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문
영국의 미디어 시장은 공영방송, 상업방송, 그리고 글로벌 OTT 플랫폼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구조로 발전해 왔다. BBC, ITV, Channel 4와 같은 전통 미디어는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Disney+) 등 글로벌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기존 방송 체계에 도전하고 있다.
영국의 미디어 정책은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가 총괄하며, 방송통신 규제는 독립 기관인 오프콤(Ofcom)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제정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 2023)과 2024년 제정된 미디어법(Media Act 2024)은 디지털 환경에서 공공 서비스 방송(PSB)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주요 법적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공공 콘텐츠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상업 기반 공영방송은 수익 감소, 젊은 세대의 이탈 등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BBC는 수신료 동결로 인해 재정적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게다가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방송사들이 시청자에게 직접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미디어 산업 전반의 가치 사슬과 수익 모델 재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의 미디어 거버넌스는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중심 구조의 확산 속에서 공공성과 시장성 간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으며, 전통적 방송 규제 모델에서 통합 디지털 규제 체계로의 전환이 정책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1. 영국 미디어 시장 현황

1-1. 영국 미디어 시장의 산업 구조
현재 영국의 미디어 생태계는 BBC를 중심으로 한 공영방송(PSB, Public Service Broadcasting)과 ITV, Channel 4, Channel 5 같은 상업 방송, 스카이(Sky) 등의 유료 위성·케이블 서비스, 그리고 넷플릭스(Netflix),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디즈니+(Disney+)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다중 매체 환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생태계는 수직·수평적 통합과 플랫폼 간 연계가 특징적이며, 이로 인해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커넥티드 TV의 보급 확대는 전통적인 방송과 인터넷 기반 콘텐츠 사이의 경계를 허물면서 기존 방송 정책과 규제 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필요로 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이후 다채널 서비스와 함께 무료 디지털 지상파 플랫폼인 프리뷰(Freeview)가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기준 프리뷰는 영국 전체 TV 이용 가구의 약 73% 수신율을 보이고 있으며, ASO(Analog Switch Off,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 수신율 98.5%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BBC와 ITV가 공동 출자한 디지털 위성 서비스 ‘프리샛(Freesat)’ 등이 등장해 수신율 약 98%로 전국을 커버해 주는데, 이는 월정액제 유료 위성방송(BSkyB 등)과 차별화된 보편적 서비스로 평가된다.1)
2023년 기준 영국 전체 상업 TV 및 온라인 비디오 시장 규모는 약 156억 파운드로, 전년 대비 0.5%의 미미한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 구조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BBC와 주요 PSB 및 Sky 등의 유료 TV 플랫폼을 포함하는 전통 방송 부문,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OTT 서비스(SVOD, Subscription Video On Demand)가 주도하는 온라인 비디오 부문, 그리고 인터넷 연결을 통한 새로운 광고 및 콘텐츠 거래가 이루어지는 커넥티드 TV 기반 부문이 있다. 2023년에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상업 방송 부문의 실적이 상당히 악화했다. ITV, Channel 4, Channel 5와 같은 상업 공영방송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5% 감소한 19억 파운드를 기록했으며, 디지털 멀티채널 역시 10.3% 하락한 20억 파운드에 그쳤다. 반면 온라인 비디오 부문은 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영국 미디어 시장 구조의 비대칭적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냈다.2) 이런 변화는 전통적인 방송사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함께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1-2. 주요 공영방송사와 사업 구조
영국의 공영방송 체계는 BBC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송사들이 각기 다른 운영 방식과 재원 구조를 통해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해 왔다. 이 체계는 BBC, S4C, Channel 3 계열(ITV, STV, UTV), Channel 4, Channel 5로 구성되며, 각 방송사는 법적으로 부여된 공공적 책무에 따라 고품질 뉴스·시사, 지역, 교육, 다문화 관련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방송사 | 소유 형태 | 주요 재원 | 콘텐츠 조달 방식 | 공적 책무 및 특징 |
