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문
글로벌 OTT 경쟁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콘텐츠 IP는 단일 작품이 아니라 장르·산업 간 확장과 파생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권리 포트폴리오로 진화했다. 이에 본고는 IP 전략을 확보(수급·계약 등 권리구조 고도화)와 확장(경험재·게임·라이선싱 등 수익화 고도화)의 두 축으로 나눠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라이선스·공동제작·윈도우 결합을 조합해 파이프라인을 안정화하며 확보 역량을 고도화해 왔다. 디즈니는 테마파크·소비재·서사 확장을 결합해 성공 IP의 수명과 단가를 극대화하는 확장 모델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경험재·게임 등 디즈니식 확장으로, 디즈니가 로컬 오리지널과 권리 옵션 설계 등 넷플릭스식 확보로 이동하며 혼합형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K-콘텐츠 산업의 과제는, 단순 수출 확대가 아니라 권리 설계를 통해 성과를 국내 제작사에 최대한 남기는 것이다. 핵심은 방영권 중심 협상에서 벗어나 독점 범위·옵션·파생 권리를 모듈화해 설계하고, 확장 파트너십을 계약 단계부터 확보하는 데 있다. 동시에 스튜디오·CP 중심 게이트키핑을 완화해 제작사와 플랫폼의 직접 협상 선택지를 넓혀야 하며, 이를 위한 산업적 노력과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1. 들어가며: IP 전략의 두 축(IP 확보 전략 X IP 확장 전략)
글로벌 OTT 경쟁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미디어·콘텐츠 산업에서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1)의 역할이 진화하고 있다. 이제 콘텐츠 IP는 단순히 성공한 단일 콘텐츠의 의미를 넘어, 기업의 수익 모델을 설계하고 자산 가치를 운용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같은 콘텐츠라도 누가 권리를 보유하고 어떤 확장 경로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성과의 귀속과 규모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글로벌 OTT와 미디어 기업의 IP 전략이 어떻게 고도화되는지 정리하고, 그 변화가 K-콘텐츠의 해외 진출과 수익 확보에 갖는 함의를 점검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IP 전략을 너무 단순화하면 중요한 차이를 놓치기 쉽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하나의 방향으로만 수렴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생존을 위해 콘텐츠를 끊기지 않게 공급받는 능력, 즉 수급 체계를 극도로 정교화하고 있다. 반대로 어떤 기업은 성공한 IP를 산업의 경계를 넘어 확장하며 수익 경로를 늘리고 수명을 연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IP를 많이 확보해도 확장 역량이 약하면 장기 수익은 제한되고, 확장 엔진이 강해도 이를 굴릴 안정적 IP 공급이 없으면 지속 가능성이 흔들린다.
이에 본고에서는 글로벌 OTT의 IP 전략을 <그림1>과 같은 확보와 확장이라는 두 축으로 분해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가로축은 IP 확보 고도화(콘텐츠 수급 고도화)이다. 이는 단순히 작품을 더 많이 사들이는 문제가 아니라, 라이선스·독점·오리지널·공동제작·권리 분할 등 권리 구조를 조합해 수급 불확실성을 낮추는 능력이다. 세로축은 IP 확장 고도화(수익화 고도화)이다. 이는 게임·공연·출판 등 장르 전환, 전시·체험·공간 사업 같은 경험 산업, 팬덤 접점의 플랫폼화로 이어지는 다층 수익 구조를 설계·운영하는 능력이다. 두 축을 결합하면 확보 고도화 × 확장 고도화의 그리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 그리드는 기업을 고정적으로 분류하는 표가 아니라, 전략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다. IP 확보만 강하다면 단기 경쟁력은 유지되지만, 확장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장기 수익의 과실이 플랫폼 내부에 집중되거나 외부로 빠져나갈 위험이 커진다. IP 확장만 강하다면 성공 IP의 장기 수익은 크지만, IP 공급 체계가 불안정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은 약한 축을 보완하며 확보와 확장을 동시에 강화하는 혼합형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그리드 모델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각 축을 대표한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경쟁에서 IP를 안정적으로 확보·운영하는 확보 고도화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동해 온 기업이다. 디즈니는 성공 IP를 상품·라이선스·게임·체험으로 확장해 수익을 장기화하는 확장 고도화가 정교화된 기업이다. 그리고 최근 더 중요한 변화는, 두 기업이 서로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상대 전략을 적극 흡수하면서 우상단(혼합형 고도화)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점에 따라 본 글의 2장에서는 넷플릭스 사례를 통해 IP 확보 고도화가 수익 모델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살펴본다. 3장은 디즈니 사례를 통해 IP 확장 고도화가 어떤 구조로 장기 수익을 만드는지 분석한다. 4장은 두 기업이 서로의 영역을 침투하며 혼합형으로 이동하는 수렴 국면을 정리한다. 마지막 5장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K-콘텐츠가 IP 권리와 활용의 수동적 객체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적극적인 주체가 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1) 본고에서는 '콘텐츠 IP'를 이상규 외(2021)가 정의한 '원천 콘텐츠(Source Contents)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 장르 및 산업 간 확장·연계 및 파생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관련 지식재산권 묶음(Portfolio)'의 개념을 활용했다.
