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문
일본에서 미디어 거버넌스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와 규제에 집중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NHK 그룹 전체에 거버넌스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민간방송에 부과된 소유 규제와 외자 규제도 경영악화를 이유로 완화되고 있다. 이런 규제는 독임제 행정기관 총무성이 담당하고 있다. 한편, 최근 온라인 동영상 전송서비스가 보급되고 디지털 플랫폼사업자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이런 규제는 법적 규제와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병행하는 공동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1. 일본 방송시장 현황
일본의 방송 제도는 공-민영 이원 체제를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플랫폼별 역할도 분화되었다. NHK와 지상파 민방은 기간 방송사업자로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는 종합 채널로 자리매김한다. 위성방송과 IPTV는 다채널 전문 방송으로, 케이블TV는 지역 정보 미디어로 발달해 왔다.
방송산업에서 지상파방송은 여전히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지상파 민방은 방송산업에서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2022년도 방송산업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0.8% 감소한 3조 6,845억 엔이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도쿄올림픽 기저효과가 꺼지면서 전년보다 감소했다.

사업자별로 보면, 지상파 민방이 2조 1,623억 엔으로 점유율 58.6%를 차지했다. NHK는 6,972억 엔으로 18.9%, 위성방송은 3,370억 엔으로 9.1%, 케이블TV가 4,880억 엔으로 13.2%였다.
그러나 온라인 동영상 전송서비스(이하, OTT)가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지상파방송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2015년에 일본에 진출한 넷플릭스(Netflix)는 2024년 상반기에 회원 수 1,000만을 돌파했다.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업계 2위 U-NEXT도 2024년 말에 회원 수 450만을 넘어섰다. SVOD 시장 규모는 2024년에 전년 대비 6% 성장한 5,710억 엔이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방송 사업자도 유・무료 전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K는 온라인 동시전송 서비스 NHK플러스(NHK+)와 VOD 서비스 NHK온디맨드를 제공하고 있다. 민방에서는 광고형 통합 플랫폼 티버(TVer)를 운영하면서도 방송사별 유・무료 서비스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티버는 2025년 4월에 앱 다운로드 8,500만 건을 돌파했으며, 방송사는 온라인 광고를 늘리고 있다.
2.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 및 공영방송 규제
2-1.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
일본에서 방송과 통신 규제는 총무성이 담당한다. 총무성은 2001년 중앙부처 재편을 거쳐 자치성과 우정성, 총무청을 통합해 탄생했다. 방송과 통신 관련 부서는 2017년에 국제전략국과 정보유통행정국, 종합통신기반국으로 개편되었으며, 당시 정보보안을 강화해 총괄관도 신설되었다. 지방에는 8대 광역 지역에 종합통신국을 두고 있다.1) 이 외에 관련 부서로는 자문기관으로 심의회, 사업자 간 분쟁을 처리하는 전기통신분쟁처리위원회, 연구기관으로 정보통신정책연구소 등이 있다.
총무성에서 방송과 통신 관련 규제와 진흥을 전담하는 부서는 정보유통행정국이다. 그 산하에 방송 관련 부서로는 방송정책과와 방송기술과, 지상방송과, 위성・지역방송과 등이 있다.
독임제 행정기관이 방송규제를 관장하는 것에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총무성은 심의회와 자문회의 등을 설치해 보완하고 있다. 심의회는 법정 자문기관이며, 전파감리심의회와 정보통신심의회가 총무대신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자문회의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주요 정책을 논의한다. 자문회의가 정해진 의제를 논의해 보고서를 제출하면, 총무성은 의견 모집(public comment)을 거쳐 보고서를 확정한다. 이후 제도나 법령 개정안이 마련되면 심의회에 자문을 요청한다. 법령 개정안은 내각법제국에서 조문을 심사한 뒤, 각의에서 정부법안으로 확정돼 국회로 향한다. 이러한 논의 과정과 개정 절차는 길고 복잡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관여한다.

현재 방송 정책은 주로 ‘디지털 시대 방송제도 검토회’2)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 검토회는 2021년 11월에 설치된 이후, NHK 인터넷 사업과 방송업계 플랫폼 전략, 위성방송 위상, 재해방송, 소규모 중계국, 방송콘텐츠 유통 등을 논의해 세 차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는 재해방송 강화 방안과 방송콘텐츠 전송 전략 등을 논의하고 있다.