---|---|---|---|---|
BBC | 공공 소유 | 수신료 | 자체 제작 중심 | 보편적 접근성 및 고품질 공공 콘텐츠 제공 디지털 환경에서도 공공성 확장 |
Channel 4 | 정부 소유 (비상업적) | 상업광고 수익 | 외부 독립 제작사와 협업 | 창의 산업 생태계 활성화 공영방송의 대안 모델 |
Channel 3(ITV 등) | 민간 소유 (상업 면허 + PSB 면허) |
상업광고 수익 | 자체 및 외부 제작 혼합 | 상업성과 공공성의 균형 필수 공공 콘텐츠 제공 의무 |
Channel 5 | 민간 소유 | 상업광고 수익 | 자체 및 외부 제작 혼합 | 제한된 범위의 공공 콘텐츠 제공 의무 상업 환경 속 최소 공공성 유지 |
S4C | 독립 법인 (공공적 성격) | 정부 보조금 + 상업광고 수익 | 자체 및 외부 제작 | 웨일스어 및 문화 보존 지역성과 언어 다양성 실현 |
위 공영방송사들은 PSB Compact라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통해 전자 프로그램 가이드(EPG)에서의 우선 배치, 지상파 디지털 방송(DTT)과 케이블에서의 채널 슬롯 보장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 의무와 혜택 체계는 주로 전통적인 실시간 방송(Linear TV)에 맞춰 설계되어 있어, 온라인 스트리밍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는 공공성 기준과 지원 체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태다.3) 이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영국 공영방송 체계가 직면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온라인 환경에서의 공적 가치 구현과 적절한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3. OTT 및 커넥티드 TV 시장 점유율 현황
2023년 기준 영국의 커넥티드 TV 시장은 Sky, 구글(Google), 삼성(Samsung), LG, 아마존(Amazon), 버진 미디어(Virgin Media) 등 6개 주요 기업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다.4) 이는 2019년 과반수 이하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미디어 산업에서 콘텐츠 제작보다 유통 플랫폼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플랫폼 중심의 재편은 방송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소비 방식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OTT 시청 행태의 연령별 차별화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오프콤(Ofcom, Office of Communications)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16~34세 젊은 시청자의 70% 이상이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 기반 채널을 주요 시청 경로로 활용하고 있다.5) 이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영방송의 접근성과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장기적으로 영국 미디어의 공공성 유지에 심각한 도전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SVOD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기준 영국 전체 가구의 68%가 최소 1개 이상의 SVOD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58%),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45%), 디즈니+(26%) 순으로 형성되어 있다.
SVOD 총 매출은 40억 파운드로 전년 대비 22%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넷플릭스는 전체 SVOD 시청 시간의 58%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해 영국의 전통 방송사들도 자체 비디오 온디맨드(BVOD) 서비스를 적극 발전시키고 있다. BBC 아이플레이어(BBC iPlayer), ITVX, Channel 4 스트리밍, 마이5(My5) 등이 주요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으며, 2023년 일평균 BVOD 시청 시간은 20분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전체 방송 콘텐츠 시청에서 BVOD가 차지하는 비중도 13%로 2022년 대비 3%포인트 상승했으며, 2024년 5월 기준 주요 BVOD 서비스의 총 콘텐츠는 65,923시간에 달해 2022년 대비 47%나 증가했다. 이는 전통 방송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6)
광고 시장 역시 커넥티드 TV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2023년 커넥티드 TV 광고 시장 규모는 12억 파운드로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반면, 전통 TV 광고 시장은 13.6% 감소했다. 특히 BVOD 광고 매출은 15.9% 증가한 9.8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디즈니+와 같은 주요 SVOD 서비스도 광고 지원형 모델을 도입하며 커넥티드 TV 광고 시장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7) 이런 변화는 영국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전환을 의미하며, 특히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방송 체계가 디지털 환경에서 공공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 1) 박상호(2008). 미디어 환경변화와 지상파 플랫폼 전략: 디지털 전환에 따른 수신환경 개선과 MMS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협회 이슈리포트.
- 2) Ofcom. (2024. 5. 9). Future of TV Distribution: Early market report to Government. (2024a)
- 3) 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 (2022). Up Next: The Government's vision for the broadcasting sector (CP 671).
