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생태계 재구조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편 관련 쟁점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미디어 정책 개편 방향을 알아본다.
DX∙AX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재 파편화된 국내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구조의 개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의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구조는 정책의 수립∙집행 과정에서 비효율이 크고, 신기술∙신규 서비스에 대한 정책 대응이 못하다. 또한 산업 경쟁력 제고와 관련된 정책 효과성에 추가적인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미디어 시장 영역을 ICT와 통합하는 대부처 독임제와 공적 영역을 합의제 위원회 방식으로 개편하는 안, 둘째 미디어 산업의 진흥을 관장하는 부처와 미디어에 대한 규제 기능 중심의 위원회 구조로 개편하는 안, 셋째 미디어 산업만을 전담하는 독임제 부처와 공영방송 위원회로 구분하는 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재 미디어 산업은 방송통신 융합을 넘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 및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 AX) 시대로 진입 중이며 개별 시장의 경계가 소멸되면서 미디어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OTT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가 레거시 미디어를 대체하면서 방송미디어 산업의 주축 및 보편적 미디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기획–제작–편성–전송–이용, C–P–N–D 전 과정과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됨에 따라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경계가 소멸하고 있다. 한편, 기술 주도의 미디어 서비스 및 시장 형성,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의 영향력 확대, 미디어 산업의 탈국경화가 심화됨은 물론 미디어 산업에서 AI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빅데이터, 생성형 AI, 메타버스, 6G 등 기술 주도형 미디어1) 가치사슬이 형성되고 있음은 물론 이종 기술의 융합에 따른 미디어 시장 영역이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확산·활용은 미디어 산업의 저생산성 구조 및 저효율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디어 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DX·AX의 심화에 따라 공동체의 공통 지식이나 공공지식의 생산과 축적 위축, 소통의 약화, 미디어 다양성 저하 등 질적 환경 악화 가능성도 대두됨에 따라 이러한 디지털 기술 발전과 보편화는 기존 미디어 규제체계는 물론 정책 거버넌스 개편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구분 | 1차 혁명 | 2차 혁명 | 3차 혁명 | 4차 혁명 |
---|---|---|---|---|
주도 기술 | 전기통신 기술 | 인터넷 | 디지털 플랫폼 | AI |
주요 매체/수단 | 라디오, TV | 인터넷서비스, 양방향 미디어 | VSP, OTT, FAST | 생성형 AI, 미디어 AI |
변화 양상 | 시청각미디어 | 콘텐츠 전송수단의 무한 확장 ∙콘텐츠 전송 독점 해체 ∙콘텐츠 유형 및 공간의 해체 |
콘텐츠 제공수단의 무한 확장 ∙채널 독점의 해체 ∙방송의 해체 |
콘텐츠 제작수단의 무한 확장 ∙제작 독점의 해체 ∙미디어의 해체 |
주도 플레이어 | 제조사, 방송사 | ISP, 제조사, 방송사 | CP, 플랫폼 사업자 | AI, 데이터, 플랫폼 사업자 |
규제정책 근거 | 공적수탁, 영향력, 편성력 | 경쟁촉진, 편성력, 다양성 | 독과점, 편성력, 영향력 | 영향력 |
이와 같은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 외에도 레거시 미디어의 빠른 위축 및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에 위기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는 점 역시 새로운 정책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필요성이자 배경이 되고 있다.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은 2023년 방송사업 매출이 최초로 전년 대비 감소한2) 이래로 2024년 역시 전년 대비 시장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GDP 비중 역시 2018년 0.93%에서 2023년 0.85%로 지속 감소 중이다.
