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문
AI는 영상 미디어 산업의 제작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텍스트 기반 영상 생성, 자동 편집·후반작업, 다국어 더빙, 버추얼 휴먼 등은 이미 1인 창작과 광고 분야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방송·영화에서도 실험적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아직 초기 단계로, 일관성 부족이라는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대규모·고품질 영상 제작으로의 확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구글의 '나노 바나나'는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며 장편 제작에도 적용 가능한 수준의 품질 도약을 보여주었고, 향후 미디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잠재력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본 글은 주요 AI 서비스와 기술의 현황을 서비스별·산업별로 분석하고, 나노 바나나가 제시하는 미래 함의를 전망하고자 한다.
1. 들어가며
미디어 콘텐츠 산업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성숙에 따라 판도가 바뀌어 왔다. 초기에는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가 반복되었지만, 일정 시점이 되면 산업의 규칙을 새로 쓰는 압도적인 도구나 서비스가 등장해 특이점(Singularity)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어도비(Adobe)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이미지·영상 편집 시장에는 수많은 도전자가 있었지만, 결국 포토샵(Photoshop)은 사진과 디자인의 문법을 바꾸었고, 프리미어 프로(Premiere Pro)와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s)는 영상 편집과 시각효과 제작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어도비 제품군의 등장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성공을 넘어, 산업 전체의 작업 방식과 생태계를 재편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기술 혁신의 상징이었던 어도비가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혁신파도 속에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생성형 AI 이미지·영상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어도비의 독점적 지위는 흔들리고 있으며, 최근 주가 급락은 시장이 더 이상 기존 표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게임 체인저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영상 제작 AI의 활용은 주로 1인 창작, 온라인 광고, 독립 영화와 같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실험과 혁신이 자유로운 영역에서 먼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방송이나 상업 영화처럼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완성도를 요구하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본격적인 확산이 지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일관성(consistency)의 한계 때문이다. 동일한 캐릭터나 장면을 반복적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AI는 산업 규모의 제작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발표한 ‘나노 바나나(Nano Banana)’는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캐릭터의 일관성과 사실감, 생성 속도를 동시에 확보한 이 기술은, 단순히 또 하나의 툴이 아니라 미디어 제작의 패러다임을 다시 쓸 수 있는 특이점적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본 글은, 영상 제작과 관련된 주요 AI 서비스와 기술의 현황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1인 창작·광고·방송/영화 등 산업별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나아가, 기존 한계를 돌파한 나노 바나나의 등장을 통해 향후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영상 제작에 활용되는 주요 AI 서비스
2-1. Text to Video 서비스
Text to Video(T2V) 서비스는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 설명만으로 영상 콘텐츠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반 제작 서비스를 의미한다. 기획–촬영–편집의 전통적 과정을 건너뛰고 아이디어를 곧바로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 제작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T2V 서비스는 크게 고품질 제작형과 조합·워크플로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고품질 제작형 서비스는 영상의 사실성과 디테일, 카메라 무빙과 장면 전환, 캐릭터 일관성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표적으로 오픈AI의 <소라(Sora)>, 구글의 <베오(Veo)>, 메타의 <에뮤 비디오(Emu Video)> 등이 있으며,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각광받는 <스테이블 비디오 디퓨전(Stable Video Diffusion)>, <런웨이(Runway)>, <피카(Pika)> 등과 같은 스타트업 개발 서비스들도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고해상도·고품질 영상을 단시간에 생성할 수 있어 영상 제작의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 방대한 데이터셋, 그리고 대규모 투자 자본이 필요하므로 글로벌 빅테크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 빅테크 |  |  |  | 
| OpenAI의 <Sora> | Google의 <Veo 3> | Meta의 <Emu Video> | |
| 스타트업 |  |  |  | 
| <Stable Video Diffusion> | <Runway> | <Pika> | 
반면 조합·워크플로형 서비스는 하나의 거대 모델로 영상을 완성하기보다, 여러 모델을 조합하거나 장면 단위로 연결해 결과물을 제작하는 방식을 취한다. 해외에서는 <LMArena>, <Kaiber> 등이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며,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 스타일과 기능을 선택해 맞춤형 워크플로를 구성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브루(Vrew)>는 스테이블 디퓨전, 피카, 런웨이 등 해외 모델을 선택·조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누구나 쉽게 영상 제작에 접근하게 했다. 이는 독자적인 초거대 모델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기술을 활용해 국내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로 재구성하는 전략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T2V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영상 길이가 수십 초 단위로 제한되고, 캐릭터·배경·장면의 일관성이 충분히 유지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현재 T2V는 주로 숏폼 영상, 광고·마케팅 콘텐츠, 독립 영화나 예술적 실험 등 짧고 단발적인 콘텐츠 제작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2-2. 편집 및 후반작업 서비스
영상 제작시장에서 AI가 가장 빠르게 실용화되고 있는 영역 중 하나는 편집과 후반작업 분야이다. 영상 제작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컷 분할, 자막 삽입, 썸네일 제작, 배경 합성 같은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작업을 AI가 대신 수행하면서 제작 효율성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Text to Video처럼 새로운 영상을 ‘창조’하기보다는, 이미 촬영된 영상이나 대본을 기반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제작 속도를 단축하는 데 강점이 있다.
