를 낼지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국내 OTT 투자는 계속 이뤄져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OTT 플랫폼의 글로벌화도 필요하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업도 더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즈니스를 다원화하지 못한다면, OTT 시장이 가시적인 수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4.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영화산업
영상산업 분야에서 코로나 전후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영화산업이다. 국내 영화산업에서 영화관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코로나 직전이었던 2019년과 2024년의 관객 수를 비교하면 22,668만 명에서 12,313만 명으로 감소해, 54% 정도 수준 밖에 회복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관객 감소와 더불어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경쟁력 있는 국내 영화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2025년 영화 박스오피스는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애니메이션의 선전이다. 영화 산업에서 애니메이션의 약진은 최근 가시적으로 나타난 흐름이기에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표 4> 2025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 – 10위11)
| 순위 | 영화명 | 개봉일 | 관객수(명) |
|---|---|---|---|
| 1 | 《주토피아2》 | 2025-11-26 | 7,705,710 |
| 2 |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 2025-08-22 | 5,691,838 |
| 3 | 《좀비딸》 | 2025-07-30 | 5,639,964 |
| 4 | 《F1 더 무비》 | 2025-06-25 | 5,214,567 |
| 5 | 《아바타: 불과 재》 | 2025-12-17 | 4,569,548 |
| 6 |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 2025-09-24 | 3,431,787 |
| 7 |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 2025-05-17 | 3,392,542 |
| 8 | 《야당》 | 2025-04-16 | 3,378,276 |
| 9 | 《미키17》 | 2025-02-28 | 3,013,854 |
| 10 | 《어쩔수가없다》 | 2025-09-24 | 2,942,778 |
하지만 2025년 처럼 대한민국에서 애니메이션이 연간 박스오피스 1위(《주토피아2》, 7,705,710명)와 2위(《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5,691,838명)를 차지했던 적은 없다. 6위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까지, 애니메이션이 2025년 박스오피스 10편 중 3편에 이름을 올렸다.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 맨》은 일본 애니메이션 IP의 힘을 보여주며 이제 일본 애니메이션 팬덤을 마니아층에 기반한 서브컬처로 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12)
<표 5> 2024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 – 10위13)
| 순위 | 영화명 | 개봉일 | 관객수(명) |
|---|---|---|---|
| 1 | 《파묘》 | 2024-02-22 | 11,914,784 |
| 2 | 《범죄도시4》 | 2024-04-24 | 11,502,779 |
| 3 | 《인사이드 아웃2》 | 2024-06-12 | 8,799,013 |
| 4 | 《베테랑2》 | 2024-09-13 | 7,525,339 |
| 5 | 《파일럿》 | 2024-07-31 | 4,718,036 |
| 6 | 《웡카》 | 2024-01-31 | 3,531,717 |
| 7 | 《모아나2》 | 2024-11-27 | 3,372,815 |
| 8 | 《소방관》 | 2024-12-04 | 3,317,296 |
| 9 | 《하얼빈》 | 2024-12-24 | 2,755,236 |
| 10 | 《탈주》 | 2024-07-03 | 2,561,872 |
반면, 국내 영화는 예상외로 선전한 《좀비딸》과 《야당》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어쩔수가없다》만 박스오피스 10위 내에 진입해 있다. 《파묘》, 《범죄도시4》 등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두 편 배출하면서 10위권 내에 국내 영화 7편을 올렸던 2024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3. 질적인 도약이 필요한 2026년 돌파구는 어디서?
2026년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영화가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토피아2》, 《아바타: 불과 재》를 보러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늘어나고, 드라마 제작 편수도 반등 조짐을 보인다. 드라마는 제작 편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노희경(《우리들의 블루스》), 홍자매(《환혼》, 《호텔 델루나》), 박해영(《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작가들이 신작으로 돌아온다. 양과 질 모두에서 기대할 만한 콘텐츠가 기다리는 것이다.14)
2025년에 스튜디오드래곤은 《폭군의 셰프》, 《조각도시》, 《친애하는 X》,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을 통해 글로벌 OTT의 성과를 견인해 냈다.15) 최근 몇 년간 감소했던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 제작 편수도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16)
앞서 언급처럼 국내 영화 비중은 줄어들지만, 영화관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2025년 11월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738만 명으로 2024년 11월의 699만 명을 웃도는 수치다. 영화관이 살아나면 국내 영화 제작 투자에 다시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또한, 작품성과 경쟁력을 갖춘 독립영화 제작이 늘어나는 점도 고무적이다. 2025년 19만 명이 영화관을 찾게 만든 《세계의 주인》, 4만 명을 동원한 《사람과 고기》, 2억 원의 제작비로 100만 명 넘는 관객을 끌어모은 《얼굴》 등 독립영화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제작 시장의 건강성과 다양성은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의 기초 체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내수 시장의 양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산업 성장의 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대와 질적 도약이 필요하다. 국내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은 단기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OTT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중·장기 목표로 삼되,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티빙-웨이브 합병도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업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업자와 협업을 통한 장점은 살리면서 국내 사업자의 글로벌 진출을 다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상파, 유료방송, 유료방송 PP(Program Provider)등 레거시 방송 사업자들의 질적 도약이 필요하다. IP 활용 등 양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다양한 혁신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해야 하며,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방송광고 등에 대한 규제나 산적한 정책 과제 개선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정부 규제로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시스템 마련은 미디어 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프트파워 증진이나 수출을 통한 경제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2026년 미디어 산업이 양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