- 4) Ofcom. (2024. 12. 5). The connected TV platform market: An update on our work. (2024c)
- 5) Ofcom. (2024. 5. 9). Future of TV Distribution: Early market report to Government. (2024a)
- 6) Ofcom. (2024. 7. 31). Media Nations UK 2024. (2024b)
- 7) Ofcom. (2024. 7. 31). Media Nations UK 2024. (2024b)
2. 영국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
2-1. 영국 미디어 거버넌스의 특징
영국의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는 각 기관의 기능적 분화를 바탕으로 하되 상호 보완성과 협력성을 유지하는 복합적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전체 거버넌스의 법적 기반은 커뮤니케이션법(2003)이며, 디지털 경제법(2010, 2017) 등을 통해 보완되어왔다. 커뮤니케이션법은 공공 서비스 방송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 공영방송(PSB) 체계의 정당성과 기능을 규정하는 핵심 조항으로 작동한다. ‘PSB 컴팩트’는 공영방송(PSB)과 상업 방송 간의 구분을 명확히 하며, 모든 방송사에 콘텐츠 표준 준수를 요구하되, 공영방송사에만 공공 서비스 의무를 부여하고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방송 규제의 경우, 독립 텔레비전 위원회(ITC)와 라디오 권한기구(RA)가 각각 민영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인허가 및 감독을 담당하며, 정부가 임명하되 운영에 있어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방송표준위원회(BSC)는 공영 및 민영 방송을 포함한 전체 방송사의 콘텐츠 표준을 설정하고 민원을 심사하는 감독적 임무를 수행한다. BSC는 자체적인 기준과 연구를 바탕으로 방송 윤리를 관리하며, 그 판정 결과에 대한 공표 의무는 방송사에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한다. 각 방송사는 자체 규제 코드를 제정할 때 BSC의 기준을 반영해야 하며, BBC 역시 예외가 아니다.8) 영국의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는 전통과 혁신, 공공성과 시장 논리를 균형 있게 통합하며,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규제와 공적 가치 실현을 동시에 선도하는 구조로 평가받는다.
2-2.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의 역할
영국의 문화, 미디어, 스포츠부(Department for Culture, Media & Sport, 이하 DCMS)는 매년 약 100억 파운드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며 예술 및 문화, 미디어와 창조 산업, 스포츠, 관광 및 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DCMS 중앙부처의 디지털 정책팀과 함께 BDUK(Building Digital UK), 정보위원회(ICO), 오프콤(Ofcom), 전화서비스 관리국을 포함한 4개 기관이 DSIT(Department for Science, Innovation and Technology)로 이관되었다. DCMS는 미디어 부문에서 BBC를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을 감독하고 있다. 2022~2023년 기준으로 DCMS 지출의 47%(39억 6,100만 파운드)가 BBC에 할당되었으며, 오프콤(Ofcom)도 2023년 2월 정부 개편 이후에도 계속해서 DCMS의 감독하에 있다.9)
2016년에 제정된 BBC 왕실 헌장(Royal Charter)은 BBC의 지배구조와 규제 체계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왔으며, 그 효과성을 평가하기 위해 DCMS는 중간평가(MTR, Mid-Term Review)를 실시했다. 이 평가는 2022년 5월 발표된 참고 조건(Terms of Reference)을 바탕으로 BBC의 지배구조와 규제 체계 변화가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그리고 이런 변화가 BBC의 사명과 공익 목적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DCMS의 중간평가는 BBC 거버넌스와 규제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분명히 하고,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불만 처리 과정에 대한 BBC 이사회의 법적 책임을 새로 부여하고, 오프콤(Ofcom)의 규제 범위를 BBC의 온라인 콘텐츠까지 확대하는 개혁도 포함되어 있다.10)
2-3. 영국 오프콤(Ofcom)의 기능과 규제 권한
영국의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는 독립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 Office of Communications)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프콤은 방송·통신·온라인 플랫폼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규제 권한을 수행하고 있다. 오프콤은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에 따라 설립되었으며, 방송 콘텐츠의 품질 및 기준 설정, 방송 허가와 면허 발급, 주파수 관리, 미디어 시장의 공정경쟁 감시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공공 서비스 방송에 대한 규제 기능은 오프콤의 핵심 역할 중 하나로, BBC에 대한 규제 권한이 2016년 정부 검토를 거쳐 오프콤으로 이관되면서 그 권한과 기능이 크게 확대되었다.