2. IP 전략의 첫 번째 축: IP 확보 고도화 전략(넷플릭스 모델)
넷플릭스의 IP 전략은 흥행 콘텐츠 IP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콘텐츠가 끊기지 않게 전 세계에서 IP를 확보·축적하는 데 방점이 있다. 넷플릭스는 유통에서 출발한 후발 기업으로서, 스스로 IP를 대량 생산·보유해 온 레거시 스튜디오와 달리 수급의 안정성 자체가 생존 조건이었다. 즉 넷플릭스에게 IP는 있으면 좋은 자산이 아니라, 구독 비즈니스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 재고자산이며 생존의 조건이었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이전에 무엇을,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예측할 수 있게 공급받을 것인가를 시스템으로 고도화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넷플릭스의 IP 확보는 단순 구매가 아니라 콘텐츠 파이프라인을 설계·운영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구독 모델에서 매출은 단발 흥행보다 이탈률 관리와 체류 시청시간의 안정성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콘텐츠의 성공은 출발점일 뿐, 결정적 성과는 이후 데이터에서 나타난다. 특정 국가·세대·취향 집단에서 시청이 얼마나 넓게 퍼지고, 얼마나 오래 유지되며, 다음 결제 주기까지 이용자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견인하는지가 성과의 본질이 된다. 문제는 이 성과를 우연한 히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인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지점이 바로 현지 제작 시장과의 상호작용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제작 시장은 방송사 중심의 방영료 모델, 투자자 중심의 회수·권리 집중 모델, 제작사 중심의 IP 보유 모델이 병존하며 작품별로 자금·권리·유통의 출발점이 다르다. 넷플릭스의 확보 고도화는 이 복합적 입력(Input) 구조를 전제로 독점/비독점·글로벌/지역의 권리 범위, 전액 부담/분담의 투자 구조, 단독/윈도우 결합의 유통 설계를 변수화(variables)해, 작품·시장·장르별 계약 포트폴리오를 최적 조합(optimization)하는 데 있다.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넷플릭스의 전략은 단순 구매에서 권리 패키징(권리 설계)으로 이동했다. 핵심은 무엇을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작품별로 독점 범위(어디까지·얼마나), 비용 구조(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 유통 설계(어떤 창구로·어느 지역까지 풀지)를 어떻게 묶어 가져오느냐에 있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이 조합을 한 번의 계약으로 고정하지 않고, 포트폴리오처럼 분산해 리스크를 낮추면서도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 조합이 실제 계약 현장에서 구현되는 경로는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필요에 따라 이 네 가지를 선택하거나 혼합해 독점성, 비용, 리스크, 자본 효율을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
첫째, 오리지널형(제작 의뢰형)은 넷플릭스의 확보 전략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주도적으로 부담하는 대신, 공개 방식과 권리 범위를 넓게 가져가며 독점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형태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 조달 부담을 크게 줄이고, 계약상 확정된 보수와 마진을 통해 손익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플랫폼 입장에서는 해당 IP를 장기간 편성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함으로써, 한 작품의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재고를 안정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오리지널이 단순히 권리를 집중하는 계약 방식에 그치지 않고, 제작 과정 자체를 더 안정적으로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장이 성숙할수록 제작비는 상승하고 일정은 불확실해지므로, 오리지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확보 경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일부 프로젝트에서 제작 공정의 비용과 기간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프리비주얼이나 합성 같은 후반 공정에 자동화 도구와 생성형 AI 기반의 작업 방식을 시험적으로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핵심은 더 많은 오리지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규모의 오리지널을 더 예측할 수 있게, 더 자본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작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있다.2) 이러한 변화는 오리지널을 확보의 수단으로 쓰는 단계에서, 오리지널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단계로 전략이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라이선스(완성작·방영권 구매)형은 성숙기 넷플릭스가 다시 강화하고 있는 자본 효율형 확보 수단이다. 