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이다.
            2025년 11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KCA '우수 다큐 방영의 달'이 다시 시작된다. 올해는 기술과 인간, 자연과 역사, 문화와 종교를 아우르며 우리 사회가 마주한 질문과 변화를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AI가 인간의 미래를 탐구하고, 바다는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생명의 질서를 되찾으며, 역사는 새로운 시선으로 복원된다. 다양한 주제들이 모여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익형 방송콘텐츠의 깊이와 가치를 확장시킨다. '우수 다큐 방영의 달'은 단순한 프로그램 편성을 넘어, 방송이 세상과 소통하고 성찰하는 역할을 다시 일깨운다. 다큐멘터리가 품은 진심과 시선은, 오늘의 현실을 넘어 내일의 이야기를 준비하는 힘이 된다. 11월 한 달간 이어질 '우수 다큐 방영의 달', 당신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공익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울림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생물학적 운명에 맞서 인간의 신체적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트랜스휴먼'이 탄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생명공학, 사이보그 기술, BCI(Brain-Computer Interface) 등 첨단 과학기술이 결합해 '신체와 의식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진화의 장을 열고 있다. 인공 팔과 다리를 장착한 사이보그,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유전자 편집, AI와 인간의 뇌를 연결하는 실험 등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은 이제 현실의 과학으로 다가왔다.
AI 기반의 4K VFX 기술로 구현된 영상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국 사이보그 아티스트 1호 닐 하비슨, 세계 최초의 베이스에디팅과 CAR-T를 결합한 유전자 교정치료 환자 등 실제 현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신체의 변화와 인공지능의 결합이 불러올 사회적·윤리적 파장을 함께 조명한다. KBS 대기획 다큐멘터리 <트랜스휴먼>은 인류가 기술과 공존하며 '인간다움'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612년,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이 물길을 이용해 적군을 무너뜨렸던 살수대첩처럼, 21세기의 전장은 이제 바다로 옮겨졌다.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이 바다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따뜻해진 물결을 따라 열대성 해파리와 외래 어종이 한반도 연안으로 밀려들어, 토착 어류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새로운 생태 전쟁을 만들어냈다. 다큐멘터리 <바다의 살수대첩- 침략자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바다 생명들의 생존전을 생생히 그린다.
유입된 유해종이 번성하자, 바다는 스스로의 방식으로 균형을 되찾기 시작했다. 해파리를 잡아먹는 개복치와 바다거북, 먹이사슬의 반응을 따라 해양 생태계는 교란과 회복, 침입과 저항을 반복한다. 바다는 침묵하지 않았고, 인간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의 질서를 회복하는 생명의 힘을 증명해 보인다.
바다의 균형이 깨지고, 바다가 침략자들에게 점령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바다는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기후 위기의 시대, '자연은 침략을 허용하지 않고, 끝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는 자연의 법칙'을 조명한다.
 
                         
                    버추얼(Virtual)과 팩추얼(Factual)이 만나는 지점에서, 신라의 왕경이 다시 눈을 뜬다. 1천년 전 찬란한 신라의 수도였던 서라벌은 황룡사의 황금빛 탑과 불국사의 정교한 건축미로 대표되는 신라 문화의 정수다.
다큐멘터리 <APEC 서라벌 1000>은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개최와 연계하여 기획된 글로벌 문화 콘텐츠다. 불국사, 황룡사, 월성 등 신라 왕경의 핵심 유적을 고고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각화했으며,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과거의 문화유산을 미래의 기술로 되살린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립제이(퍼포먼스 아티스트), 김지교(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 양정석(역사학자), 허성범(인플루언서·모델)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출연진이 함께하며, 서라벌의 과거와 현재를 체험한다.
 
                         
                    1921년, 일본 황태자 히로히토가 첫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 여정의 이면에는, 프랑스 독립운동 연대가 비밀리에 세운 '암살 작전'이 있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제작된 다큐멘터리 <황태자 암살작전>은 당시 프랑스 현지에서 벌어진 '히로히토 암살 시도'의 실체를 미발굴 기록과 현장 조사로 추적한다.
AI 복원 기술을 통해 1920년대 파리의 거리와 공간을 되살리며, 그날의 긴박했던 공기와 인물들의 움직임을 생생히 복원했다. 식민의 현실 속에서 자유를 꿈꾼 그들의 비밀스러운 여정은 동서양을 가로지르며 억압과 저항, 배신과 신념이 교차한 1921년의 시간을 되살린다.
<황태자 암살작전>은 100년 전 미완의 이야기를 오늘의 시점으로 되살리며, "만약 그 작전이 성공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불교의 차(茶), 가톨릭의 와인, 이슬람의 커피. 단순한 음료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인류의 신앙과 철학이 녹아든 상징의 매개체다. 불교의 차(茶)는 수행자의 정신을 맑게 하는 수행의 도구였고, 가톨릭의 와인은 예수의 피를 상징하며, 신과의 일치를 상징하는 성스러운 의례로 이어져 왔다. 이슬람의 커피는 명상과 깨달음의 시간, 공동체의 나눔을 함께한 정신적 음료였다.
다큐멘터리 <종교를 품은 잔>은 세 종교의 상징적 음료가 어떻게 문화와 시대 속에서 변모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오늘날 우리의 일상으로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비춘다. 불교 사찰의 다례재, 튀르키예의 커피하우스, 이탈리아 성당의 미사 장면까지, 각 종교의 현장을 직접 찾아 인간의 믿음이 빚어낸 '한 잔의 역사'를 기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