오프콤은 BBC 규제 시 세 가지 주요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콘텐츠 표준 규제를 통해 BBC 방송과 주문형 서비스가 공공적 기준에 적합하도록 관리한다. 2017년 4월 3일 이후 모든 BBC 방송물에 오프콤 방송 코드가 적용되고 있다. 둘째, B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사명과 공적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지를 점검하고, 성과 및 책임 관리를 통해 이행을 보장한다. 셋째, 경쟁 보호 측면에서는 BBC의 활동이 시장에서 공정하고 효과적인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그 영향을 평가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11)
오프콤은 BBC가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경쟁 보호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BBC의 시장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경쟁 저해를 방지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다양한 규제 장치를 통해 BBC 활동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조율한다. 예를 들어, ‘BBC 경쟁 평가(BCAs)’를 통해 BBC가 새로운 공공 서비스 활동을 도입하거나 변경할 때 그 변화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고, 공적 가치로 정당화 가능한지를 평가한다. ‘BBC 경쟁 검토(BCRs)’는 기존 서비스가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지 사후 분석한다. 이 외에도 BBC 콘텐츠 배포 시 차별 없는 접근을 보장하는 ‘콘텐츠 배포 지침’과 상업 자회사와의 관계에서 불공정 경쟁 발생을 방지하는 ‘상업 및 거래 활동 지침’을 마련하여, BBC의 공적 자금이 상업 활동에 부당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12)
더불어 오프콤은 방송 접근성을 보장하는 감독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자막, 오디오 설명, 수화 서비스 등 다양한 시청자 요구를 반영한 접근성 기준을 설정하고 매년 이행 현황을 보고한다. 전자 프로그램 가이드 제공자에 대한 접근성 요구사항도 오프콤의 감독 대상이며, 주문형 서비스 접근성 연구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오프콤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책임성과 경쟁력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복합적 규제 기구로서 기능하고 있다.13)
오프콤은 최근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중개 플랫폼에 대한 규제 권한도 부여받아 디지털 플랫폼 규제의 핵심 주체로 자리 잡았다. 아동과 청소년 보호, 혐오 발언 및 허위 정보 대응, 사용자 안전 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인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미디어 규제 범위가 전통적 방송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4. 거버넌스 체계의 변화 흐름
영국의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는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플랫폼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구조적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송 중심의 규제 모델에서 벗어나 통합 디지털 규제 체계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방송, 통신, 온라인 콘텐츠 간 경계가 사라진 융합 미디어 환경에서 분야별 개별 규제가 한계를 보이면서 포괄적이고 유기적인 거버넌스 체계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프콤은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규제 권한을 갖는 동시에,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며 디지털 시대의 핵심 규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규제의 일관성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공공 서비스 미디어(PSM), 특히 BBC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도 재편되었다. 기존에 BBC 트러스트(Trust)가 담당하던 감독 기능은 BBC 이사회(Board)와 오프콤으로 이원화되어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BBC 이사회는 전략적 운영을 책임지고, 오프콤은 외부 감시자로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이행 여부를 평가하며, 콘텐츠의 공정성·다양성·지역성 등 주요 기준을 점검한다.14)
영국 미디어 거버넌스 체계의 핵심은 DCMS(문화, 미디어, 스포츠부)와 오프콤(Ofcom, 방송통신위원회) 간 명확한 역할 분담과 긴밀한 상호 협력에 있다. DCMS는 미디어 정책의 거시적 방향과 법적 틀을 설계하고, 오프콤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세부 규제 기준 수립과 집행을 맡는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정책 기획과 집행에서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다. 예를 들어, 공공서비스 방송 재정비, 프리뷰 확대, 온라인 안전 법제화 등 주요 현안에서는 DCMS가 정책 목표와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오프콤이 이를 바탕으로 규제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며 실행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 또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 등 구조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두 기관은 정기적인 정보 공유, 공동 연구, 정책 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정책과 규제 간 간극을 줄이고 있다.15) 이 같은 변화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영국이 공공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하는 구조적 조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 8) 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 (2022). Up Next: The Government's vision for the broadcasting sector (CP 671).
- 9) Ofcom. (2024. 5. 9). Future of TV Distribution: Early market report to Government. (2024a)
- 10) Department for Culture, Media & Sport. (2024b). Summary of the BBC Mid-Term Review.
- 11) Ofcom. (2017). Introduction to Ofcom's Operating Framework for the BBC. London: Office of Communications.