특히 방송광고 매출과 홈쇼핑 방송 매출이 감소하면서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의 재원 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2023년 방송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2조 4,983억 원으로 지속 감소 중이고, 2023년 홈쇼핑 방송 매출 역시 전년 대비 8.1% 감소한 3조 4,903억 원이었다. 동시에 유료 방송 플랫폼 시장 상황도 악화하고 있는데 케이블TV SO(System Operator; 종합유선방송) 및 위성방송 가입자가 지속 감소하고 있고, IPTV 가입자 역시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아 전체 유료 방송 가입자 수도 전기 대비 감소했다.4)
이와 같이 경기 침체 및 방송산업의 재원 구조 악화와 함께 콘텐츠 수급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방송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약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2020년~2021년)에서의 호황은 지속가능한 추세가 아니라 외부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했을 뿐, 국내 방송사업자의 재원 구조 악화 및 토종 OTT의 영업손실 상태가 지속되어 산업 전반의 위기론이 대두하는 실정이다. 나아가 콘텐츠 과잉 투자로 급속하게 위축된 경영 여건으로 인해 기획 중이거나 심지어 제작 중이던 콘텐츠 제작을 중단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어 장기적인 콘텐츠 경쟁력 역시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5)
한편, 위와 같은 요인들 외에 정치적 원인 등으로 인해 국내 방송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및 제도개선이 지연되어 방송미디어 산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팽배해지고 있다. 방송미디어 관련 입법이나 정책이 과도한 정파성이나 정치적 논쟁으로 인해 지연되거나 도입이 무산됨에 따른 것인데, 국내 미디어 산업의 위기는 급격한 미디어 이용 및 시장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하는 규제체계의 개편을 이루지 못한 정치권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런 원인에 따라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국내의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구조6)는 3개 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로 나뉘어져 있다. 시장경계가 소멸, 통합,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파편화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로 인해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정책 지체가 심화하고 정책 비효율성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체제에 대한 주된 비판이다.
조직구조 상의 파편화와 함께 국내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가 영역별7), 매체별8), 기능별9)로도 나뉘어져 있어 정책 수립 및 추진·집행의 비효율성은 물론 중복규제 등 불필요한 정책 및 규제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따라 미디어 시장 내에서 정책 및 규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함은 물론 정책이나 규제 개편의 시의성이 저하되고, 중복규제 문제는 물론 규제 증폭 현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현재의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개편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현 정부에서 미디어 정책을 관할하는 부처는 3개로 분산∙조직화되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방송정책 및 규제업무10), 이용자 보호 업무, 위치정보 규제, 방송주파수 관리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유료방송정책 및 규제11), 주파수 정책, 인터넷 정책, 디지털 콘텐츠 제작 지원, ICT 산업정책 및 AI 정책, SW산업정책, 방송통신 및 ICT 인력양성, 정보보안 등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프라인 콘텐츠 전반(비방송 디지털 콘텐츠 일부 포함), 외주제작 등 제작 전반을 관할하고 있다.
이 중에서 방송미디어 분야는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조직(1처, 3국, 3관의 19과 1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차관 하의 네트워크정책실 방송진흥정책관(3과)이, 문화체육관광부는 1차관 하의 콘텐츠정책국 영상콘텐츠산업과, 미디어정책국의 미디어정책과와 방송영상광고과가 관장하고 있다.
국내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의 문제점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미디어 정책∙규제 기능의 파편화와 비효율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미디어 정책 및 규제 기능이 부처별로 파편화되어 있고 정책 컨트롤 타워 역시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정책의 기획, 수립, 집행 과정에서 비효율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디어 시장환경 및 가치사슬의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미디어 정책들이 개별 부처에서 독자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정책 효율성 및 정책 효과가 저하되는 문제가 지적된다.12)
둘째, 정책 관점에서 미디어 관련 신기술 및 신규서비스 대응이 부족하다. AI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확산함에 따라 이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나 혁신적 서비스의 상용화를 위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부족하다. 예컨대 스마트폰, OTT 등 다양한 혁신적인 신규 서비스가 도입되었으나 이에 대응하는 콘텐츠, 네트워크, 단말 정책 등이 선제적∙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또한 OTT와 같은 신규 서비스에 대한 부처별 관할권 경쟁으로 인해 국가 전략 차원에서의 통합적인 육성∙활성화 전략 수립에 한계가 발생하고, 시장에서의 정책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있다.