제작비가 급등하고 흥행 변동성이 커질수록, 오리지널만으로 라인업을 채우는 것은 비용 부담이 과도해진다. 이때 라이선스는 오래된 작품(구작) 구매에서 서비스 운영상 필요한 장르·타깃의 공백을 빠르게 메우는 운영형 조달로 의미가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 시청층을 보강하기 위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라이선스를 적극적으로 취득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경쟁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외부 라이선싱을 재확대하면서, 넷플릭스가 다시 라이선스 재고를 두텁게 가져가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기도 했다. 넷플릭스로서는 오리지널(독점력)과 라이선스(가성비)를 병행해 파이프라인을 안정화하는 전략이며, 확보 고도화가 결국 자체 제작 일변도에서 재고 최적화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공동제작·공동개발(권리 분할형)은 성숙기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확보 전략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조정 장치다. 제작비가 계속 오르고 라인업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플랫폼이 제작비를 전액 부담하고 권리를 집중하는 방식만으로는 투자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모든 권리를 넘기는 구조가 반복될수록 장기적으로 남는 몫이 약해지기 때문에, 양쪽 모두 비용과 위험을 나누는 해법을 찾게 된다.
이때 공동제작은 단순히 제작비를 분담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을 얼마만큼 나눌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권리의 범위를 글로벌과 지역으로 쪼개거나, 독점 기간과 2차 창구를 분리하고, 후속 시즌 우선권이나 스핀오프 권리, 리메이크와 포맷, 부가 사업 권리까지를 작품 성격과 파트너 역량에 맞춰 재배치한다.
다시 말해 공동제작은 비용 분담을 통해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권리 구성과 유통 설계를 함께 손보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확보 전략의 선택지를 넓힌다. 최근에는 성과와 보상을 연동하려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공동제작의 의미가 더 확장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 2023년 이후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조합 합의에서 스트리밍 성과에 연동된 보상 장치가 도입되며, 성과가 확인될 때 추가 보상이 붙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강화됐다.3) 이 변화는 공동제작을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고 권리 조건이 재정렬되는 구조로 설계하는 방향을 촉진한다. 결과적으로 공동제작·공동개발은 성숙기 넷플릭스가 확보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자본 효율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선택하는, 권리와 보상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윈도우 결합(동시·순차 공개 설계, 프리바이/윈도잉)형은 넷플릭스의 확보 고도화가 올인 독점에서 정밀 권리 조달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제작사가 IP를 보유한 채로 플랫폼에는 글로벌 스트리밍 권리나 일정 기간 독점권 등 필요한 범위만 판매하면, 넷플릭스는 투자비를 낮추면서도 고품질 신작을 글로벌 라인업에 편성할 수 있다. 제작사는 글로벌 노출을 얻는 대신, 리메이크·포맷·공연·상품화 등 2차 사업 옵션을 남길 수 있어 이해관계 조정에도 유리하다. 참고로 라이선스가 종영작 등 구작 재고를 사와 편성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라면, 윈도우 결합은 방영 직후 신작을 붙여 사실상 신작 확보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 유형 | 핵심 구조 | 대표 국내 사례 |
|---|---|---|
| ① 오리지널 | 제작비 전액 + 마진 보장 / IP 전량 귀속 |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승리호》, 《킹덤》 |
| ② 라이선스 | 기존 구작 또는 완성작 구매 | 《슬기로운 의사생활》, 《응답하라 시리즈》 |
| ③ 공동제작 | 비용·리스크 분담 / IP 및 수익 분할 | 아직 국내 사례 없음 |
| ④ 윈도우 결합 | 제작사 IP 보유 / 채널+OTT 멀티 유통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
정리하면 넷플릭스의 IP 확보 전략 고도화는 오리지널·라이선스·공동제작·윈도우 결합이라는 도구를 작품·시장·장르별로 재조합해, 글로벌 콘텐츠 재고를 중단 없이 갱신하는 파이프라인 운영 시스템으로 진화해 온 과정이다. 이 시스템이 시청과 체류를 안정화하며 수익 기반을 방어·확대해 왔다면, 다음 장의 디즈니 모델은 IP 확장 전략을 통해 수익의 단가와 수명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확연히 대비가 된다.