- 12) Ofcom. (2017). Introduction to Ofcom's Operating Framework for the BBC. London: Office of Communications.
- 13) Ofcom. (2024. 12. 5). The connected TV platform market: An update on our work. (2024c)
- 14) Ofcom. (2017). Introduction to Ofcom's Operating Framework for the BBC. London: Office of Communications.
- 15) 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 (2022). Up Next: The Government's vision for the broadcasting sector (CP 671).
3. 최근 정책 변화 및 개편 동향
3-1. 2023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 2023)의 주요 내용
온라인 안전법은 사용자 간 서비스(user-to-user services)와 검색 서비스(search services)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일정한 법적 의무를 부과해 불법 콘텐츠와 온라인 범죄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테러, 사적인 이미지 유포 등 중대한 범죄 관련 콘텐츠에 대해서는 설계 및 운영 단계에서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하고, 인지 즉시 신속히 제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색 서비스 또한 불법 콘텐츠가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장 엄격한 보호 조항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아동 이용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의 경우 자해, 자살, 섭식 장애, 음란물 등 아동에게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비례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검색 서비스도 아동 유해 콘텐츠 노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요구받는다.
정부는 온라인 안전을 위한 독립 규제기관으로 오프콤을 지정했으며, 오프콤은 법 시행을 위한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가이드라인 및 실천 규범(codes of practice) 마련 등 폭넓은 권한을 부여받았다. 현재 오프콤은 관련 기업들이 법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상세한 규정과 이행 방안을 수립 중이다. 또한 해당 규제 기능 수행에 필요한 재원은 온라인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로부터 산업 수수료 형태로 조달되며, 이러한 비용 구조는 온라인 안전법 제88조 2항(a)에 따라 법률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16)
3-2. 공공 서비스 방송(PSB) 개편 정책
영국은 디지털 환경에서 공공 서비스 방송(PBS)의 역할과 지속 가능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PSB 개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5월 제정된 미디어법(Media Act 2024)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으며, PSB의 법적·제도적 틀을 근본적으로 개편했다. 개편에는 여러 중요한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기존 지상파 방송 중심의 PSB 규제를 온라인과 온디맨드 서비스까지 확장해 다양한 플랫폼 환경에 적합한 규제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PSB 사업자들이 방송과 온라인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공적 책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더 큰 유연성을 부여했다.
Channel 4에 대한 정책 방향도 바뀌었다. 이전에 논의되었던 민영화 대신 Channel 4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의무를 부여하고 운영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됐다. 또한 VOD 서비스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어, 오프콤이 VOD 서비스의 콘텐츠 기준을 제정하고 집행할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개편은 공공 서비스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려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미디어법은 커넥티드 TV 플랫폼에서 PSB 콘텐츠와 앱이 ‘쉽고·눈에 띄며·항상’ 접근할 수 있도록 법적 의무를 도입했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PSB 콘텐츠의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오프콤의 규제 역할도 확대됐다. 이 규정에는 VOD 1단계(Tier 1) 서비스 프레임워크와 PSB의 가시성(prominence) 프레임워크 초기 단계 실행이 포함된다. 프리뷰와 프리샛이 IP 기반 서비스로 전환됨에 따라, 이를 지원하는 정책적 프레임워크도 마련되었다. 지역 콘텐츠 접근성 보장도 중요한 정책 변화 중 하나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지역 PSB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무료 보편적 접근이라는 PSB의 핵심 가치를 디지털 시대에도 유지하며, 시청자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공 서비스 콘텐츠를 쉽게 찾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17)
3-3. 글로벌 OTT 대응 전략
영국은 글로벌 OTT 서비스의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의 형평성을 높이고 자국 미디어 산업을 보호하는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 전략은 여러 측면에서 나타난다. 우선 2024년 미디어법은 오프콤에 VOD 서비스에 대한 콘텐츠 기준을 제정하고 집행할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 서비스에도 영국 내에서 전통적인 방송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영국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영국 고유의 콘텐츠와 미디어 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영국 콘텐츠 제작 투자 촉진과 독립 제작사 보호를 위한 규제가 포함된다.18)
2025년 초, 오프콤은 주요 VOD 서비스 지정과 관련된 코드 초안을 발표했으며, 관련 지침은 2025년 하반기에 최종화될 예정이다. 이런 규제는 특정 OTT와 VOD 플랫폼이 법적으로 요청된 코드 및 우선순위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영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경우 오프콤의 규제를 준수하지 않을 시 최대 1,800만 파운드 또는 전 세계 수익의 10%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위험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서비스 제공자는 탐지 및 필터링 기술, 불법 콘텐츠 관리 프로세스, 플랫폼 접근성 개선, 아동 보호 조치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19)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의 시청각미디어 서비스 지침(AVMSD)과는 별도로 자체 규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OTT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를 위해 국제 협력도 계속 모색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OTT와 경쟁하는 PSB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 및 혁신 지원 정책적 프레임워크도 마련하고 있다.20) 이런 전략은 글로벌 디지털 시장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영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미디어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균형 잡힌 접근을 보여 준다. 특히 영국은 규제 형평성 제고를 통해 국내외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자국 미디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 16) Ofcom. (2024. 5. 9). Future of TV Distribution: Early market report to Government. (2024a)
- 17) Department for Science, Innovation & Technology. (2024). Online Safety Act 2023: Secretary of State's guidance about fees.