셋째, 미디어 진흥 정책의 분산에 따라 정부 조직이나 정책체계 자체가 미디어 산업 경쟁력의 제고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 영역과 콘텐츠 유통 영역의 경계가 소멸함은 물론, 디지털 기술이 확산하는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진흥 정책이 레거시 미디어 체제를 중심으로 수립되어 있어 정책 효과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부처 차원에서의 진흥 정책이나 규제 완화의 한계는 물론 범부처 간 진흥 정책, 규제 완화 방안 수립 시에도 부처 간 합의를 도출하는데 한계가 존재했다는 문제가 있다.
넷째, 미디어 정책목표의 질적 가치와 양적 가치의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책 거버넌스 차원에서 공공 규제와 산업정책 기관의 분리로 인해 공공정책의 가치와 산업정책의 가치가 조화되지 못하고 상충적 결과가 빈번히 발생했으며, 결과적으로 미디어 정책목표에 대한 조화가 부족했고, 담당 부처 간 정책목표의 충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일한 영역을 대상으로 이원화되고 상충적인 정책목표가 적용됨은 물론 부처 간의 이견, 나아가 정책의 충돌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구분 | 내용 |
---|---|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 및 책임성 부족 |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부재 |
위원회의 정책 결정 사항에 대해 각 위원의 책임 약화 | |
부처와 위원회 간의 중복성과 업무영역에 대한 견제 및 부조화 | |
규제기구 수장의 책무수행에 대한 사회적 견제 장치 부재 | |
합의제와 독임제 간의 조화 기제 미작동 | 합의제 기구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 |
과기정통부의 경우 1차관과 2차관 업무의 분절화 | |
과기정통부-문화부-산업부-방통위의 중복적 구조 및 정책 조정 미흡 | |
정책 결정 과정의 정치 과잉 | 방통위와 방심위 구성 방식의 문제 |
의사결정의 효율성도 민주적 합의 절차도 실현 못 함 | |
대통령의 위원장 임명 등 정치적 편향성 내재 | |
분산된 거버넌스에서 협업 부재 | 부처 간 이해관계에 따라 업무가 분산되면서 중복과 혼선 |
신규 서비스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책임지는 부처의 부재 | |
ICT 컨트롤 타워의 역할 및 기능에 대한 회의적 시각 | |
관련 부처 간 조정과 협업을 위한 조직과 장치 부재 | |
진흥 및 규제 기능의 무력화 | 일관성 있는 정책의 원칙과 방향 부재 |
사업자들은 정책 기능보다는 사법적 기능에 의존하여 갈등 구조를 해결하려 함 |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개편 방향에 대한 기존 논의는 크게 2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방송통신·ICT를 독임제 통합 부처로 개편하고 공영미디어 위원회(가칭)를 신설함으로써 미디어‧ICT의 시장 영역과 공영방송 등 공적 영역으로 구분되는 이원화된 거버넌스 구조로 개편하자는 안이다. 해당 방안의 주요 요지는 현행 과기정통부, 문체부, 방통위, 공정위 등으로 혼재된 미디어 관련 기능을 독임제 부처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과기정통부의 2차관 업무(정보통신정책실 및 네트워크정책실의 ICT 산업, 통신, 유료 방송 및 디지털 미디어, 데이터‧AI 등 업무 전체)를 신설 통합 부처로 이관하고, 방통위의 방송기반국 및 이용자정책국 업무(광고, 편성, 다양성, 시장조사, 콘텐츠 제작 지원, 이용자 정책 전체 등)를 신설 통합 부처로 이관하며, 문체부의 방송영상 콘텐츠 진흥 및 방송영상 광고, 방송영상 콘텐츠 제작 지원 업무를 신설 통합 부처로 이관하는 안이다. 이 외에도 디지털 플랫폼 및 데이터 정책(활용 및 진흥), OTT 등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에 대해 신설 통합 부처에서 관할하도록 하며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 및 이용자 역량 강화 등 이용자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관할하도록 하는 안이다. 한편, 공영미디어 위원회에서 합의제 방식으로 방송의 공공적 영역에 해당하는 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방통위를 공영미디어 위원회로 개편하고, 공영방송 업무만을 관할하도록 하는 것이다.14)
해당 안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장점 | 단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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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T, 통신, 방송미디어를 모두 통합하여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융합 및 탈경계 추세에 대응하기에 용이하고, 예산 및 인력 확보 용이 - 방송미디어 거버넌스의 공·민영 분리로 방송미디어 정책의 공∙민영 분리 가능 (공공 및 산업정책의 분리·특화 가능) - 디지털 플랫폼, OTT 등 신규 혁신 서비스 또는 탈경계적 서비스에 대한 정책 체계 포섭 가능 |