3. IP 전략의 두 번째 축: IP 확장 고도화 전략(디즈니 모델)
디즈니 모델은 성공한 콘텐츠 IP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해 수익의 단가와 수명을 끌어올리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디즈니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완결된 상품이라기보다 캐릭터, 세계관, 서사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1차 관문으로 기능한다. 이후 콘텐츠 IP가 관문을 통과하면 상품과 라이선스, 게임, 공연, 테마파크 같은 경험 산업으로, 연쇄적으로 확장되고, 그 경험이 다시 팬덤을 강화해 콘텐츠 소비로 되돌아오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흔히 플라이휠(Flywheel)4)로 설명되는 구조는 비유라기보다 디즈니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운영 방식의 요약에 가깝다.
이 순환은 재무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2024 회계연도 기준 디즈니의 총매출은 913.61억 달러이고, 테마파크, 리조트, 크루즈, 소비재 등을 포괄하는 경험형 사업(Experiences) 부문 매출은 341.51억 달러로 약 37.4%를 차지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익 기여인데, 같은 해 경험형 사업(Experiences) 부문 영업이익은 92.72억 달러로 전체 부문 영업이익 156.01억 달러의 약 59.4% 수준이다.

즉 디즈니는 콘텐츠를 경험과 소비재로 확장해 현금흐름을 만든다는 원리가 이미 회사 이익의 중심축으로 굳어져 있다. 디즈니의 콘텐츠 IP 확장 고도화가 강력한 이유는 확장이 사후적으로 붙는 부가 사업이 아니라, 기획과 투자 단계에서부터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캐릭터와 세계관이 상품화와 게임화, 오프라인 경험으로 확장 가능한지, 시리즈와 스핀오프로 서사를 늘릴 여지가 있는지, 장기적으로 반복 소비를 만들 수 있는지까지 함께 판단한다. 이때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을 더 파느냐가 아니라, IP가 어느 접점에 꽂혀도 수익으로 이어지도록 부문 간 연결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능력에 있다.
스튜디오가 원천을 만들고 라이선싱 조직이 권리를 배포하고 통제하며, 테마파크와 리조트가 IP를 현실 경험으로 전환하고, 유통 채널이 대중 노출과 재소비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확장이 시스템처럼 맞물린다.
확장 고도화를 층위로 나누면 다음의 세 갈래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라이선싱과 머천다이징이다. 디즈니는 제조와 재고 리스크를 직접 떠안기보다, 권리 사업을 통해 산업 전반에 IP를 배포하면서도 품질과 브랜드를 통제해 수익을 만든다. 둘째는 경험 산업이다. 파크는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IP를 가장 높은 단가로 현금화하는 프리미엄 창구로 기능하고, 숙박과 식음, 이벤트, 멤버십까지 결합한 복합 소비를 발생시킨다. 셋째는 미디어 확장이다. 영화에서 시리즈로, 애니메이션에서 실사로, 시퀄과 프리퀄, 스핀오프로 이어지는 서사 확장을 통해 일회성 흥행이 아니라 다음 소비를 예고할 수 있는 반복 구조를 만든다.
스트리밍의 등장은 디즈니 모델에 확장 레이어를 하나 더 얹었다. 디즈니플러스는 단순 유통 창구가 아니라 IP 접점을 한곳으로 모아 팬덤과 소비를 직접 관리할 수 있게 하는 허브에 가깝다.