- 18) Ofcom. (2024. 12. 5). The connected TV platform market: An update on our work. (2024c)
- 19) 김남두(2024). 영국의 「미디어 법2024」에 따른 방송·OTT 규제 변화. KISDI Perspectives, 2024년 10월호(No.2). 정보통신정책연구원.
- 20) Osborne Clarke. (2025. 1. 13). Digital Regulation | UK Regulatory Outlook January 2025.
4. 주요 이슈 및 논쟁
4-1. 공영방송의 지속 가능성 및 재정 위기
영국 공영방송은 광고 수익 감소와 시청자 이탈로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BBC는 수신료 수입 정체, Channel 4는 광고 매출 감소로 운영에 큰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는 공공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적 수준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젊은 시청자의 이탈은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2024년 미디어법은 PSB 콘텐츠의 디지털 플랫폼 내 가용성과 가시성을 보장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공익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고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디지털 환경에서도 지속하는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력 차이, 실질적인 규제 집행력 부족 등은 제도 실행상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21)
4-2. PSB와 OTT 간 규제 형평성 문제
영국 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두드러진 쟁점은 전통 방송사와 글로벌 OTT 서비스 간 규제 형평성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은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현지 방송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 실효성과 경쟁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22) 오프콤은 ODPS(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의 규제 대상 여부를 서비스 성격과 이용자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그 기준이 일관성과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플랫폼 운영자의 협상력이 콘텐츠 제공자보다 우위에 있으면서, 콘텐츠 가용성과 노출 권한이 플랫폼에 집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 내 ‘티핑(tipping)’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며, 공정 경쟁과 신규 진입자의 기회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23) 현재 ODPS에는 방송사 VOD, 아마존 프라임 같은 SVOD, 아이튠즈(iTunes) 등 TVOD, 광고 기반 무료 VOD 등이 포함되나,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주요 글로벌 OTT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호한 규정은 규제 회피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24)
4-3. 미디어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정보 접근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지상파 디지털 방송(DTT)에 의존하는 가구는 전체의 17%에 이르며, 주로 저소득층,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다. 앞으로도 약 5%가 DTT에 의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25)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로의 전환 과정에서 취약계층은 광대역 접근성 부족, 경제적 부담, 디지털 리터러시 결핍 등 다양한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기존 방송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이들이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 이로 인해 포용적 디지털 정책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26)
종합해 보면, 영국 미디어 시장은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경쟁이라는 중대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존의 공공성과 다양성이라는 방송의 핵심 가치를 어떻게 유지하면서 혁신과 경쟁을 조화롭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 21) 공정거래위원회(2019). OTT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방송매체산업의 경쟁상황 연구.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
- 22) Ofcom. (2024. 12. 5). The connected TV platform market: An update on our work. (2024c)
- 23) Ofcom. (2024. 5. 9). Future of TV Distribution: Early market report to Government. (2024a)
- 24) Ofcom. (2024. 5. 9). Future of TV Distribution: Early market report to Government. (2024a)
- 25) Ofcom. (2024. 5. 9). Future of TV Distribution: Early market report to Government. (2024a)
- 26) Ofcom. (2024. 5. 9). Future of TV Distribution: Early market report to Government. (2024a)