- 국내 공영방송이나 지상파 방송, 종편∙보도PP의 재원 구조가 상당 부분 시장의 상업 재원을 바탕으로 하는 바, 상당수의 정책이 여전히 통합 부처와 공영미디어 위원회간 중복 발생 가능 - 통합 부처 내 방송미디어 정책 비중 및 정책적 관심도 축소 가능성 - 현 방통위의 위상 및 역할 축소 가능성 |
두 번째는 기존 논의된 것으로 방송미디어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안이다. 3개 부처(과기정통부, 문체부, 방통위)로 산재해 있는 미디어 정책을 통합하는 방송미디어 전담 부처를 신설하자는 의견이다. 이는 첫째 안과 달리 ICT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미디어만을 통합하는 소위 소부처 통합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측면에서는 진흥과 규제를 분리해 진흥 업무는 독임제 부처에서 관장하고 규제 업무는 합의제 위원회에서 관할하도록 개편하는 안이다. 요지는 과기정통부와 문체부, 방통위의 방송미디어 및 콘텐츠 관련 진흥 및 규제 업무를 통합한 독임제 부처를 신설하는 것이다. 과기정통부의 방송진흥 및 유료 방송,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콘텐츠 제작 지원 업무와 방통위의 방송진흥 및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 업무를 통합 부처로 이관하고, 문체부의 방송영상콘텐츠 진흥 업무 및 방송영상 콘텐츠 제작 지원 업무역시 통합 부처로 이관하여 통합적으로 관할하게끔 하는 것이다. 반면 첫 번째 안과 유사하게 공적 영역에 대해서는 합의제 위원회 방식으로 관할하도록 방통위를 개편하는 방안이다.
해당 안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장점 | 단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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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파편화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체제를 통합하여 특히 미디어 산업정책의 효율성 및 효과성 제고 - 미디어 정책에 특화된 독립적인 거버넌스 체제 수립 - 진흥과 규제의 분리, 공공성과 산업성의 분리를 통해 미디어 산업 진흥에 집중 가능 |
- 방송과 통신 정책의 분리에 따른 융합∙경계소멸 양상 대응 어려움 - 통신 정책은 진흥과 규제가 통합됨에 비해 미디어 정책은 진흥과 규제가 분리되어 통합적인 미디어 정책 수립에 한계 발생 가능 - 현 방통위의 위상 및 역할 축소 가능성 |
기존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개편 논의를 검토하면 전체적으로 미디어 정책 기능 통합에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규제 기구의 유형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과거 2021년이나 2022년의 논의에서는 정치권 및 학계 모두 방송미디어 정책 기능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 즉, 대부분의 논의에서 현행 미디어 거버넌스 구조가 파편화되어 있어 정책의 효과성 및 효율성이 모두 저해되고, 부처 간 관할 영역 경쟁∙갈등에 따라 시장에서의 정책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인식하며 이와 같은 현상적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분산된 미디어 진흥 정책의 통합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공익성 보호를 위해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별도의 위원회 조직을 설치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공히 주장했다.
반면 기존 논의들에서는 미디어 부처의 정책 관할 영역에 대해서는 차이점이 존재하는 데 반해 진흥 정책은 독임제, 공공정책은 위원회 구조를 채택했다는 점에서는 주장이 유사하나, 독임제 부처의 정책 관할 영역에 대해서는 소부처(방송미디어 전담 부처)주의와 대부처(ICT 및 방송통신 전반)주의로 다소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디지털 전환이나 시장환경 변화의 트렌드를 고려할 때 ICT, 통신, 방송미디어 정책을 통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고, 후자의 경우 미디어 정책이 갖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ICT, 통신 정책과 분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으로 대별된다.