| 유형 | 핵심 전략 및 수익 모델 | 상세 내용 및 효과 |
|---|---|---|
| 라이선싱 및 머천다이징 | 권리 중심의 IP 배포 | 직접 제조/재고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산업 전반에 권리를 판매하여 고수익 창출. 엄격한 품질·브랜드 통제로 IP 가치 유지. |
| 경험 산업 (Experiences) | 프리미엄 현금화 창구 | 테마파크를 단순 관광지가 아닌 IP 소비의 정점으로 활용. 숙박, 식음, 멤버십이 결합된 복합 소비 유도로 수익 단가 극대화. |
| 미디어 확장 (Narrative) | 서사 확장을 통한 반복 소비 | 영화-시리즈, 애니메이션-실사, 프리퀄·스핀오프 등 장르와 시점을 넘나드는 확장을 통해 차기 소비를 예고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 |
| 스트리밍 (OTT) | 가속 장치 및 팬덤 허브 |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IP 접점을 통합 관리. 프랜차이즈형 IP의 연쇄 소비를 촉진하고 오프라인 경험/상품으로 연결을 가속화. |
프랜차이즈형 IP는 스트리밍에서 연쇄 소비를 쉽게 발생하게 만들고, 그 연쇄가 상품과 게임, 오프라인 경험으로 번지도록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스트리밍은 디즈니에게 확보 경쟁의 장이면서 동시에 확장 고도화를 더 빠르게 회전시키는 가속 장치가 될 수 있다.
다만 확장 고도화는 강한 원천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확장할 만큼의 캐릭터성과 팬덤이 형성되지 않으면 상품과 경험 사업은 오히려 비용과 브랜드 리스크로 돌아오고, 확장 속도가 과도하면 프랜차이즈 피로감이 누적되며 희소성이 약해져 장기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여기서 디즈니의 진짜 강점은 확장 자체가 아니라, 확장의 속도와 범위, 품질을 통제하는 운영 시스템에 있다.
다만 최근 흐름은 디즈니도 확장을 잘하는 기업으로만 남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디즈니 역시 안정적인 공급과 라인업 운영, 글로벌 체류 시간 확보라는 논리를 더 강하게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즉 디즈니는 확장 고도화를 유지하는 동시에 확보 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넷플릭스는 확보 우위를 유지한 채 확장 축으로 올라타려 한다. 이 상호 보완이 4장에서 정리할 혼합형 고도화로의 수렴 국면을 형성한다.
- 4) 플라이휠(Flywheel)은 '떠 있는 바퀴'라는 뜻으로 성장을 만드는 선순환의 수레바퀴를 의미.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아마존의 성장 원리이자 사업 모델
4. 혼합형으로의 수렴: IP 확보와 확장의 상호 침투
전 세계 미디어·콘텐츠 시장이 글로벌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넷플릭스와 디즈니 두 기업 모두 IP를 콘텐츠가 아니라 운영 가능한 자산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강점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을 메우기 위해 반대 축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4-1. 넷플릭스의 수렴 방식
넷플릭스는 IP를 단순 시청 콘텐츠가 아니라 운영 가능한 자산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다만 그동안 넷플릭스의 강점이었던 장르물 중심 콘텐츠는 성인 취향에 치우친 경우가 많아 상품화·공간화 같은 확장에는 구조적으로 불리했다. 콘텐츠로 성공하더라도 보편성과 확장성이 낮아 화면 밖으로 옮겨 붙이기 어려운 IP가 많았던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IP들의 글로벌 성공은 넷플릭스에 중요한 전환 신호가 되었다. 캐릭터와 세계관, 음악과 퍼포먼스처럼 오프라인 경험으로 확장하기 쉬운 요소를 갖춘 IP가 글로벌 팬덤을 만들고, 그 팬덤이 실제 소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넷플릭스는 흥행 이후에 굿즈나 이벤트를 덧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확장을 염두에 두는 고리를 점차 강화하게 되었다.
이 방향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넷플릭스 하우스이다. 이벤트성 체험관이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라면, 넷플릭스 하우스 같은 상설 체험 시설은 이를 사업 모델로 고정하는 단계다. 넷플릭스는 2025년 하반기에 미국 댈러스와 필라델피아에 넷플릭스 하우스를 각각 개장했고, 2027년에는 라스베이거스에 3호점을 추진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넷플릭스 하우스의 의미는 굿즈 중심의 팝업을 넘어, 연중 상설 체험 공간을 전제로 한 운영 모델이라는 데 있다. 작품을 본 사람이 체험 공간으로 이동하고, 그 경험이 다시 팬덤을 강화해 재시청과 후속 소비로 되돌아오게 만드는 구조를 넷플릭스가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디즈니의 모델을 모방하는 수준이라기보다, 디즈니가 가진 고단가 수익 창구를 넷플릭스의 방식으로 재구축하려는 시도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여기에 게임으로의 확장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게임을 단순 부가 서비스로 보면 약해 보이나, IP 확장 전략 관점에서 보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넷플릭스는 자사 IP 기반 게임을 지속적으로 내면서 시청에서 플레이로 이어지는 체류 시간을 늘리는 실험을 확장하고 있다. 즉 넷플릭스의 게임은 확장 사업의 옆가지가 아니라, 팬덤의 접점을 늘리는 장치로 시도 중이다.