2-2. 공영방송 규제
한편, 미디어 거버넌스는 주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와 규제에 집중되어 왔다. 쟁점은 NHK 경영위원회와 집행부의 구성과 역할이다.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경영위원회는 2000년대 중반에 NHK에 제작비 착복 문제가 터지면서 거버넌스가 강화되었다. 2008년에 NHK 경영위원회의 감독 권한이 명문화되었으며, 경영위원 상근화와 감사위원회 신설도 이루어졌다. 2019년에는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내세워 경영계획 작성 의무화, 정보공개 확충 등 경영위원회 중심의 내부통제가 정비되었다.
NHK 경영위원은 교육과 문화, 과학, 산업 등의 분야와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를 총무성에서 추천한 뒤, 양원의 동의를 거쳐 총리가 임명한다. 경영위원회는 시청자를 대표해 경영방침을 결정하고 집행부를 대표하는 회장 임면권을 가진다.

경영위원회는 우선 지명부회를 설치해 회장 인선에 들어간다. 지명부회는 회장 후보를 압축한 뒤, 취임 의사를 타진한다. 이후 경영위원회에서 표결하는데 12명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에서 9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경영위원장은 노무라홀딩스 회장을 지낸 코가 노부유키(古賀信行), 회장은 일본은행 이사를 역임한 이나바 노부오(稲葉延雄)이다. 회장 임명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다. 이에 공모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온라인 동시전송이 방송과 같은 ‘필수업무’가 되면서 그룹 전체의 거버넌스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2024년 5월에 개정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공 미디어로 전환을 서둘러 온 NHK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NHK는 인터넷 업무 실시 기준을 개정했으며, ‘온라인 수신료’도 도입했다.3) 총무성에서는 NHK 인터넷 사업이 미디어 시장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지 검증했으며, 미디어 다원성 확보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NHK 자회사의 거버넌스 강화도 쟁점이 되고 있다. 총무성은 2019년에 자회사 사업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경영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집행부가 자회사 사업 운영에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사업 운영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NHK 그룹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감사도 강화하도록 했다. 자회사의 업무 범위는 경영위원회가 의결해야 하며, 업무위탁 기준을 준수하고, 자회사 배당 등도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회사의 사업을 감시하고 심사하는 위원회도 설치했다.
NHK 그룹의 업무 효율화와 거버넌스 강화를 내세워 2022년에 중간 지주회사가 도입되었으며, NHK의 출자도 가능해졌다. 이후 NHK는 NHK 미디어홀딩스를 설립한 뒤, NHK 엔터프라이즈 등 5사를 거느리도록 했다. 2023년 4월에는 NHK 교향악단 등 5개 재단을 통합해 NHK재단을 설립했다. NHK 자회사는 배당을 통해 수신료 이외의 재원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2024년도 배당액은 29억 7,100만 엔이었다.
- 1) 이들 부서의 정원은 국제전략국 173명, 정보유통행정국 306명, 종합통신기반국 312명, 정보보안총괄관 27명, 종합통신국 1,171명 등이다.
- 2) 공식 명칭은 디지털 시대 방송제도 위상에 관한 검토회(デジタル時代における放送制度の在り方に関する検討会)이다. 이 검토회는 산하에 다양한 논의의 장을 두고 있으며,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변호사, 업계 대표 등이 참여해 정책을 논의한다.
- 3) 기존 계약자는 NHK플러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TV를 설치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이용하는 경우에는 지상파 계약과 동일한 월 1,100엔을 내야 한다.
3. 최근 정책 변화와 규제 완화
민방의 경우, 외자 규제와 매스미디어 집중 배제 원칙이 중요한 이슈다. 우선 방송 사업자는 외자 규제를 받는다. 외자 규제는 방송미디어에 따라 차등적용하고 있다. 이는 참여와 임원, 출자의 세 가지 종류로 운영된다. 외국인이나 외국 정부, 외국 법인 등은 면허를 받을 수 없으며, 대표자나 집행 이사는 3분의 1까지 제한된다. 외국인 등의 출자는 5분의 1을 상한으로 하며, 지상파방송에는 간접 출자까지 포함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외자 규제를 위반한 사례가 잇따르자, 총무성은 검토회의 논의를 거쳐 외자 규제를 강화했다. 2022년 6월에 성립된 개정방송법에 따르면, 출자 비율과 변경 상황 보고가 의무화되었다. 단, 출자 비율 위반 시에는 처분 전 유예기간을 도입했다. 반면 공동체 라디오는 간접 출자를 완화했다. 총무성은 면허와 재면허에서 외자 관련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둘째, 소유 규제도 완화되어 왔다. 방송의 다원성・다양성・지역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매스미디어 집중 배제 원칙은 2011년에 법제화되었다. 지상파방송의 복수 지배와 3사업(TV, 라디오, 신문) 동시 지배를 금지하고 있다.4)
그러나 지역민방의 경우 경영난을 이유로 계속해서 완화되어 왔다. 현재는 방송지주회사5)가 방송사 복수 지배를 인정하고 있으며, 방송 지역이 다른 경우에는 복수 겸영 및 지배도 가능하다. 방송사와 신문사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디지털 시대 방송제도 검토회’에서는 추가적인 완화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예외나 특례가 많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공-민영 협력도 중요한 정책 이슈로 등장했다. 2024년 4월에 시행된 개정방송법에서는 NHK가 민방의 난시청 해소에 협력하도록 의무화되었다. NHK에 방송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플랫폼 기능을 부과한 것이다.