해외에서의 대표적인 관련 서비스로는 <디스크립트(Descript)>와 <와이즈컷(Wisecut)>이 있다. 이들은 녹화된 영상을 텍스트 대본처럼 다루며 불필요한 구간을 자동으로 삭제하거나, 하이라이트를 추출해 숏폼으로 재편집한다. 또한 유튜브 알고리즘과 연동해 최적화된 섬네일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기능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T2V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 <브루>는 대본 입력만으로 자동 자막 생성·편집이 가능하며, 자막을 수정하면 영상도 함께 조정되는 ‘대본 기반 편집’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곰믹스 AI>와 <딥미디어툴즈>는 컷 분할, 하이라이트 추출, 섬네일 제작 등 편집자의 반복 업무를 줄여주는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AI 기반 특수효과(VFX)와 후반작업 영역까지 AI 자동화가 확장되고 있다. 과거에는 고도의 전문 작업이 필요했던 배경 제거, 인물 합성, 색보정(color grading), 객체 제거·인페인팅 같은 기능들이 이제는 AI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어도비 프리미어/에프터 이펙트(Adobe Premiere/After Effects)의 AI 기능이나 런웨이의 젠-2(Gen-2)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트웰브랩스>에서도 영상 자체를 새로 생성하기보다는, 기존 영상을 이해·검색·요약하는 데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사 멀티모달 모델을 활용해 긴 영상을 자동으로 요약하거나 특정 장면을 검색해 추출할 수 있어, 뉴스 클립 제작, 교육 영상 요약, 아카이브 관리 등 후반작업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자동화 편집 및 보조 서비스의 강점은 제작 속도와 효율성에 있다. 그러나 창의적 연출이나 서사의 흐름을 고려한 편집은 여전히 한계로 남아 있다. 컷 편집이나 색보정은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감독의 연출 의도나 감각적 구성까지 구현하기에는 미흡하다. 따라서 자동화 서비스는 대체라기보다는 보조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현재는 1인 크리에이터·교육·마케팅·뉴스 제작 등 속도와 효율이 중요한 영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3. 음성·언어 기반 서비스
영상 제작에서 음성과 언어는 시청자의 몰입과 이해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최근 AI는 더빙, 자막 생성, 실시간 번역 등 언어 기반 기능을 빠르게 고도화하며, 영상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현지화(Localization)를 가속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Papercup>, <Synthesia>, <ElevenLabs> 등이 대표적이다. <Papercup>은 다국어 자동 더빙으로 방송·뉴스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Synthesia>는 대본 입력만으로 아바타와 음성을 합성해 다양한 언어의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ElevenLabs>는 실제 성우에 가까운 음성을 생성하고 감정 톤과 억양까지 반영할 수 있어, 크리에이터들이 다국어 버전 제작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딥브레인 AI>는 뉴스 아나운서·강사 아바타와 연동된 다국어 더빙 기능을 제공하며, 교육·공공기관 홍보 영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 <클로바 더빙>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 음성을 합성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하고 있으며, 카카오 <i 번역>은 영상 자막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다국어 변환해 주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브루> 역시 자동 자막 생성과 번역 기능을 통합 제공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도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의 강점은 언어 장벽을 낮추고 글로벌 확산을 쉽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고비용·장시간의 인력 작업에 의존했던 더빙과 번역이 이제는 저비용·단시간 내에 가능해지면서, 중소 제작자들도 손쉽게 해외 시장을 겨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저작권과 음성 권리(voice rights) 침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실제 성우의 목소리를 무단 학습하거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유사 음성을 합성하는 경우 법적·윤리적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계적 번역 특유의 어색함이나 억양의 미묘한 차이는 여전히 완전한 대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2-4. 버추얼 휴먼 및 합성 서비스
AI 기술 발전은 영상 속 등장인물을 실제 인물처럼 자연스럽게 재현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를 흔히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및 합성 서비스라고 부르며, 방송·광고·교육·엔터테인먼트 전반에서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Synthesia>, <Rephrase.ai>, <Hour One> 등이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간단히 텍스트 대본을 입력하면, AI 아바타가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제스처를 취하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기업 홍보, 고객 안내, 교육 영상 제작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광고와 드라마 속 캐릭터까지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딥브레인 AI>는 뉴스 아나운서, 강사, 은행 상담원 등 다양한 역할의 아바타를 상용화했으며, 공공기관과 금융권에서 고객 응대용으로 도입하고 있다. <플루닛 스튜디오>는 K-팝 아이돌과 협업 가능한 가상 인플루언서를 개발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가상 아바타 모델들도 광고·SNS 채널에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현실 인물과 유사한 외형과 음성을 합성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실제 인플루언서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버추얼 휴먼 서비스의 강점은 제작비와 시간을 절감하면서도, 인물 중심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촬영·출연료·스케줄 제약 없이 영상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소규모 제작자도 고품질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있다. 또한 특정 브랜드나 기관에 맞춤형 아바타를 제작하면 장기적으로 일관된 이미지와 메시지 관리가 가능하다.