한편, 위의 두 가지 안과는 별개로 최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은 지난 4월 25일 현행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정책 기능(방송진흥정책관)을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로 개칭하며 AI 정책을 총괄토록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안의 특징은 방송 관련 사무를 방송통신위원회로 통합‧일원화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현행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관련 정책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다(=방송통신위원회 확대개편안). 따라서 해당 안은 방송미디어 정책 기능은 합의제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과학기술‧ICT‧AI는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라는 독임제 부처가 관장하게 되는 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DX∙AX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바람직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개편 방향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첫째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범위를 확장해야 하며 통합 거버넌스 기반의 협치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 분야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시청각 영상 콘텐츠, 방송산업,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까지 대상을 확장하는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미디어 산업의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되어야 한다. 즉, 미디어 정책 기능의 파편화를 지양하고 통합적 정책 기능을 부여하며 관할 산업의 진흥과 사전-사후 규제의 통합이 될 수 있도록 동일 정책기관에서 진흥과 규제를 포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셋째, 공익성과 산업성의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영역에 대한 정책과 시장 영역에 대해 분업화된 정책이 가능한 구조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즉, 이는 공공 영역과 시장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넷째, 미래 지향적 정책 및 거버넌스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미디어와 전통 미디어의 정책 조합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신규 시장의 육성과 더불어 기존 미디어의 균형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신규 서비스 활성화 및 활성화에 따른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기존 미디어의 균형 발전을 위한 경쟁력 제고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방향성 하에서 구체적인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안은 크게 2가지 유형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안은 공적 영역은 합의제 위원회에서, 시장·상업 미디어 영역은 미디어-ICT 통합 독임제 부처에서 관할하는 영역별 2원 구조이다. 공-민영 분리 체계에 따라 공영방송에 대해 민주성과 숙의성이 전제된 합의제 기구를 신설해 관할하도록 하고, 시장·상업 미디어 영역(유료 방송, 콘텐츠, 디지털 플랫폼, OTT, 제작 등)은 진흥 중심의 독임제 부처에서 관할하도록 하는 안이다. DX∙AX 시대로의 전환을 고려해 ICT-AI를 통합한 독임제 부처에서 미디어까지 관할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방안은 공-민영 구분 체계를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정책 거버넌스 구조를 설정하고 관할 영역을 확정하는 안이라 할 수 있다. 공영방송을 관할하는 합의제 기구를 설립해 이사회, 거버넌스 등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며, 별도의 하위 위원회를 두어 공영방송 협약 및 평가, 수신료 및 재정 등의 사무를 포함한 공영방송 업무 전반을 관장하게 한다. 반면 유료 방송 플랫폼, PP, 디지털 플랫폼과 OTT, 시청각 영상 콘텐츠 제작 영역에 대해서는 독임제 부처에서 인허가, 운영, 사후 규제, 진흥 및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해당 안의 장점은 ICT, 통신, 방송미디어를 모두 통합하여 DX·AX 시대의 도래에 따른 정책적 대응이 용이하고 정책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공-민영 체계와 거버넌스 체계를 일치시킴으로써 공적영역과 시장·산업 영역에 특화된 정책의 수립 및 집행이 가능하고 시장·산업 영역에 대한 과도한 정파성 개입 문제를 완화하고 산업정책의 시의성 제고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해당 안은 국내 공영방송 체제의 특수성 상 공적 영역과 시장 영역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워 거버넌스 체계 역시 모호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공-민영 체계에 따른 거버넌스 재편을 위해서는 규제 체계(공-민영 분리 규제 체계)의 재편이 동반될 필요가 있는데, 국내 공영방송의 특수성 – 상업적 재원 비중이 높음 – 으로 인해 공적 영역과 시장 영역이 실제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지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또한 통합 독임제 부처의 비대화 가능성(AI, ICT, 미디어, 콘텐츠를 모두 통합), 통합 독임제 부처 내에서 오히려 미디어의 위상이나 정책 우선순위가 약화될 가능성도 해당 안의 단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안으로 미디어에 대한 진흥과 규제 업무를 구분하여 진흥은 미디어 독임제 부처에서 관장하고 규제 업무는 합의제 위원회에서 관할하는 기능별 2원 구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현재 3개 부처로 파편화되어 있는 미디어 및 시청각 영상 콘텐츠의 진흥 및 지원 업무는 독임제 부처로 통합하고, 공영방송 및 방송미디어와 콘텐츠에 대한 순수 규제 업무(미디어 사후 규제, 심의 등)는 합의제 기구에서 관할하는 안이다. 