지역민방은 과소지역에서 중계국 운영과 유지관리가 어려운 상황인데 NHK가 자회사를 설립해 새로운 설비를 도입한 뒤, 민방과 공동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NHK는 2024년 말에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2025년 말까지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 4) 지배란 동일한 방송 지역에서 주식 10% 이상을 보유하는 것, 방송 지역이 다른 경우에는 33.3%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 5) 총무대신의 인정을 받아 그룹경영이 가능하게 했다. 지역민방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8년에 도입되었다. 현재 도쿄 민방 5사를 비롯해 13사가 방송지주회사로 전환했다.
4. 최근 이슈 및 논쟁점
4-1. 총무성의 후지TV 행정지도
2025년 4월 3일 총무성은 후지TV와 모회사 후지 미디어 홀딩스(FMH)에 행정지도를 내렸다. 발단은 후지TV 간부가 인기 연예인 나카이 마사히로(中居正広)의 아나운서 성폭행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후부터였다. 후지TV의 안일한 대응에 주주들이 반발하고 광고주가 이탈하기 시작했다.
결국 후지TV는 제3자위원회를 설치해 조사를 맡겼다. 위원회는 지난 3월 말에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후지TV 간부의 관여는 없었다면서도 ‘업무 연장선상의 성폭력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내부통제 및 운영 면에서도 다양한 문제가 있었으며, 이를 담당하는 이사회의 기능도 전혀 발휘되지 않았다’며 거버넌스를 비판했다.
총무성은 후지TV와 후지 미디어 홀딩스에 엄정 주의를 내리고, 거버넌스 강화와 경영진 의식 개혁, 재발방지 대책 추진 상황 보고 등을 요구했다. 총무성은 방송법에 의거해 프로그램 내용이나 제작 과정을 문제 삼아 행정지도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 문제로 방송사에 행정지도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총무성은 일본민간방송연맹과 NHK에도 인권 존중을 강화하도록 요청했다.
4-2. 디지털 플랫폼과 미디어 거버넌스
최근 OTT 서비스가 확산하고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디어 거버넌스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우선 공정한 경쟁 확보를 위해 2021년 관련법을 제정해 거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쇼핑이나 앱스토어를 대상으로 거래조건 공개 및 변경 시 사전 통지, 공정한 거래 확보 방안과 불만처리 보고를 의무화했다. 경제산업성은 2024년 8월 아마존(Amazon)과 애플(Apple)에 행정지도를 내렸으며, 11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둘째, 불법・유해 정보에 대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총무성은 2020년부터 자문회의에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며, 실태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2025년 4월에는 온라인에서 중상비방 등의 피해 발생 시 플랫폼사업자의 책임과 가해자 정보공개, 신속한 대응 등을 정한 법령이 시행되었으며,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이에 맞춰 총무성은 구글(Google), 라인야후(LINEヤフー), 메타(Meta) 등 5사를 거대 플랫폼사업자로 지정했다.
셋째, OTT 서비스와 커넥티드 TV의 보급으로 시청데이터 활용과 사생활 보호가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총무성은 시청자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개정해 왔다. 또한 검토회를 설치해 방송콘텐츠의 온라인 전송 이력 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
이상 일본에서 방송을 중심으로 미디어 거버넌스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일본에서 미디어 규제는 문제가 일어나면 사후약방문으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과정은 복잡하고 길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여하기도 한다. 또한 미디어 규제는 공동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적 규제와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병행하고 있다. 관련법에서 필수적인 최소한의 책무를 정한 뒤,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대응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