정리하면 넷플릭스의 수렴은 아직 확장을 선언하는 단계라기보다, 어떤 IP가 경험재·게임·상품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확장 가능성이 높은 IP를 확보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찾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 변화가 커질수록 넷플릭스는 IP 확보의 기업이면서 동시에 확장 가능성을 내재한 IP를 선호하는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
4-2. 디즈니의 수렴 방식
디즈니의 수렴은 디즈니플러스라는 OTT 플랫폼의 진출 이후 뚜렷해졌다. 다만, 넷플릭스처럼 무조건 물량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스트리밍 시대에 맞게 제작과 권리 설계를 재정렬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핵심은 로컬 오리지널의 전략적 의미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디즈니는 아시아태평양 권역에서 한국과 일본을 핵심 축으로 두고 로컬 오리지널 분야를 강화한다는 기조를 강조해 왔고, 한국 오리지널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에서 장르 경쟁력이 높고 시리즈형 반복 소비가 강해 스트리밍 체류를 만들기에 유리하다. 디즈니로서는 한국 오리지널이 단지 지역용이 아니라, 스트리밍 시대의 확보 라인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연료가 된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계약과 권리 설계이다. 디즈니는 확장 역량이 강한 회사이기 때문에 확보 단계에서부터 어떤 권리 조합을 가져갈지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 스트리밍 권리만으로도 체류를 만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리메이크·포맷·스핀오프·캐릭터 활용 같은 옵션을 어떤 구조로 붙일지에 따라 확장의 가능성이 달라진다.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디즈니는 이런 옵션을 더 정교하게 설계하려는 유인이 커졌고, 이것이 디즈니의 확보 고도화로 나타났다. 즉 디즈니의 수렴은 넷플릭스형으로 확보하되, 디즈니답게 확보한다는 쪽에 가깝다. 체류를 만들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늘리면서도 확장 플라이휠과 연결될 수 있는 권리 구조를 확보 단계에서부터 다듬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콘텐츠 선별 기준의 글로벌화이다. 확장 모델은 IP의 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스트리밍에서는 실패 비용이 빠르게 반영된다. 그래서 디즈니는 글로벌에서 반복 소비될 만한 보편성, 캐릭터 경쟁력, 세계관의 지속성을 더 엄격하게 따질 유인이 커졌다.
특히 실사판 《인어 공주》를 둘러싼 정치적 올바름(PC주의)논쟁처럼, 캐스팅과 해석의 방향이 일부 시장에서는 지지로, 다른 시장에서는 반발로 갈리는 사례가 누적되면 단순한 흥행 성패를 넘어 브랜드 신뢰와 확장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정 지역 정서와 충돌하는 기획이 브랜드 리스크로 되돌아오면 경험 산업과 소비재까지 연결되는 디즈니 모델에서는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디즈니의 확보 강화는 단순한 제작 확대가 아니라, 장기 운용 가능한 IP를 더 정밀하게 선별하고 이를 스트리밍 접점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5. K-콘텐츠의 대응 방향: IP 경쟁력을 협상력으로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K-콘텐츠의 과제는 좋은 작품의 생산을 넘어, 권리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 성과를 국내에 남기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전략적 수렴은 거래 항목을 방영권 중심에서 확장 권리와 옵션의 조합으로 바꾸고 있으며, 그 변화는 한국 제작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요구할 수 있는 변수 자체를 늘리고 있다. 문제는 변수가 늘어도 실제 협상력이 없으면 조건은 다시 플랫폼과 중간 사업자 쪽으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K-콘텐츠의 승부처는 권리 설계를 할 줄 아는 능력과 그 설계를 관철할 수 있는 거래 구조를 함께 만드는 데 있다.