3. 세부 산업별 AI 제작 활용 현황과 한계
3-1. 1인 크리에이터 시장
AI 영상 제작은 현재 1인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다. 대규모 제작비와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새로운 기술을 신속히 시험하고 적용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은 빠른 제작과 업로드가 핵심 경쟁력인데, AI는 이러한 제작 사이클을 대폭 단축해 창작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창작 다양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채널인 ‘정서불안 김햄찌’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2025년 9월 기준 57.7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이 채널은 AI 기반 편집과 자막 기능을 활용해 귀여운 가상 캐릭터 햄스터의 일상과 감정을 짧은 영상으로 꾸준히 생산하며 빠르게 구독자를 확보했다. 또, ‘The AI Historian’ 채널처럼 역사·과학 해설 콘텐츠에서도 AI 음성 합성과 자동 자막이 활용되며, 다국어 더빙·번역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와 연결되고 있다. 한편, 버추얼 유튜버 ‘라디유’와 같이 애니메이션 활용 버튜버 채널들은 AI 그림체 변환·합성 기능을 접목해 소규모 인력으로도 캐릭터 기반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편집·후반작업 자동화로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누구나 손쉽게 영상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이들은 감정 브이로그·역사 해설·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스펙트럼을 크게 확장시키며 실험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자동 번역·더빙 덕분에 글로벌 확산이 용이해졌고, 일부 버추얼 캐릭터 채널은 팬덤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현재 AI는 숏폼·단편 콘텐츠에 강점을 보이지만, 장편 서사에서는 일관성과 품질 유지가 어렵다. 또, 자동화 기능 남용으로 콘텐츠의 획일화가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창작 시장은 AI가 영상 제작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실험장이자, 이후 광고와 방송·영화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전초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3-2. 광고 시장
광고 산업은 AI 활용이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광고는 본질적으로 효과와 제작 속도가 핵심 성과 지표이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는 AI 도구의 도입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는 대량 맞춤형·초개인화 전략이 중시되면서, AI가 다국어 전환, 개인화된 크리에이티브 제작, A/B 테스트 자동화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광고 제작사와 글로벌 브랜드의 실제 사례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세계 최대 광고 에이전시 그룹인 WPP는 나스닥과 협력해 AI 기반 광고 제작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하며, 기획–제작–집행의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하고 있다. Publicis Groupe 역시 자체 AI 툴인 ‘Marcel’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제작과 캠페인 관리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일기획과 대홍기획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제작, 카피라이팅, 광고 시안 자동화 실험을 진행하며 업계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차원에서는 코카콜라가 오픈AI(OpenAI)와 협업해 소비자가 입력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포스터와 영상을 자동 생성하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삼성전자는 AI 기반 버추얼 모델을 활용해 글로벌 홍보 영상을 다국어 버전으로 제작·배포한 바 있다. 이처럼 광고 산업에서의 AI 활용은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효율성 제고·초개인화·빠른 실험과 최적화라는 광고 본연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광고 산업에서 AI가 어떻게 핵심 특성과 맞물려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광고는 제한된 예산 속에서 최대 효과를 추구하기 때문에, AI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도구로서 의미가 크다. 동시에 소비자 데이터와 연계해 다양한 버전의 광고를 자동 생성할 수 있어, 초개인화·대량 맞춤형 제작이라는 광고의 미래 전략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더해 AI는 실험과 최적화의 속도를 크게 높인다. 동일한 캠페인을 여러 버전으로 빠르게 제작·배포하고, 반응 데이터를 기반으로 즉각 수정·보완할 수 있어, 광고주에게는 기민한 실험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광고 산업에서도 AI를 활용한 제작은 아직 한계가 뚜렷하다. AI가 만들어내는 광고는 종종 세밀한 사실성이 떨어지거나 저작권·초상권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대규모 브랜드 캠페인이나 TV·극장 광고에는 쉽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또,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거나 장기적인 효과를 검증하기에는 아직 데이터와 기준이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현재 AI는 주로 온라인·디지털 광고 영역에서 빠르게 쓰이고 있으며, 전통적인 대형 광고 매체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3-3. 방송·영화 시장