이는 진흥과 규제라는 기능별로 거버넌스 구조를 획정하는 안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융합추진위원회에서의 논의와 유사하게 기능별로 이원화하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진흥은 독임제에서, 규제는 합의제 위원회에서 관할하되, 공영방송 정책의 특수성을 고려해 합의제 위원회에서 공영방송 업무 전반을 관할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합의제 위원회에 미디어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 및 미디어 심의 기능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안의 장점은 파편화된 현행 방송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체제를 통합해 방송미디어 전반에 대해 통일된 정책의 기획·수립·집행이 가능하고 정책의 혼선 및 중복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미디어 산업에 특화된 정책 수립이 가능해지고 진흥과 규제를 분리해 진흥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추진하며 규제에 대해서는 숙의와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판단과 집행이 가능해진다.
반면, 단점으로는 미디어와 ICT를 분리해 DX·AX 시대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ICT는 진흥과 규제가 통합된 거버넌스 구조를 가지나, 미디어는 진흥과 규제를 분리함으로써 산업 및 시장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규제와 진흥 업무 간에 명확한 구분 및 거버넌스 구조화 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할 수 있다. 즉, 진흥과 규제 업무를 이분법적으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 실제 정책 영역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해당 안은 미디어 및 시청각 영상 콘텐츠 제작 영업을 독임제 부처로 통합하고,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합의제 위원회로 운영하는 미디어콘텐츠 전담 부처와 공영방송 위원회의 2원 구조 형식이다. 즉, 미디어콘텐츠와 ICT를 분리하여 미디어콘텐츠의 진흥과 규제 업무를 관할하는 독임제 부처를 설립·운영하고,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제 기구를 설치해 운영하는 안이다. 이는 1안과 유사하나 미디어콘텐츠를 ICT와 분리해 별도의 독임제 부처를 설치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의 네트워크 계층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설비 및 네트워크 설비는 ICT 부처에서 관할하고, 미디어의 플랫폼 계층(서비스)과 콘텐츠 계층은 미디어 부처에서 관할(네트워크 – 플랫폼 – 콘텐츠 3단 분류 방식에 따라 거버넌스 구조를 개편)하는 방식이다.
해당 안의 장점은 파편화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체제를 통합하여 특히 미디어 산업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며, 미디어에 대한 규제-진흥 업무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인 관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공-민영 체계에 입각해 방송미디어 산업성과 공공성을 지향하는 대칭적 정책 거버넌스화가 가능하여 미디어의 산업성과 공익성을 균형있게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예상되는 단점으로는 미디어와 ICT 정책의 분리에 따른 융합·경계소멸 양상에 대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즉,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했던 취지, 즉, 융합 시대에 대응해 통합적인 방송통신 정책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했는데, 본 안은 사실상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미디어 및 콘텐츠 제작 영역만을 전담하게 되어 해당 부처의 규모 및 관할 영역이 축소되고 소규모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을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3가지 안과 무관하게 반드시 검토 및 추진되어야 하는 것은 국가전략산업 차원에서의 미디어 산업 육성 정책을 효과적∙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미디어 정책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미디어 산업 정책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역할을 강화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미디어 산업 발전 전략을 기획, 평가할 수 있는 전략위원회를 설립해 미디어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 차원으로 육성·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