이때 출발점은 권리를 소유하는가 여부가 아니라, 권리가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제 계약의 핵심 쟁점은 누가 IP를 갖는가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권리 범위와 독점 기간, 시즌 후속 우선권, 스핀오프·리메이크·포맷 옵션, 캐릭터 활용과 소비재 라이선싱, 오프라인 이벤트 연계 조항을 어떤 묶음으로 배치하는가로 이동했다. 제작사는 단일 조건의 승패로 접근하기보다 작품의 성격과 파트너 조합에 맞춰 권리를 분할하고 옵션을 남기며 성과 연동 보상을 붙이는 방식으로 기대 값을 키워야 한다. 권리를 한 덩어리로 넘기느냐 지키느냐의 선택을 넘어서, 권리 일부를 남기고 일부를 교환하는 설계가 가능해지는 순간 확장 수익의 일부를 제작사와 원권리자가 회수할 경로가 열린다.
다만 권리 설계는 문구로만 존재해서는 의미가 없다. 확장 참여는 준비된 권리와 준비된 파트너가 맞물릴 때만 성과로 환원된다. 제작사가 소비재, 게임, 공연, 전시, 체험 산업을 모두 직접 수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제작 단계에서부터 확장 파트너와의 연결 가능성을 계약 언어로 확보하는 방식이 중요해진다. 해외 플랫폼이 스트리밍 권리를 가져가더라도 특정 범주의 라이선싱은 제작사 측이 주도하거나 공동 운영할 수 있도록 구조를 남겨두고, 후속 시즌이나 파생 사업의 우선권과 수익 배분 조건을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결국 확장 권리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을 전제로 한 권리 구조이며, 이를 뒷받침할 국내의 라이선싱 및 경험재 사업 수행 역량과 사업자 풀, 연결망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
여기서 거래 구조의 문제가 등장한다. 국내 영상·미디어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게이트키핑(Gatekeeping) 구조가 완화되지 않으면 권리 설계의 이익은 중간 단계에 축적되기 쉽다. 한국 시장에서는 대형 스튜디오나 CP가 중간 매개 역할을 독점하며, 글로벌 OTT와의 거래 창구를 집중시키는 방식이 굳어져 왔다. 이는 단기적으로 거래 효율을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협상 역량과 정보가 중간 단계에 고정돼 제작사와 원권리자가 조건을 사후적으로 수용하는 구조를 강화할 위험이 크다. 성과 귀속을 키우려면 플랫폼과 제작사가 직접 협상할 수 있는 선택지를 실질적으로 늘려야 한다. 직접 거래를 강제할 필요는 없지만, 직접 거래가 가능한 환경이 열리면 중간 사업자도 더 투명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제작사 몫이 개선되는 압력이 작동한다. 이 지점에서 스튜디오 비즈니스 모델 개념도는 단순한 산업 구조 설명이 아니라, 성과 귀속이 어디에서 결정되고 어디에서 누락되는지를 보여주는 참고 틀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정책 과제로 연결된다. 핵심은 제작사와 권리 보유자가 협상에서 핵심 조항을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거래 투명성의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계약서를 하나로 표준화하는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며, 권리 범위와 창구 전략, 성과 연동 보상, 수수료 구조 등 성과 귀속을 좌우하는 항목이 제작사 단계에서 확인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 동시에 직접 협상을 뒷받침할 실전형 지원 체계가 요구된다. 해외 세일즈와 계약 자문, 현지 관행과 분쟁 대응, 권리 모듈 설계 가이드, 표준 조항 라이브러리 같은 기능이 공공 또는 산업 차원의 인프라로 제공돼야 한다. 거래가 특정 중간 단계에 과도하게 집중될 때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과 불공정 조항, 과도한 수수료 관행은 정책 관점에서도 점검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향후 콘텐츠 IP 경쟁에서 K-콘텐츠의 목표는 수출 물량 확대 뿐 아니라, 혼합형 경쟁 국면에서 바뀐 거래 규칙을 활용해 확장 가치의 일부를 국내에 남기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수렴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키우는 동시에, 계약을 더 정밀한 권리 설계 경쟁으로 바꾼다. 이때 K-콘텐츠의 전략은 작품 경쟁력 위에 권리 설계 역량, 확장 파트너십, 직접 협상 가능한 거래 환경이라는 기반을 순차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어야 한다. 협상은 단일 조항의 승패가 아니라, 권리를 어떻게 쪼개고 묶어 장기 현금흐름으로 전환하느냐의 설계 경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반이 갖춰질수록 K-콘텐츠는 플랫폼이 필요로 하는 공급재를 넘어, 권리 구조를 주도하며 성과를 회수하는 주체로 이동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