방송과 영화 산업에서의 AI 활용은 아직 제한적이고 실험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1인 창작이나 광고와 달리, 방송·영화는 대규모 예산, 복잡한 노동시장, 저작권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새로운 기술의 도입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작업과 뉴스·정보 전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AI의 효용성이 점차 확인되고 있으며, 독립 영화나 저예산 웹드라마를 기점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 MBN이 2020년부터 AI 아나운서 김주하를 도입한 이후 KBS, YTN 등에서도 버추얼 휴먼 아나운서를 뉴스 진행에 시범적으로 투입해 왔다. 이는 반복적이고 사실 전달 중심의 포맷에서 AI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대표적 사례다. 영화 분야에서는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AI 번역·더빙 툴을 활용해 해외 영화제 출품용 다국어 버전을 신속히 준비하거나, 색보정·자막 제작과 같은 반복적 작업을 자동화해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활용이 조금 더 활발하다. 넷플릭스는 프리비주얼 단계에서 AI 기반 장면 합성과 배경 보정 기술을 실험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VFX 스튜디오들은 인물 제거·배경 합성·자동 색보정과 같은 반복적 작업을 AI에 맡기며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최근 독립영화계에서는 오픈AI(OpenAI)의 소라(Sora)나 런웨이(Runway)를 활용해 짧은 시퀀스를 직접 제작하거나, 전체 단편영화를 AI로 완성하는 실험적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AI 영화제에서 AI 툴을 전면적으로 활용해 제작된 단편들이 경쟁 부문에 올랐고, 그중 일부는 캐릭터 일관성과 영상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방송·영화 산업에서 AI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까지는 자막, 더빙, 색보정, VFX 보조 등 후반작업에서 보조적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시에 노동시장 구조와 저작권 문제로 인해 블록버스터 영화나 지상파 드라마 같은 대규모 제작으로의 확산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독립 다큐멘터리, OTT 웹드라마, 실험적 영화제에서 이미 변화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기술이 성숙하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방송·영화 산업 전반에서도 점차 AI가 창작과 제작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4. 나노 바나나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4-1. 나노 바나나의 등장과 ‘일관성 유지’라는 특이점
AI를 통한 이미지나 영상 제작 분야에서는 그동안 일관성(consistency)과 품질 유지의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특히 영상은 여러 프레임을 연결할 때 배경이나 인물이 각각 달라져 숏폼이나 광고 클립처럼 짧은 단위 콘텐츠에는 활용할 수 있었지만, 장편 서사나 고품질 영상 제작으로 확장하기에는 제약이 컸었다. 인물의 외형이나 배경, 조명, 소품이 장면마다 미세하게 달라져 서사적 연속성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완성도 있는 시퀀스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2025년 8월, 이러한 한계를 뚜렷하게 극복한 사례가 나타났는데 바로 구글이 최근 제미나이 이미지 및 동영상 생성 모델 계열에 도입한 <나노 바나나(Nano Banana)>다. <나노 바나나>는 동일 인물의 표정, 의상, 액세서리, 배경 요소를 장면 전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색상 변환, 의상 교체, 배경 합성 등 세밀한 편집을 반복 수행할 수 있다. 주름이나 패턴, 소품 같은 디테일까지 보존하면서도 광원과 그림자, 재질을 맥락에 맞춰 자연스럽게 조정해 주는 점에서 기존 모델과는 질적으로 구분된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아이디어 스케치 수준에 머물던 생성 결과물이 실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시퀀스로 도약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 모델은 공간 인식과 시점 확장 능력에서도 주목된다. 동일 캐릭터의 정면, 측면, 후면을 일관된 외형으로 생성해 3D 피규어나 다면도 자산화가 가능하며, 이를 영상으로 전환하면 실제 다카메라 촬영에 근접한 효과를 재현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콘티나 무드보드 수준을 넘어, 제작 초기에 활용 가능한 예비 시퀀스를 제공함으로써 기획·캐스팅·룩 결정 과정의 의사결정을 단축한다.
이러한 혁신은 시장에서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나노 바나나’라는 이름은 구글 내부 코드명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고 정밀(nano)하면서도 기억하기 쉽다는(banana) 상징성 덕분에 밈(meme)처럼 빠르게 확산했다. 사용자들은 이 모델로 제작한 아바타와 피규어 이미지를 SNS에 공유하며 자발적 확산에 동참했고, LMArena 같은 모델 비교 플랫폼에서는 장기간 상위권을 유지하며 “AI 영상이 드디어 장편 제작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라는 평판이 형성되었다. 국내 커뮤니티에서도 AI가 실험적 숏폼 도구에서 상업적 제작 도구로 도약한 첫 사례로 나노 바나나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4.2. 나노 바나나가 영상 제작 시장에 미칠 영향
나노 바나나의 등장은 영상 제작 시장 전반의 워크플로 재편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 모델의 성능 향상만이 아니라 다른 생성형 서비스와 결합적 활용을 통해 장편 제작에 필요한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노 바나나로 이미지와 시퀀스를 생성하고, 이를 구글의 Veo와 같은 Text-to-Video(T2V) 모델과 연결해 장면 단위로 영상화하며, ElevenLabs와 같은 음성합성(Speech-to-Voice) 서비스를 통해 대사·내레이션을 입히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통합 워크플로는 실제 영화·드라마 제작 과정의 프리비주얼–촬영–후반 전 과정을 가상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게 하며, 기존 대비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광고와 숏폼에서 먼저 검증된 기술적 안정성이 장편 서사 제작으로 확산될 경우, 품질의 점프(quality leap)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캐릭터와 배경의 일관성 유지, 공간 인식 기반의 다카메라 시뮬레이션, 음성·사운드의 자연스러운 결합이 맞물리면 OTT 시리즈나 장편 영화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효율성 개선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에 파급력을 미친다. 기존에는 대규모 자본과 전문 인력이 필수였던 제작 구조가, 독립 영화나 1인 창작자에게도 열릴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결국 나노 바나나는 AI 영상 제작이 ‘실험적 도구’에서 ‘본편 서사 제작 도구’로 진입하는 전환점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향후 영상 산업 전반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5. 나오며
AI 영상 제작은 이미 1인 창작, 광고, 방송·영화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편집·자막·더빙 같은 보조적 기능이나 숏폼·광고 중심의 단기 콘텐츠에 집중되고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와 파급력은 과거 어떤 미디어 혁신보다 가파르다.
구글의 <나노 바나나>는 이러한 과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다. 캐릭터·배경의 일관성, 사실적 재현, 제작 속도의 혁신을 동시에 보여주며, AI 영상 제작이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본격적인 서사 콘텐츠 제작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아직 ‘게임 체인저’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창작자 커뮤니티와 제작 현장에서의 반응은 분명 기술적 전환의 임계점에 다가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AI 영상 제작은 창작 생태계의 민주화를 촉진하며 누구나 손쉽게 고품질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넓혀갈 것이다. 이는 개인 창작자들이 기존의 높은 장벽을 넘어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가능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콘텐츠 다양성을 크게 확대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광고·방송·영화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불가피하다. 광고는 이미 초개인화·대량 맞춤형 제작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방송과 영화 역시 후반작업에 국한된 보조적 활용에서 벗어나 장편 서사 제작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흐름은 플랫폼 전반의 경쟁 질서를 새롭게 재편할 수 있다. 유튜브, 틱톡, OTT 등 글로벌 유통망에서 AI 영상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기존 제작사와 크리에이터들은 새로운 경쟁 압력 속에서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창작자와 제작 인력이 새로운 AI 도구를 신속히 습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교육 인프라를 마련하고,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초대규모 언어모델 경쟁보다는 포토샵처럼 제작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형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이를 위해 창의적 스타트업 육성과 함께, 영상·콘텐츠 제작 특화 R&D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변화하는 AI 영상 제작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교육·창업·R&D 지원을 균형 있게 추진한다면, K-콘텐츠 산업은 단순한 기술 수용국을 넘어 새로운 제작 생태계를 선도하는 혁신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